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촌장 "성폭행 없었다, 연극촌 이사회 해체한다"

사단법인 밀양연극촌 이윤택 이사장에 이어 하용부 촌장(중요무형문화재 제68호 밀양백중놀이 예능보유자)도 성추행·성폭행 논란에 휩싸이면서 밀양시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8일 자정 무렵 디시인사이드 연극 뮤지컬갤러리에 하 촌장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윤택 연출가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피해자의 두 번째 글이다.

그는 이윤택 연출가 이전에 하 촌장에게도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2001년 제1회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가 열리던 때, 하 촌장이 산책이나 하자며 신입 단원이던 자신을 데리고 가 연극촌 옆 천막에서 성폭행을 했다는 내용이다. 글쓴이는 평소 하 촌장이 어린 단원들에게 다정하게 대했기에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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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양연극촌 하용부 촌장./경남도민일보DB

19일 오후 4시 30분 밀양시 부북면에 있는 밀양연극촌에서 하 촌장을 만나 심경을 들어봤다.

-성폭행한 내용이 폭로됐는데, 사실인가.

"성폭행한 적 없다. 조사가 이뤄지면 그에 응당한 내 죄를 처벌받을 것이다."

-그럼 성추행은 있었나.

"정말 면목이 없다. 했든 안 했든 이러쿵저러쿵 말이 나왔단 사실 자체로 더는 변명할 여지가 없다. 인간문화재·무형문화재와 연관된 다른 분들 이미지를 손상한 것에 책임을 지겠다."

-책임을 진다는 건 무슨 뜻인가.

"다 내려놓겠다. 밀양연극촌장은 물론이고 무형문화재도 모두 내려놓겠다. 그게 당연하다."

-이윤택 이사장처럼 공개적으로 사과할 생각은 없나.

"이른 시일 내에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겠다."

-현재 심정을 솔직히 말해달라.

"참담하다. 한 부분에 열정을 갖고 살았다. 추하게 나이 먹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며 살았는데…."

-밀양시가 연극촌 무상 위탁·운영 계약을 해지했다.

"시 입장은 당연하다. 큰 물의를 일으켰는데. 시민과 함께 키워왔던 연극촌인데, 부도덕한 일로 시민들에게 피해를 줘 머리 숙여 사죄한다. 연극이 주는 희망적인 부분도 있는데, 다른 연극인들에게 피해가 없었으면 좋겠다."

-밀양연극촌 이사진 5명 중 2명이 성추행 논란에 연루돼 올해 진행할 연극촌 행사들이 엉망이 됐다.

"밀양시장이 연극촌에 많은 기대를 하고 진행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그런 발전 방향에 편승하지 못하고 물의를 빚어 너무 죄송하다. 현재 이사회를 해체하고, 밀양시와 연극인들이 새로운 이사회를 구성해 힘을 합쳐 연극촌을 이끌어나가 주길 바란다."

이날 이윤택 연출가는 오전 10시 서울 30스튜디오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밀양연극촌과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를 더는 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밀양시가 하루빨리 연극촌 운영자와 축제 진행자를 조직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애초 하용부 촌장은 이윤택 연출가 성추행 폭로가 나온 14일 "축제는 밀양시 정책과도 관련이 있는 만큼 그가 없더라도 행사 자체는 예년대로 잘 준비해서 치러낼 예정"이라고 밝혔었다. 하지만, 이사장과 촌장이 성폭력 폭로로 물러나면서 연극촌을 운영하던 사단법인 밀양연극촌은 선장과 일등항해사를 잃은 배 신세가 됐다. 밀양연극촌에 합숙하며 연습하던 연희단거리패도 19일 해체됐다.

밀양시는 그동안 무상으로 밀양연극촌을 위탁 운영·관리 해오던 것을 19일 계약 해지하는 강력한 조치를 취했다. 시는 당분간 연극촌 시설 운영 문제 등을 검토하고서 추후 어떻게 운영해나갈지 결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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