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한국 음식 중에서 곰국(곰탕)을 가장 좋아합니다. 지금처럼 마트에서 바로 데워 먹을 수 있는 곰국을 구매할 수 없었던 대학교 학창 시절, 서울에서 밀양까지 무궁화열차로 6시간 걸리는 거리를 주말마다 고향으로 내려간 기억이 있습니다. 바로 모친이 손수 끓여 주시던 곰국을 먹기 위함이었습니다. 서울에도 수많은 곰탕집이 있었지만 부모님의 손맛과는 견줄 수가 없었나 봅니다. 먼 거리를 매주 내려오던 저를 위해 모친이 하나의 아이디어를 낸 일이 있습니다. 바로 곰국을 평소보다 약한 불에 아주 오래 다려 농도를 진하게 한 것입니다. 이 진액을 통에 담아 서울의 하숙집에 가져다 곰국이 생각날 때마다 물을 뜨겁게 끓여 진액을 첨가해서 보통의 농도로 조절해 먹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이렇게 먹던 곰국이 비록 정상적으로 끓인 곰국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나름 곰국을 먹는 기분을 느끼게 했던 기억이 납니다. 

필자가 커피 얘기를 하면서 곰국의 기억을 적어 보는 것은 비록 정확한 비교는 아니더라도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추출한 진한 에스프레소 그리고 여기에 뜨거운 물을 첨가한 아메리카노와 핸드드립 커피의 차이가 바로 진액에 물을 첨가한 곰탕과 보통의 곰탕의 차이가 아닐까 해서입니다. 에스프레소 진액은 미세하게 분쇄한 커피 가루에 소량의 물을 사용해서 전기를 이용한 강한 압력으로 순간적으로 뽑아내는 방식입니다. 이에 반해 핸드드립 커피는 상대적으로 커피의 분쇄를 굵게 하고 뜨겁게 끓인 물을 적당히 식힌 후 손의 감각을 이용해서 물줄기를 일정하게 내려부으면 중력의 힘으로 내려부은 물이 커피 표면에 닿아 밑으로 내려오는 원리를 이용하게 됩니다. 둘의 차이를 분쇄도와 물의 소요량 더불어 가장 중요한 힘의 원천이 각각 전기와 압력 그리고 인력과 중력에 있음으로 간략하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커피 맛이 서로 크게 다르지 않고 커피는 거기서 거기라고 느끼는 많은 분들도 동일한 커피를 에스프레소 머신과 핸드드립으로 내려서 비교를 해서 제공하면 십중팔구 핸드드립 커피가 훨씬 향기롭고 맛이 뛰어나며 다양한 풍미가 발현되는 고급스러운 커피라고 답하는 것을 자주 경험하게 됩니다. 요약하면 커피의 분쇄 정도는 상대적으로 굵을수록 커피의 깊이와 풍미를 더하고, 기계적인 장비보다는 원초적인 장비를 이용하더라도 사람의 에너지와 감성이 가미된 손맛이 커피를 더욱 고급스럽게 만들고, 전기적인 압력보다는 자연적인 중력을 이용하는 것이 커피의 깊이에 더 다가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시중에서 마시는 커피의 맛이 그다지 좋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 필자가 이전 글들에서 언급한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값이 싼 저급한 생두를 구매해서 사용하는 것, 썩거나 벌레가 먹어 푸른색의 곰팡이가 가득한 생두를 가려내지 않고 사용하는 것, 탄 맛과 벤조피렌이라는 발암물질이 생길 정도로 커피생두를 강하게 볶는 것, 커피생두를 볶는 로스팅 도구를 청소하지 않는 것 등이 주된 이유였습니다. 로스팅 도구를 청소하지 않는 이유는 아마도 청소의 필요성을 모르는 무지함과 청소를 하기에는 정밀하게 제작된 기계장비가 분리와 세척이 너무 힘이 드는 면일 것입니다.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커피머신도 기계장치인 로스팅 도구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한 번이라도 커피머신을 청소하려고 분해를 시도해 본 커피마니아라면 필자의 생각에 공감할 것입니다. 여러 기계적인 부품들이 몇 개의 밸브와 얇은 관으로 연결된 커피머신의 내부를 전부 분해해서 청소하려면 엄청난 노력과 시간 그리고 도구와 전기적인 기술이 소요될 것입니다. 만약 커피를 한번 추출할 때마다 분해해서 청소하거나 하루에 한 번씩 분해해서 청소하려면 전 지구상의 수많은 카페들은 아마도 커피 사업을 접어야 할 것입니다. 필자는 커피머신으로 추출한 커피가 핸드드립보다 상대적으로 맛이 떨어지는 이유에 대해서 위에서 언급한 분쇄도, 물의 소요량 그리고 전기적인 압력도 영향이 크지만 가장 큰 이유는 커피머신 역시도 매회 분해와 청소가 어려운 구조로 인해 기계 내부 자체의 청결하지 못함이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역설적이지만 정밀하고 고가의 장비일수록 분해와 청소가 더욱 어려운 것은 자명한 일일 것입니다.

커피의 깊은 부분을 고민하지 않은 많은 이들이 커피 맛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듣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놀랍게도 이들 얘기의 핵심은 자신의 커피 맛이 만족스럽지 못한 이유가 커피머신이 저가라는 생각에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커피 맛을 더욱 좋게 하려면 더 비싸고 더 정밀한 유명 브랜드의 고급 기계를 구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말은 오장육부의 장기가 건강하지 못하고 정신적으로 피폐해진 사람이 목욕과 샤워도 하지 않으면서 좋은 옷만 입으면 기품이 넘치는 사람으로 변한다는 생각과 다르지 않은 것입니다.

커피머신과 항상 쌍으로 움직이는 도구가 있습니다. 바로 전동 그라인더(분쇄기)입니다. 로스팅 도구와 커피머신과 마찬가지로 그라인더 또한 고가이고 고급일수록 분해와 청소가 쉽지 않습니다. 커피원두를 가늘게 분쇄하게 되면 기계 내부에 미분이 남아서 끼이게 됩니다. 이러한 분쇄된 미분은 산소와 만나는 순간 산패해서 부패하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것들이 오래 쌓이게 되면 자연히 커피 맛을 나쁘게 만들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필자는 전동그라인더(분쇄기)를 자동 기계를 사용할 경우는 가장 저렴한 분리와 청소가 용이한 것들을 사용합니다. 당연히 매회 아니면 최소 하루 1회 이상 전동그라인더를 분해해서 청소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리 급하지 않은 상황이라면 손을 이용하는 수제 그라인더를 더 선호합니다. 필자가 선호하는 사진 속의 수제 그라인더는 받침이 유리도 되어 있어 나무로 된 다른 수제 그라인더처럼 미분이 붙어서 부패하는 경우가 드물고 손과 솔로 털거나 물로 씻어 쉽게 깨끗하게 청소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커피가 갈리는 부분도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백미(쌀)를 한 스푼 넣어서 갈아주면 아주 깨끗하게 청소가 되는 뛰어난 장점이 있습니다. 물론 가격은 말할 수 없이 저렴합니다. 역설적이지만 싸고 저렴하지만 투박한 도구들이 좋은 커피 맛을 낸다는 것이 필자의 오랜 경험의 결과물입니다.

요약하면 좋은 커피 맛의 조건은 적당한 가격의 좋은 생두 사용하기, 생두에서 썩고 벌레 먹은 결점두 가려내기, 탓 맛이 느껴지지 않게 강하게 볶지 않기, 로스팅 도구를 매회 아니면 최소 하루 1회 이상 청소하기, 커피머신 보다는 핸드드립으로 추출하기, 전동그라인더는 청소가 용이한 저렴한 것을 사용하기, 전동그라인더 보다는 싸고 저렴하면 청소가 용이한 유리도 된 수제 그라인더 사용하기 등입니다. 보다 나은 커피 맛을 추구하시는 독자 분들께 필자의 방식을 권해드리고자 합니다. 아마도 커피의 신세계를 경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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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동 그라인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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