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인과 톡톡]박수현 마산자유무역지역기업협회장
사업에서 중요한 건 '정보'...공유·전파 역할 수행할 것
정부·지자체로부터 '혜택'...지역사회와 관계 강화 당연

박수현(66) 대신금속 대표이사는 지난해 10월 17일 마산자유무역지역기업협회 제20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취임 뒤 올해 1월 말에는 국내 7개 자유무역지역 입주기업을 묶은 협의회도 처음으로 발족했다. 협의회 초대 회장은 국내 최대 자유무역지역 입주기업 모임 수장인 박 회장이 맡았다. 마산자유무역지역은 1970∼80년대까지 경남과 한국경제 주요 축이었지만 일본·미국 자본의 잇따른 철수, 2013년 노키아 철수까지 이어져 현재 모습은 과거 영광과는 차이가 크다. 

2016년 총선 때에는 자유무역지역 시외 이전 공약까지 나와 지역사회에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예전보다는 규모가 축소됐지만 박 회장은 과거가 아닌 현재를 직시하면서 변화와 혁신, 이를 위한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최근 협회 사무실에서 박 회장을 만나 취임 뒤 느낀 소감과 협회 발전 방향 등을 들어봤다.

- 마산자유무역지역의 과거와 현재 위상이 어떻게 달라졌다고 보는가?

"1970년대, 80년대만 해도 수출 1억 달러 달성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하지만 지금은 창원지역 대기업도 아닌 중견 자동차부품회사가 1억 달러 이상을 수출한다. 그간 우리나라 무역 규모는 엄청나게 커졌고, 이제는 글로벌 시대다. 글로벌 시대에 예전과 같은 영광만을 생각해서는 안 된다. 너무 과거 영화에만 사로잡혀 있어서 그렇지 지금도 우리 지역 내 입주기업의 수출 비중은 다른 산업단지보다 높다. 평당 수출액도 창원산단보다 더 많다."

- 취임 당시 '기업활동에 실제 도움이 되는 사업을 발굴·추진해 지역사회와 입주기업의 지속적인 발전과 경쟁력을 창출하는 산업 환경 조성에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취임하고서 느낀 점과 앞으로 협회 활동 방향을 간략히 말해달라.

"자유무역지역 내 입주기업 모임이지만 결국 개별 기업이 우선이다. 기업 각자가 생존하고 발전하고자 뛰어야 한다. 물론 기업 대표에게는 정보가 무척 중요하다. 사업에는 정보 싸움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 협회는 이런 정보를 서로 공유하고 알려주는 역할을 할 예정이다. 과거 필름 분야 글로벌 넘버원이던 코닥필름은 사실상 망했다. 하지만 2·3위이던 후지필름은 필름을 만들며 쌓은 노하우를 다른 사업 분야로 빠르고 대담하게 전환하면서 최근 창사 이래 최대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 제대로 시장 예측을 하고 변화·혁신하는 게 그만큼 중요하다. 요즘 첨단 분야 벤처기업 혹은 신산업 분야 창업, 창업을 많이 내세우는데 기존 기업을 조금만 도와주면 새로운 경쟁력을 충분히 갖출 수 있다. ㈔자유무역지역입주기업협의회도 그 연장선에 있다. 비슷한 처지에 있는 전국 7개 자유무역지역 입주기업들이 정부에 건의를 할 때 창구를 일원화하고, 사업을 하면서 겪는 어려운 점과 상대적으로 뒤처진 지원책 해소 방안 등을 함께 논의하고자 올해 1월 말 창립했다."

박수현 마산자유무역지역기업협회장이 경남도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

- 회장 취임 뒤 느낀 아쉬운 점은 없는가?

"마산자유무역지역 내 기업들이 너무 자기 사업에 갇혀 다소 등한시한 게 있는 것 같더라. 이 지역 내 입주기업이 땅값(자유무역지역 내 땅은 모두 국가 소유이고 건축물만 사유재산으로 인정한다)과 값싼 공장 임대료 등 정부와 자치단체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았다. 그런데 지역주민과 아예 관계없는 것처럼 해온 점은 없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 스스로 바깥 공간과 사람들에게 너무 폐쇄적이지 않았는지 말이다. 인근 지역 주민이 '저 사람들은 저기에서 뭐하는데?'라는 말을 한다면 그건 문제다. 그래서 지역사회와 관계를 더 돈독히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인근 지역 발전에 이바지할 방법을 고민하고 입주기업체들을 설득해 함께하고자 한다."

- 도내 초기 뿌리산업 대표 주자로 알고 있다. 운영 중인 대신금속(창원 의창구 팔룡동 본사·마산회원구 마산자유무역지역 내 3개 공장)·㈜경남금속(창원 성산구 신촌동)·㈜디에스아이·알코(경북 영천) 등도 알루미늄을 원재료로 한 뿌리산업 기업들이다. 국내 뿌리산업에 대해 할 말이 많을 것 같다.

"잘 물어봤다. 소재산업은 크게 돈은 안 되면서도 잘 죽지 않는다. 그래서 뿌리다. 뿌리는 눈에 띄지 않지만 꼭 필요하다. 그만큼 축적된 기술력도 있다. 뿌리가 있어야 싹을 틔우고 줄기와 잎도 생기고 꽃을 피우지 않는가? 사람들이 뿌리산업을 공해산업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로만 인식하며 그 중요성을 잘 모르고 우습게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대신금속 예만 들어보겠다. KTX를 국산화한 KTX산천을 현대로템이 개발하는데, 객차와 객차를 연결하는 고리가 중요했다. 우리가 그걸 담당했다. 우리가 개발 않고, 만들지 않았으면 값비싼 프랑스 제품을 지금도 수입해서 썼을 것이다. 당시 프랑스 업체에 맡겼다면 예정 개발일과 납기일을 절대 못 맞췄다. 현대로템 얘기로는 당시 그 사업의 10대 주요 제품 중 3개가 우리 것이라고 했다. 뿌리산업은 산업 곳곳에서 이만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소재산업을 두고 공해산업이라는 인식이 너무 강한데, 최근에는 우리도 분진·환경문제에 신경을 많이 쓴다."

- 끝으로 인근 지역민, 더 넓혀서 경남도민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마산자유무역지역은 국비를 비롯해 경남도비와 창원시비가 투입된 곳이다. 적지 않은 세금을 들였다. 그래서 더 활성화해야 할 책임이 있다. 표준공장이 더 들어서고 괜찮은 기업이 더 많이 입주하면 지금보다는 더 활성화할 것이다. 예전의 엄청난 영광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가성비 높은 기업들이 많으니 관심을 두고 지켜봐줬으면 한다. 그리고 지역주민, 창원시민, 경남도민과 더 어우러지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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