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학살' 다룬 다큐멘터리 유튜브서 삭제돼
구자환 감독 "어떤 사실도 통고 받은 적 없어…대답 기다리는 중"

한국전쟁 당시 국민보도연맹 관련 민간인 학살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레드툼>(2013)이 유튜브에서 '사라졌다'.

영화를 만든 구자환 감독은 2016년 1월 더 많은 이들이 보게 하겠다며 유튜브를 통해 영화를 공개했다. 현재 영화 링크에 접속하면 '서비스 약관을 위반하여 삭제된 동영상'이란 문구가 뜬다.

유튜브 약관 7조 계정 해지 정책은 "포르노, 음란물 또는 과대 용량을 비롯하여 콘텐츠가 저작권 침해 이외의 사유로 본 약관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결정할 권한"이 있다며 "언제라도 사전 통지 없이 단독 재량으로, 본 약관에 위배되는 자료의 제출 시, 해당 콘텐츠를 제거하거나 이용자의 계정을 종료시킬 수 있다"고 적고 있다.

그런데 굳이 삭제가 아니라 '사라졌다'는 표현을 쓴 것은 일반적인 삭제라 보기엔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구 감독의 말에 따른 것이다.

구 감독이 삭제된 사실을 안 것은 <미디어 오늘> 기자를 통해서다. <미디어 오늘>은 22일 자로 낸 "15세 등급 '민간인 학살' 다큐, 유튜브에서 왜 사라졌나"란 제목의 기사에서 다음과 같이 적었다.

"구자환 감독의 '레드툼'은 본인이 만든 독립영화이기 때문에 저작권을 위반했을 수 없다. 또한 국내 영상물 등급 심의에서 '15세 이상 관람가' 결정을 받는 등 선정성, 잔혹성, 폭력성이 과도하다고 보기 힘들다. 유튜브는 19세 이상 관람가 영상의 경우 성인인증을 통해 영상을 시청하게 한다는 점에서 이보다 낮은 등급을 받은 영화를 삭제할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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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현재 유튜브 영화 <레드툼> 링크 화면. 서비스 약관을 위반해 삭제된 동영상이란 문구가 있다. / 유튜브 홈페이지 캡처

유튜브 정책 중 '커뮤니티 가이드 위반 경고 기본사항' 항목에는 약관상 삭제할 수 있는 커뮤니티 가이드 위반 항목과 관련 "과도한 노출이나 성적인 콘텐츠, 폭력적이거나 혐오감을 주는 콘텐츠, 유해하거나 위험한 콘텐츠, 증오성 콘텐츠, 위협, 스팸, 오해의 소지가 있는 메타데이터 또는 사기 의도가 포함된 동영상이 포함되지만 이에 국한되지는 않는다"고 돼 있다.

이어 "커뮤니티 가이드 위반과 관계없이 동영상 게시자의 안전, 당사자의 개인정보 침해 신고, 법원 명령 또는 다른 의도하지 않은 문제 등의 이유로 인해 콘텐츠가 삭제될 수도 있고, 이러한 경우 업로더는 경고를 받지 않으며 계정에 어떠한 불이익도 없다"고 적고 있다.

만약 폭력, 선정성 등 일반적인 삭제 사유가 아니라면 '다른 의도하지 않은 문제'일 수도 있다. 그런데 구 감독은 한국어 버전, 영어 버전을 동시에 공개했는데, 같은 영상이지만 영어 버전은 삭제되지 않았다. 구 감독이 더욱 이상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미디어오늘>이 보도한 같은 기사에서 유튜브 쪽은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다고 판단되는 영상 삭제 후 해당 사실을 사용자에게 고지하며, 가이드라인 위반 사항도 함께 전달하고 있다. 커뮤니티 회원들의 신고로 유튜브 담당자가 검토하고 게시 중단한 동영상은 한 개 이상의 약관을 위반 했을 수 있다"고 밝혔다.

구자환 감독은 23일 오후까지 이메일로든 유튜브 계정으로든 어떤 사실도 통고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유튜브 정책상 삭제된 영상과 관련해 항소할 수 있는 링크가 제공되지만, <레드툼>은 그런 것도 없었다"며 "현재 유튜브 쪽에 직접 연락해볼 방법이 없어 계정과 이메일을 통해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구 감독은 항의의 뜻으로 영어 버전까지 유튜브에서 삭제하고, 다른 동영상 플랫폼인 비메오(Vimeo)에 영화를 공개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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