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거제, 정부 출범 후 보수·진보 표심 흡수 기류
거창, 현직 입당…함안, 한국당 현 군수 불명예 '호재'

6·13지방선거 경남 전체를 아우르는 최대 관전 포인트는 지난 1990년 3당 합당 이후 특정 보수 정당이 득세해 온 경남 정치에 균열이 나느냐 마느냐에 있다는 시각이 많다.

특히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이 촉발한 촛불 시민혁명,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 등 일련의 과정 속에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킨 더불어민주당이 경남에서 얼마나 약진하느냐에 관심이 쏠린다.

민주당은 군사독재 정권 이후에도 3김(三金, 김영삼·김대중·김종필)으로 대표되는 인물 중심 지역주의 정치 구도 속에 이른바 '전라도당'이라는 굴레를 덮어 써 경남에서 세력확장이 쉽지 않았다. 창원, 거제 등 노동자층을 중심으로 한 진보 정당에도 지역 내 제1야당 자리를 내 준 세월도 길다.

하지만 이번에는 지난해 대선 이후 40%대를 오가는 지역 내 정당 지지도가 여전히 굳건하고 문 대통령을 향한 국정 지지도 역시 높게 나타나면서 선거 승리에 자신감이 한껏 커지고 있다. 이 덕에 시장·군수 후보 '한 명' 내기도 어려웠던 지역에 경선 경쟁자가 몰리는 현상까지 나타나 도당은 한껏 고무된 표정이다.

◇낙동강 벨트 동남해안 벨트로 확장? = 예부터 민주당의 경남 선거 전략으로 거론된 게 '낙동강 벨트 사수'다. 국회의원 선거구를 중심으로 낙동강을 낀 양산과 김해 갑·을 지역 후보를 반드시 당선시킨다는 목표에서다.

이는 지방선거도 마찬가지인데 핵심지는 '김해'다.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 김맹곤 전 시장이 도내 유일 민주당 기초자치단체장으로 당선되고, 김 전 시장 낙마 이후 같은 당 허성곤 시장이 당선한 점에서 김해는 이제 완연한 민주당 우세지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노무현 전 대통령 고향인 데다 부산과 창원 사이에 자리한 지리적 조건 덕분에 이들 두 도시의 팽창하는 인구를 수용할 신도시 개발, 이로 말미암은 젊은 층 유입이 많은 점이 주요인으로 풀이된다. 원도심 토박이를 중심으로는 김대중 전 대통령 본관(本貫)이 김해인 까닭에 국민의 정부 때 이 지역 발전이 가속화한 점을 높이 사 민주당을 지지하는 기류도 무시할 수 없다.

덕분에 오는 6·13지방선거도 공윤권·송재욱·허성곤·허점도 등 민주당 후보가 많은 반면 자유한국당 등 보수 계열 후보는 쉽사리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형국이다.

김해 여파는 이제 양산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양산은 부산과 울산에서 젊은 층의 급격한 유입으로 정치 지형도 재편되고 있다. 높은 지지율을 자랑하는 문 대통령 사저가 자리한 지역이라는 정치적 함의도 민주당 시장 후보 당선 가능성을 크게 만드는 한 요인이다. 강태현·권영훈·김일권·박대조·심경숙·임재춘·조문관·최이교 등 민주당 소속 후보는 넘치지만 한국당이나 바른미래당 후보는 왜소한 구도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 바람은 이제 이들 낙동강 벨트를 넘어 동남해안권으로 확장하는 모습을 띤다. 창원과 거제가 대표적이다. 전통적인 보수 지지세력과 진보정치 세력이 양분해오던 이들 지역 내 기류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중간 지대인 민주당으로 쏠리는 현상으로 보이고 있어서다. 창원도 이전까지 시장 후보 두 명 이상 내기 어려운 지역이었지만 지금은 이기우·전수식·허성무 세 사람이 출마를 준비해 경선이 유력한 지역으로 꼽힌다.

정통 민주당 인사에 보수세 확장에 따른 전략적 영입 인사 등 출마자들의 정치적 스펙트럼도 넓어 후보 확정 뒤 당내 화합만 잘 이뤄진다면 이전과 달리 한국당 후보와 대등한 경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거제 또한 문 대통령 출생지라는 정치적 함의에 더해 변광용·장운 등 정통 민주당 인사, 김해연 등 진보 정당 출신 인사, 문상모·지영배·옥정희 등 중도 보수 계열로 확장성이 큰 인사들이 대거 출마한 점에 비춰 후보 확정 후 화학적 결합만 잘 이뤄진다면 승산이 크다는 계산이다. 여기에다 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권민호 거제시장 측면 지원까지 더해진다면 낙동강 벨트의 동남해안 확장은 꿈이 아닐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거창·함안도 주목 = 동남해안 벨트같이 노무현-문재인 전·현 대통령과 연관성, 젊은 층 유입이 많은 도시 지역이라는 특성 없이 농촌 지역임에도 민주당 군수 후보군이 많은 지역으로 거창과 함안이 눈에 띈다.

양동인 군수 입당으로 점차 민주당 세력 확장이 진행 중인 거창은 양 군수 외에도 김기범 전 일본 수도대학 객원연구원, 이곤섭 교도소반대범대위 상임대표 등이 출마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다. 군 단위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군이 한국당 후보군과 수가 비슷하거나 같은 일은 좀체 보기 어려운 일이다. 현직 군수에 지역 최대 현안에 지속적인 목소리를 내 온 활동가 등 후보군 면면도 한국당에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거창과 마찬가지로 민주당 후보군이 3명이나 되는 함안도 주목할만하다. 비록 한국당 후보군 대비 그 수가 적은 편이나 후보 한 명 내기도 벅찼던 지난날에 비하면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함안도 창원 등지로 출퇴근하는 젊은 층 인구 유입이 늘어나고 있는 데다 한국당 소속 현 군수가 뇌물 수수 혐의로 불명예 퇴진한 점이 민주당으로서는 호재다.

문재인 정부와 당을 향한 지지세를 극대화하고 한국당 심판론에 불이 붙으면 민주당 소속 함안군수도 기대해봄 직하다는 게 정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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