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공장 폐쇄에 불안감 가중…정규직도 대응책 논의

한국지엠이 군산공장 폐쇄 결정을 하면서, 창원공장에도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구조조정에 가장 불안할 수밖에 없는 이들은 바로 비정규직 노동자다. 금속노조 한국지엠 창원비정규직지회는 지난해 11월 13일부터 비정규직 노동자 총고용을 보장하며 창원공장 식당 앞에서 천막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총고용 보장 요구 천막농성, 100일 앞둬 = 20일이면 비정규직 노동자 천막농성 100일을 맞는다. 조합원끼리 매일 돌아가며 농성장을 지키고 있다. 정상민(34), 최선재(33) 한국지엠 창원비정규직지회 조합원은 고향이 아닌 농성장에서 설을 보냈다. 이들은 지난달 업체가 폐업하면서 일자리를 잃었다.

지난달 말 하청업체 2곳이 폐업하면서 비정규직 142명이 해고 통보를 받았다. 신규 업체는 정규직이 맡은 인소싱 공정 인원(46명)을 제외한 공정에 비정규직 노동자 100여 명을 신규로 채용했지만, 여기에 해고된 비정규직지회 조합원은 응하지 않았다. 신규 업체가 단기 계약직으로 채용을 진행해 비정규직지회 조합원은 고용, 근속, 노동조건 등 승계를 요구하며 반발했다.

2005년 12월에 입사한 정상민 씨는 지난 1월 31일 자로 해고됐다. 3년간 단기 계약직으로 일하다 이후 장기 계약직으로 일했다. 그는 "설도 중요하지만, 생존권이 더 중요하다. 명절 보내는 심정이 착잡하다. 가족이 걱정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명절 연휴여서 식당도 문을 닫고, 식사를 어떻게 할지 고심했는데 가족과 설을 보내는 조합원이 농성장에 명절 음식을 보냈다. 최선재 조합원은 2006년 2월 학비를 벌려고 창원공장에 입사했다가 지난달 해고 전까지 12년 일했다. 최 씨는 "작년까지만 해도 설에 가족과 함께했는데, 올해 설은 이렇게 천막 농성장에서 보내게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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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속노조 경남지부 한국지엠 창원비정규직지회가 지난 11월 13일부터 한국지엠 창원공장 식당 앞에서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사진은 16일 설 당일 농성장 모습./금속노조 경남지부 한국지엠 창원비정규직지회 최선재 조합원 제공

군산공장 폐쇄 소식에 씁쓸한 현실을 담담하게 말했다. 최 씨는 "비정규직은 그런 뉴스(군산공장 폐쇄)가 나오면, 더 심리적으로 위축된다. 비정규직이 먼저 해고되고, 쫓겨나는 게 너무 슬프다"며 "군산공장 정규직 희망퇴직 받아서 다 정리가 안 되면 (창원공장 등에) 전환 배치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하는데, 그러면 여기서 일하는 비정규직은 쫓겨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 씨도 "어쩌면 정규직 노조가 인소싱 철회 안 된다고 한 게 이런 부분까지 예상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더 많은 비정규직 일자리가 정규직으로 대체하는 인소싱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지난 13일 창원비정규직지회에는 희비가 교차했다. 한국지엠 부평·군산공장 사내협력업체 소속 비정규직 45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서 승소한 것이다. 이에 따라 비정규직 직원 45명이 사실상 한국지엠 정규직 신분임을 인정받았다. 창원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는 같은 판결을 받을 거라는 기대를 걸고 있다. 창원 비정규직 노동자 38명이 2차, 119명이 3차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하지만, 이날 군산공장 폐쇄 결정이 났고, 법원은 한국지엠이 창원공장 인소싱 공정에서 일하다 해고된 조합원 38명을 대상으로 낸 공장 출입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정규직 노조, "경영진 퇴진" 요구 =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는 지난 14일 군산공장에서 1500여 명과 함께 군산공장 폐쇄 철회 집회를 했다. 정규직 노조인 한국지엠지부 창원지회 소속 60여 명도 함께했다. 이날 한국지엠지부는 창원·군산·부평·보령 등 확대간부 합동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한국지엠지부는 오는 22일께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총파업을 포함한 세부 계획을 논의하고, 지난해 11월에 만든 '30만 일자리 대책위'를 가동해 대응 방향을 정할 방침이다. 한국지엠 경영진 퇴진운동도 진행하겠다고 했다.

창원지회 박정찬 정책실장은 "지엠 자본이 일방적으로 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군산뿐만 아니라 창원공장에서도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앞으로 창원공장 물량 축소도 예상되기에 조합원이 총결집해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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