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계에도 설마했던 일이 사실로 드러나"
"같은 연극인으로 씁슬"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 이윤택 예술감독 없이 진행할 듯.

우리나라 연극계를 대표하는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이윤택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과거 배우를 성추행한 사실이 폭로되면서 경남 연극인들도 충격에 빠졌다.

이윤택 감독은 부산 태생으로 주로 서울에서 활동하지만 경남과도 인연이 깊다. 그는 밀양연극촌을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지금도 연극촌 이사장과 예술감독으로 매년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를 주도한다. , 김해시 생림면 도요마을에 도요창작스튜디오를 만들었고, 지난해에는 경남연극제 심사위원도 맡는 등 경남에서 활동도 두드러진다.

이윤택 예술감독의 성추행 사실은 서울에 있는 극단 미인 김수희 대표가 14일 새벽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폭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김 대표는 10년도 전에 지역 공연 숙소인 어느 여관방에서 이윤택 예술감독에게 노골적인 성추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글 첫 머리에는 고은 시인의 성추행 사건 이후 쏟아져 나온 미투(me too. 나도 그랬다) 해시태그가 달렸다. 이에 연희단거리패 측에서 이윤택 예술감독이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으며 이후 모든 연출 활동을 중단한다고 밝히면서 간접적으로 성추행 사실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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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윤택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연합뉴스

이 소식을 접한 경남 연극인들은 먼저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으로는 그동안 소문이 사실로 확인돼 씁쓸하다는 이도 있었다.

한 경남 연극인은 "(고은 시인 사태에 이어)연극계에서도 설마 했던 일이 터진 것"이라며 "경남 지역에서 그런 일(성추행)이 있었는지 아는 바 없지만, 그럼에도 충격적인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연극인은 "그동안 소문은 들었던 거 같은데, 그게 사실이어서 깜짝 놀랐다""같은 연극인으로 참,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이참에 연극계도 '이런 일들을' 드러내고 정리해야 한다는 주문도 있었다.

한 경남 연극인은 "같은 연극인으로 씁쓸한 생각뿐"이라며 "위계질서가 엄격한 연극계인 만큼 비슷한 일들이 더 있을 수 있으니 이번 기회로 잘 정리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윤택 예술감독이 활동중단을 선언하면서 그와 관련된 도내 연극 행사도 어느 정도 차질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2001년부터 시작해 경남 주요 연극제로 자리 잡은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가 있다. 초기부터 그가 주도해 이끌어온 행사다. 하지만, 올해는 이윤택 예술감독 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하용부 밀양연극촌 촌장은 14"(이윤택 예술감독) 자신이 스스로 전부 내려놓기로 결론을 내렸다""하지만, 축제는 밀양시 정책과도 관련이 있는 만큼 그가 없더라도 행사 자체는 예년대로 잘 준비해서 치러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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