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 두고 '발작증세' 드러낸 부류
한반도 처한 현실 안다면 그렇겐 못할 것

개막식 중계를 꼼짝 않고 앉아 끝까지 지켜봤다. 초조했다. 의장대가 태극기를 받아 게양할 때는 "저게 올라가다 줄이 잘못돼 끝까지 못 올라가지나 않을까", 드론을 숱하게 띄웠는데 "쟤네들끼리 오가다 서로 부딪치면 어쩌나", 심지어는 연아가 성화에 불을 붙이는데 "저 불똥이 애한테 튀면 어쩌나" 하는 걱정까지 들어 조마조마했다. 평소 내 신경의 줄이 유난히 가늘거나 망상의 병증이 깊어서는 아니다. 이른바 '매스컴'이라는 것들이 자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을 두고 벌이는 자해적 시선이 혹여 '불운'을 부를까 저어되어 손에 땀을 쥔 것이다.

그러나 두 시간이 넘도록 이어진 식전 공연과 개막행사는 신선한 발상과 놀라운 신기술, 참여자들의 헌신이 어우러져 이뤄낸 성공적 드라마였다. 안도했다. 한반도기를 받쳐 든 남북의 선수가 활짝 웃으며 입장하는 모습은 코끝 시큰한 감동이었고 그 추위에도 스탠드를 메운 관중의 태도 또한 자랑스러웠다. 출전 국가의 면적과 인구를 유심히 들여다보니 우리가 그리 작은 나라가 아니라는 발견도 새로웠다. 따져보면 하계올림픽과 동계올림픽, 월드컵 축구, 세계육상선수권 대회를 모두 유치해 치른 것은 미국이나 중국도 못 이룬 위업이다. 잘사는 유럽의 나라나 선진국으로의 진입을 꿈꾸는 중진국들이 나라의 품격을 높이고 국가 이미지와 브랜드를 널리 알리고자 메이저 스포츠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대회에 참가하는 수만 명의 선수단과 관람객이 낳는 경제 파급 효과와 관광·홍보를 생각하면 너나없이 탐낼 만한 이벤트인 것이다.

뒤져보니 그 4개의 메이저 대회를 모두 유치한 나라는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에다 이번에 우리가 더해진 것이더라. 그럼 그게 우리가 특별히 잘나 이뤄진 소출일까? 그간의 유치과정을 되짚어 보면 아이러니하게도 거기엔 우리의 최대 비극인 '분단'이 역할한 바 크다. "지구촌 유일의 분단국가이고 오랜 휴전상태이며 그러므로 전쟁의 위험이 엄존한 이 땅의 긴장을 완화하는 최상의 방법으로 스포츠와 그 정신의 고양을 통한 평화의…" 이런 읍소가 투표권을 가진 선량한 국가 제위의 선의의 눈물샘을 건드린 결과물로 얻은 바 큰 것이다.

사전에서 '발작'을 찾아보면 "어떤 병의 증세나 격한 감정, 부정적인 움직임 따위가 갑자기 세차게 일어남"이라 쓰여 있다. 이번 평창올림픽을 두고 벌인 야당과 쓰레기 언론의 태도는 발작적 증세로 보인다. "평창 망해라"가 내포된 것이 솔직한 심사가 아닌가 여겨질 정도다. 물론 빌미는 북한이고 트집은 단일팀으로 시작했다. 북한 선수를 편입해 단일팀을 꾸리는 것은 그간 출전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선수 개인의 출전기회를 줄이는 것일 수 있다. 그러나 IOC가 규정에도 없는 단일팀 제안을 수용하고 경쟁할 참가국들은 우리 팀의 정원을 늘려주는 특혜를 양해했다. 그들의 그런 결정이 올림픽 헌장 취지인 '공정한 경쟁'을 허투루 여겨 그런 것인가. 지난 연말만 해도 남북이 일촉즉발의 위기상태에 있었고 세계는 불안한 눈으로 반도를 바라보지 않았던가. 전쟁 가능성 때문에 올림픽 참가를 주저한다는 외신이 엄연했지 않았던가 말이다. 천우신조로 북한이 대화에 응하고 개성공단 폐쇄 이후 휴전선에서 확성기로나 겨우 소통하던 대화 채널이 복원되고 뱃길로 육로로 하늘로 길이 열려 마침내 그들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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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단일팀이 입장할 때 만장한 관중과 함께 일어나 환하게 웃으며 손뼉 치는 문재인 김정숙 김영남 김여정이 있다. 그리고 그 곁에 펜스와 아베가 굳은 얼굴로 앉아 있다. 이 한 장의 스틸은 한반도가 처한 현실을 압축적으로 설명한다. '평양올림픽'이라며 광광대는 기레기와 정치꾼들에게 묻는다. 너희들은 도대체 누구냐. 남의 집 잔치에 와 재를 뿌리는 저 교만하고 무례한 자들의 이익에 복무하는 물건들이었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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