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 경찰서 부청문관 허위 여론 보고서 작성해 '파문'

경남경찰청 소속 한 여경이 1인 시위를 하며 '성추행 신고를 도왔다고 갑질·음해당했다'고 한 주장이 사실로 확인됐다. 그런데도 여경이 근무하는 경찰서에서 '허위 여론 보고서'를 작성해 파문이 더 커지고 있다.

◇경찰청, 갑질·음해 당한 사실 확인 = 경찰청 감사관실은 "이번 사건 경위와 제기된 의혹을 조사한 결과 감찰·중간관리자 등 소극적인 업무자세로 해당 경찰관(신고조력자)의 신원이 노출됐고, '신고조력자가 사건을 조작했다'는 허위 소문 등으로 말미암아 2차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감사관실은 "관련자들을 '시민감찰위원회'에 넘겨 징계 등 상응하는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며 "모두 7명이 시민감찰위 심의가 필요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감사관실은 이르면 2월 말, 늦어도 3월 초에는 시민감찰위를 열 계획이다. 또 3월까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한 모든 징계 절차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시민감찰위는 변호사·교수·시민단체 등 11명으로 구성돼 있다.

감사관실 관계자는 "성비위에 대한 처벌뿐만 아니라 피해자 보호에 대해서도 그 어느 때보다 무겁게 인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찰청은 앞으로 성비위 피해자뿐만 아니라 '신고자'도 피해자에 준해 보호하고 2차 피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와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경찰청 감사관실이 여경의 피해 사실을 확인한 날인 지난 14일 이 여경이 근무하는 경찰서 청문감사관실 부청문관(경위)은 경남경찰청 한 감찰관 부탁을 받고 'ㄱ 경찰서 직원여론'이라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 보고서는 부청문관이 실수로 피해 여경에게 보내면서 외부에 알려졌다. 보고서에는 "대부분의 직원이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성 비위 제보와 별건으로 방치 차량 신고를 받고 출동하지 않아 문제가 된 부분에 반성은 하지 않고 자기주장만 과하게 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이제 그만둬도 될 텐데 경찰서로 전입해 와서 경찰서 이미지만 나빠졌다", "경찰청과 경남경찰청의 부담과 책임을 덜기 위해 시민감찰위에 판단을 맡기는 일도 올바르지 않다는 여론이 상당하다"는 내용도 있다.

이 경찰서 관계자는 "부청문관이 올렸던 내용은 경찰서 전체 직원에게 의견을 묻거나 확인한 내용은 아니다. 평소 들었던 이야기를 스스로 정리한 것"이라며 "공식 보고 절차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상 보고서로 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피해 여경 "결재한 이도 책임져야" = 이에 대해 당사자인 여경은 "나를 두 번 죽이려고 한 거다. 더구나 현재 내가 몸담고 있는 경찰서에서 벌어진 일이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심정"이라며 "개인적으로 판단했을 때 '여론 보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닌 것 같고, 내가 1인 시위를 한 이후 여러 번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문제는 감찰로 그칠 일이 아니라 철저한 수사를 통해 보고서 작성 의도와 용도를 구체적으로 밝혀내야 한다"며 "여론 보고 형식을 취했기 때문에 부청문관 혼자 보고서를 작성하지는 않았다고 본다. 보고를 받고 결재를 한 사람도 밝혀내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징계와 별도로 합당한 형사 처벌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경남경찰청 관계자는 "이번 문제와 관련해 제3의 기구 등 어느 누가 보더라도 수긍할 수 있는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사실확인 조사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며 "징계 여부는 조사가 끝나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상희 김해시 직장내성희롱대책위원회 공동대표(김해여성회 회장)는 "이번 경찰청 조사 결과는 은폐된 성희롱 문제 처리에 대한 경찰의 성찰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19일 대책위 회의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문제제기를 한 여경에 대한 '지지의 조직문화 확보'와 원만하게 일할 수 있는 노동권이 확보되는지도 지속적으로 지켜볼 것이다. 앞으로 여경 권익향상과 고통처리가 실질적으로 이뤄지는 방안도 모색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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