할인율·구매한도 확대에 대부분 소진 '품귀 현상'
시장 상품권 사용객 증가 대리 구입·불법 환전 우려

신혼집에 들일 가구를 사러 북마산가구거리를 찾은 이모(30·창원시 마산합포구 산호동) 씨는 가구점 주인으로부터 온누리상품권으로 가구를 구매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주인은 '지금 온누리상품권을 싸게 살 수 있으니 상품권으로 가구를 구매하면 된다'고 알려줬다. 직장을 다니고 있는 이 씨는 일주일 동안 점심시간마다 짬을 내 온누리상품권을 구하러 돌아다녔지만 가는 곳마다 허탕이었다. 이 씨는 상품권 취급 금융기관 지점마다 전화를 돌린 뒤에야 겨우 상품권을 구할 수 있었다.

◇온누리상품권 구매 하늘의 별 따기 = 전통시장에서 물품을 구매할 때 사용하는 '온누리상품권'이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설 명절을 앞두고 전통시장 판매 촉진을 위해 지난 1일부터 이달 말까지 온누리상품권 개인 구매한도를 30만 원에서 50만 원으로 상향했다. 특히 오는 14일까지 2주간 할인율은 기존 5%에서 10%로 대폭 확대했다.

할인율과 구매한도가 대폭 늘어남에 따라 온누리상품권을 판매하는 금융기관에는 첫날부터 상품권을 저렴하게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창원지역 전통시장 인근에 위치한 한 금융기관에서는 2억 원어치 상품권이 판매 개시 이틀 만에 모두 소진됐다. 판매가 저조한 은행에서도 지난 8일 모두 소진되는 등 창원지역 내 금융기관 대부분이 특별할인 기간이 종료되기 전에 모두 팔려나갈 정도로 온누리상품권의 인기는 치솟았다.

온누리상품권을 판매하는 한 금융기관 관계자는 "구매고객 대부분이 40~50대 여성이다. 할인한도가 50만 원으로 늘어남에 따라 구매고객의 약 80%가 한도 금액인 50만 원어치를 사간다"고 밝혔다.

창원지역 한 은행 출입문에 온누리상품권이 모두 판매됐음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강해중 기자

◇설 대목 전통시장 온누리상품권 사용 늘어 = 실제로 설 대목을 앞두고 전통시장마다 온누리상품권을 사용해 제수를 사는 소비자들이 증가했다.

마산어시장에서 제수용 생선을 판매하는 백영석 씨는 "설 대목이어서 온누리상품권으로 생선을 사가는 사람이 많이 늘었다"면서 "평소보다 4~5배 정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건어물을 취급하는 상인도 "경기가 좋지 않아 예년보다 줄기는 했지만 그래도 상품권으로 물건을 사는 사람이 2배 이상 증가했다"며 "오늘도 15만~20만 원어치 상품권이 들어왔다"고 전했다.

경남지방중소벤처기업청 담당자는 "지난 2016년 설 명절 기간 10% 특별할인한 이후 2년 만에 할인율을 높였다"면서 "할인율 확대와 구매한도 상향으로 인해 구매자가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전국적인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경남지역에 할당된 수량이 대부분 소진돼 중기부에 추가 배부를 건의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애초 2500억 원 규모로 예상했던 시장 수요가 급증하자 특별할인 판매 규모를 4000억 원까지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은행 지점당 월 1억~2억 원 한도로 정했던 할인판매 규모도 공급물량과 재정여력 등을 감안해 한도초과 지점에 대해 3억 원으로 한도를 상향 조정했다.

◇특별할인 판매에 불법유통 우려도 = 이렇듯 온누리상품권이 품귀현상을 일으키면서 불법유통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상품권 환전 시 금융기관에서는 가맹점 등록자 여부 확인 외에 추가적인 확인 절차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 8일 한 언론매체는 "온누리상품권 10% 특별할인 판매 기간 시장 상인들이 가족을 시켜 대리 구입하고, 상인회에 환전을 요청하거나 상인 간 교환으로 현금화해 공돈 벌이로 전락하고 있다"라고 보도한 바있다.

경남에서도 직전 특별할인 기간이었던 2016년 118개 온누리상품권 가맹점이 불법유통으로 적발됐다. 경남중기청은 이 가운데 고의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 가맹점 12개소에 대해 가맹점 등록을 3개월간 취소했고, 소액이거나 고의성이 미약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한 점포 106개소에 서면경고 조치한 바 있다.

창원 시내 한 전통시장 상인회 ㄱ 회장은 "일부 사람들이 상품권을 물품 구입에 사용하지 않고 암암리에 가맹점으로 등록된 상인과 짜고 불법적으로 환전하는 일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자체 모니터링 △신고포상제 △현장 점검반 운영 △전통시장 상인회·금융기관 등에 공문 발송 등을 통해 온누리상품권 부정유통 근절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사전에 방지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경남중기청 관계자도 "사후 조치를 할 수 있지만 사전에 방지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가맹점 등록 상인들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ㄱ 상인회장은 "온누리상품권 불법유통은 전통시장 활성화에도 걸림돌이다. 정부가 불법유통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놓길 바란다"고 했다.

한편, 정부는 온누리상품권 불법유통으로 적발된 가맹점에 최대 20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가맹점 등록을 취소하는 등 제재를 가하고 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