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분권이다] (7)정치개혁 경과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선거권 연령 18세 하향 등 정치개혁 핵심 내팽개쳐
"선거구 획정 주체 바꿔 독립된 기관에 맡겨야"

지난해까지만 해도 정치개혁 토론은 활발했다. 쟁점은 분명했다. 대표적 쟁점이 국회와 지방의회의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었다. 총선이든 지방선거든 정당별 득표수와 비례하지 않는 의석수 문제(등가성의 원칙)를 개선하자는 취지였다. 전국이나 지역이나 1~2당 독점체제를 막고, 소수당·여성·전문가·청년층 의석을 확대하자는 요구가 강했다.

중·대선거구제 도입·확대와 비례대표 비율 확대, 투표 연령을 현 만19세에서 만18세로 내려 청년층 선거권을 폭넓게 보장하자는 쟁점도 제시됐다. 올해 지방선거를 겨냥해 기초단체장 및 의회 선거에서 정당공천제를 폐지하자는 여론도 비등했다. 정의당을 제외한 주요 정당이 이를 지지했다. 기초지자체만이라도 하향식 공천 폐단을 없애 유권자를 두려워하는 생활정치 바탕을 만들자는 취지였다.

문재인 정부 출범 탄력을 받은 덕인지 금방이라도 정치개혁이 될 듯했다. 지난해 국회가 만든 '정치개혁특위'는 이런 쟁점을 관련 법률 개정으로 연결시킬 지렛대로 기대를 모았다. 그 이후, 지금까지 국회 정치개혁 작업은 어떻게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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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 특별위원회 김재경(왼쪽 둘째) 위원장이 23일 오전 위원회 전체회의가 파행 중인 가운데 바른미래당 김관영 간사와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헌정특위'서 논의

정치개혁특위 구성 결의가 지난해 6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뤄졌다. 이들의 활동 내용을 국회 홈페이지 메인 화면의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 특위' 회의록에서 확인했다.

"아래 첨부한 자료는 2017년 9월 1일 정치개혁특위 회의 중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정치자금법 개정의견 보고자료입니다.

… 선거권자 연령 18세로 하향 조정 제안 이유. 18세에 도달한 청소년도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능력과 소양을 충분히 갖추고 있으며, 세계 각국에서 선거연령을 18세로 하는 점을 고려하여 선거권 연령을 18세 이상으로 낮추려는 것임.

…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 위원 구성방식 변경 제안 이유.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의 위원 구성방식을 변경함으로써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정치권으로부터 실질적인 독립성을 보장받고 공정하게 선거구를 획정할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을 마련하려는 것임.

… 개정이 시급한 사항. 개정 대상. 시·도의회 의원 지역선거구 구역표(공직선거법 별표 2) ※지역구의원 총 정수(현재 663명), 시·도별 지역구의원 정수, 시·도의원선거구 포함, 시·도별 자치구·시·군 의회 의원 총 정수 표(공직선거법 별표 3) ※시·도별 자치구·시·군 의원 정수만 정함(현재 총 2898명)

… 필요성. 2018. 6. 13 제7회 동시지방선거 지역구자치구·시·군의원 선거구 획정. ※자치구·시·군의원지역구는 하나의 시·도의원지역구 내에서 획정함. ※자치구·시·군의회의원정수는 시·도별 총정수 범위에서 해당 자치구·시·군의원 선거구획정위가 정함(시·도의원 선거구 획정 지연 시 지역구구·시·군의원선거구 획정도 지연)

… 향후 진행절차. 공직선거법 별표 2·3 개정, (시·도지사)자치구·시·군 의원 선거구획정위 구성(위원 11명 이내로 위촉), (자치구·시·군 의원 선거구획정위) 선거구획정안 작성, 시·도지사에게 제출(선거일 6개월 전 2017. 12. 13일까지, (시·도의회)자치구·시·군의원지역구에 관한 조례 개정"

더 이상의 기록은 없다. 정치개혁특위는 올들어 '국회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 특별위원회'라는 이름으로 활동이 연장됐다. 하지만 '정치개혁소위' 회의 경과나 회의록에 관련 기록은 아예 없다.

기록상으로는 '선거권자 연령 조정'과 '선거구 획정' 문제만 다뤄졌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나 선거구제 조정, 정당공천 폐지 등의 사안은 언급조차 안 됐다. 어떻게 된 건가?

김재경 헌정특위 위원장은 <경남도민일보>와 통화에서 "광역의회 선거구와 의원 정수를 조정하는 작업에 발이 묶여 있다. 이 문제가 풀리면 선거제도 개선 사안은 다룰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 외 사안들은 핵심에서 비켜서 있다"고 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선거권자 연령 조정에 대해 김 위원장은 "이번 지방선거에 도입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다수 당, 밥그릇 싸움에 혈안

"이런, ××"

욕이 튀어나온다. 비례대표 확대니, 선거연령 조정이니 떠들더니 남은 건 광역 시·도의원 정수 싸움뿐이다. 그야말로 자기들 밥그릇 싸움이다. '속 빈 강정'에 '요란하기만 했던 빈 수레'에다 그야말로 '용두사미'다.

결국, 올해 지방선거를 염두에 두고 논의됐던 대부분 정치개혁 과제들은 거품처럼 사라졌다. 남은 건 선거구 획정 하나뿐이다. 선거구 획정도 기존 663명의 광역의회 지역구 의원수를 늘리느냐, 유지하느냐로 옥신각신하면서 법정시한을 이미 넘겼다.

이에 대해 정치개혁경남행동 일원인 경남도의회 여영국(정의당) 의원은 "국민들 밥그릇 챙기는 것은(정치개혁 과제들은) 안중에도 없고, 자기들 정치세력 밥그릇 챙기는 데만 매몰돼 있는 결과 아니겠느냐"고 쏘아붙였다. "본래 정치개혁에 소극적이었던 자유한국당이야 그렇다 치고, 더불어민주당까지 선거구 획정에만 혈안이 돼 있는 것은 이 정부 태동 배경인 시민들의 촛불정신을 저버린 것"이라고 그는 분을 참지 못했다. 서울시가 최근 시의회 2인 선거구를 4인 선거구로 획정안을 올린 데 대해, 민주당과 한국당 중심의 시의회가 받아들이지 않은 점도 같은 맥락이라고 전했다.

여 의원은 "이런 문제는 결국 선거구 획정 주체를 바꿔야 해결될 수 있다. 선거관리위원회처럼 이해관계가 없는 독립된 기관에서 획정 작업을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하지만 지금 돌아가는 걸 봐서는 이번 지방선거 전에 관련 법률 개정이 이뤄질 리는 없어 보인다"고 푸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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