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1·2심 판단 엇갈려, 재판부 부정청탁 판단 주목…뇌물로 인정하는 액수 관심

박근혜 정부의 몰락을 가져온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1심 선고가 열리는 13일 핵심 쟁점에 대한 재판부 판단에 관심이 쏠린다.

최 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1·2심 판단이 다소 엇갈린 만큼 최 씨 재판부가 어느 쪽과 궤를 같이할지도 주목된다.

법조계에 따르면 최 씨의 재판에서 가장 눈여겨볼 부분은 딸 정유라 씨에게 제공된 삼성의 승마 지원금 중 얼마가 뇌물로 인정되느냐이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삼성이 최 씨의 독일 회사인 코어스포츠에 용역비로 지급한 돈과 마필 및 차량 구매대금, 보험료 등 77억 9735만 원을 지급하고 135억 265만 원을 추가 지급하기로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의 1심 재판부는 이 가운데 차량 구매대금과 뇌물공여 약속액을 제외하고 용역비와 마필 구매대금 등 72억 9427만 원을 유죄로 인정했다. 마필 소유권이 삼성이 아닌 최 씨에게 있었다고 본 것이다.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인물인 '비선실세' 최순실 씨가 1심 결심공판을 마치고 휠체어를 탄 채 지난해 12월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검찰은 이날 최순실 씨에게 징역 25년과 벌금 1185억 원, 추징금 77억 9735만 원을 구형했다. /연합뉴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마필 소유권이 최 씨에게 넘어간 건 아니라며 용역비 36억여 원과 마필·차량의 무상 사용 이익만큼만 뇌물로 인정했다.

이처럼 마필 소유권을 근거로 1, 2심이 뇌물액수의 판단을 달리한 상황에서 최 씨 재판부는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삼성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낸 후원금 16억 2800만 원을 뇌물로 볼지도 관건이다.

특검팀은 삼성이 현안인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을 도와달라는 부정한 청탁과 함께 그 대가로 제3자인 영재센터에 후원금을 낸 것으로 보고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했다.

이에 대해 이 부회장 1심은 승계작업이라는 포괄적 현안에 대한 묵시적인 청탁이 있었다고 보고 영재센터 후원금을 뇌물로 판단했다. 그러나 2심은 승계작업의 존재도 인정할 수 없고, 박 전 대통령이 승계작업 추진을 인식하고 있었다고도 볼 수 없다며 이 부분 역시 무죄 판단했다.

검찰과 특검팀이 '사초(史草) 수준'이라고 높이 평가한 안종범 전 수석의 업무 수첩에 대해 증거능력(엄격한 증명의 자료로 사용될 수 있는 법률상 자격)을 인정할지도 관심이다. 증거능력이 없는 증거는 그 내용의 진실성이 인정되더라도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증거능력이 인정되면 증명력(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의 실질적 가치)을 따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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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회장 1심은 수첩 내용의 진실 여부와 관계없이 일단 적어놓은 자체는 하나의 사실이라며, 박 전 대통령이 안 전 수석에게 지시한 내용,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에 있었던 대화의 내용을 인정할 '간접 증거'로 인정했다.

하지만 2심은 수첩이 간접 증거로 사용되면 "우회적으로 기재 내용의 진실성을 인정하는 증거로 사용되는 결과가 된다"며 증거능력 자체를 부인했다.

최 씨 사건을 맡은 형사22부는 앞서 삼성을 압박해 영재센터에 후원금을 받아 낸 혐의(직권남용 등)로 기소된 최 씨 조카 장시호 씨의 재판에서 안 전 수석의 수첩 기재 내용 등을 토대로 장 씨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검찰은 재판부가 같은 만큼 최 씨 사건에서도 안 전 수석 수첩의 증거능력을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 씨의 혐의 중 K스포츠재단의 하남 체육시설 건립 비용 명목으로 롯데그룹에서 70억 원을 받아 낸 것이 뇌물로 인정될지도 관건이다.

검찰은 롯데가 면세점 신규 특허 취득을 도와달라는 부정한 청탁을 청와대에 하고, 그 대가로 K재단에 돈을 지원했다는 입장이다. 재판부가 이를 유죄로 인정하면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타격을 입게 된다. 다만 롯데가 70억 원을 돌려받은 데다 최 씨 측의 요구가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형량이 무겁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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