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지사 권한대행 앞으로 배달 "모두의 문제임을 알리고 싶었다"

경찰이 협박 등의 혐의로 수사에 나섰던 경남도지사 권한대행 등에게 보내진 방사능 오염물질을 알리는 소포는 환경단체의 기획 퍼포먼스로 확인됐다.

최근 '대전시민 일동'이라는 발송자가 '한경호 도지사 권한대행' 앞으로 경남도청에 보낸 소포 신고를 받고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이 발송자는 전국 지방자치단체장, 행정안전부 장관 등 27명 인사에게도 같은 소포를 부쳤다. 앞서 지난 19일에는 영광에서 청와대, 국무총리실, 원자력안전재단 등 60곳에 비슷한 소포가 보내졌다.

경남도지사 권한대행 앞으로 온 소포는 지난 23일 오전 9시 42분께 도지사 비서실에 배달됐다. 도지사 권한대행에게 온 소포에는 방사능 위험 물질을 알리는 표시가 그려진 노란색 깡통과 유인물이 함께 들어 있었다. 유인물에는 "이 상자는 핵발전소가 있는 지역에서 보내는 판도라의 상자"라며 "핵발전소에서 나온 핵 쓰레기가 들어 있다. 인간을 포함한 동식물에 해롭지 않은 안전한 상태가 될 때까지 10만 년간 밀봉해서 보관해야 하는 방사능 덩어리"라고 경고했다.

지난 22일 '대전시민 일동'이 한경호 경남도지사 권한대행에게 보낸 소포 모습. 방사능 오염물질을 알리는 깡통과 핵 쓰레기 위험성을 경고하는 유인물 등이 들어 있었다. /우귀화 기자

창원우체국은 이날 부산지방우정청 지시에 따라 물건을 회수해 경찰에 신고했다. 창원중부경찰서는 소포를 감식까지 했지만 방사능은 검출되지 않았다.

방사능 소포 논란이 일자 원불교환경연대, 핵재처리실험저지30㎞연대 등은 23일 원자력발전소 방사능 누출사고가 있었던 '후쿠시마 7주기'를 맞아 '핵 쓰레기를 나누다' 소포 배달 퍼포먼스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프로젝트팀은 "핵발전소가 위치한 지역(경주 월성핵발전소 임시저장소와 영광 한빛핵발전소 임시저장소)에 있는 주민들의 가슴 아픈 이야기와 절박한 심정을 알리고 우리 모두의 문제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핵발전소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사람들에게 (모형) 핵 쓰레기 깡통을 전달해 함께 생각해보자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프로젝트팀은 '민원성 소포'에 과잉 대응하는 문제도 지적했다. 프로젝트팀은 "1차로 보낸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실에서 경찰에 신고하고 수사를 의뢰해 조사에 나섰다는 소식은 충격이었다. 발송인 연락처가 있음에도 당사자에게 확인하지 않고 '형사사건'으로 만들어버린 것이 상식적인 대응이었는지 묻고 싶다"며 "핵 쓰레기통 모형에도 군부대까지 동원하는 일부 부처의 대응에서 느끼는 민감성을 핵발전소 주변지역과 양산되는 핵 쓰레기 문제로 관심을 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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