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영화음악 작곡 헌신…올 통영국제음악제서 재조명

매년 꽃피는 봄이 오면 작곡가 고 윤이상 음악이 그의 고향 통영을 수놓는다. 더욱이 올해 통영국제음악제는 윤이상의 '귀향'에 초점을 맞춰 치러진다.

만약 올해 통영국제음악제를 찾는다면 '정윤주(사진)'라는 이름도 놓치지 말자. 작곡가 고 정윤주(1918~1997)는 한국 영화음악사에 한 획을 그은 인물이다.

그는 정규 음악 교육을 받지 않았다. 일제 강점기 작곡가 임동혁으로부터 작곡 이론을 배웠을 뿐이다. 독학으로 고집스러운 작품 활동을 이어간 그다. 음악 교사로 지내던 그는 1950년 미국 현대음악을 접하며 영화음악에 입문했다.

200편 넘는 영화의 음악을 맡은 그는 1960~1970년대 영화음악을 예술로 승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화려한 수상 경력도 이를 뒷받침한다. 그는 1962년 신상옥 감독 영화 <연산군> 음악으로 제1회 대종상 영화제 음악상을 거머쥐었다. 영화 <지옥문> 음악으로 1963년 제2회 대종상 영화제 음악상까지 차지했다.

이어 제1회 백상예술대상 영화 음악상, 1965년 제4회 대종상 영화제 음악상(영화 <벙어리 삼룡이>), 1967년 제5회 청룡영화상 음악상(영화 <만선>), 1973년 제10회 청룡영화상 음악상(영화 <홍살문>), 그리고 영화 <삐에로와 국화> 음악으로 1982년 제21회 대종상 영화제 음악상을 받았다.

독특한 이력도 있다. 옛 창원 상남면 용지리에 자리했던 '미국공보원(USIS) 상남영화제작소'에서 '리버티 뉴스' 음악을 담당했다.

영화음악이 다가 아니다. 무용 조곡인 '까치의 죽음'과 '사신의 독백', 교향곡 제1번과 제2번, 교향시곡 '관세음보살' '태몽' 작곡 등 다양한 작품 활동을 벌였다.

제1회 한국작곡가상, 아시아영화제 음악상, 화관문화훈장을 받은 그는 1997년 눈을 감는 순간까지 창작 활동에 몰입했다.

윤이상과 정윤주는 초등학교 동창이다. 각자의 길에 발자취를 뚜렷하게 남긴 두 사람은 이번 음악제에서 조우한다. 오는 4월 2일 오후 5시 통영국제음악당 블랙박스에서 열리는 '정윤주를 기억하며'는 그런 의미에서 특별하다. 윤이상의 귀향을 동창 정윤주가 반기는 셈이다.

경남쳄버쏘사이어티는 이날 정윤주의 '초기 가곡' '가야금과 첼로를 위한 배꽃과 벌' '플루트와 피아노를 위한 산수도' '현악기와 타악기를 위한 향로'를 선보인다.

2만 원. 문의 055-650-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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