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특별한 이상 없으나
교정한 시력이 낮은 경우
조기 발견하면 치료 가능
만 4세쯤 안과검진 중요

올 초 2018년 호주오픈에서 한국 테니스 선수 최초로 4강까지 올라간 정현. 정현이 테니스를 시작한 계기는 바로 '약시' 때문이었다고 한다. 7세 때 약시 판정을 받은 정현은 녹색을 보는 게 좋다는 의사의 권유로 테니스를 시작했다. 정현을 테니스의 세계로 이끈 '약시'란 무엇일까. 창원시 마산회원구 예일안과 이우석 원장의 도움말로 약시에 대해 알아본다.

◇원인 = 약시는 안경을 끼고 재는 교정시력이 연령에 따른 정상 시력보다 낮거나, 두 눈의 교정시력이 시력 측정표 상 두 줄 이상 차이가 나는 경우로, 다른 안구 내 질환이 없고 신경학적으로도 정상인 경우를 말한다. 즉 각막, 수정체 등의 매체나 망막, 시신경 등은 정상으로 나타난다.

이 원장은 "갓 태어난 신생아는 모든 것이 어렴풋이 보이는 상태이다. 보통 만 4~5세가 되면 1.0 정도의 시력이 나온다. 하지만 안경을 끼고도 0.8 이하로 시력이 나올 때, 7~8세가 지나도 교정이 안 될 때 약시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약시 원인으로는 사시성 약시, 굴절부등 약시, 시각 차단 약시, 기질적 약시가 있다.

사시성 약시는 비정상적인 두 눈의 상호작용 때문에 생긴다. 사시가 있으면 두 눈이 보는 방향이 달라 복시가 생기는데, 이로 인한 혼동을 막기 위해 우리 뇌는 '능동적 억제'로 한쪽 눈 시력을 저해한다. 즉 한쪽 눈은 정면으로 보고, 다른 쪽 눈은 바깥쪽으로 보게 되는데, 정면으로 보는 눈은 정상 발달을 하고, 정면 주시를 못하는 눈은 시력 발달이 멈춘다.

굴절부등 약시는 '짝눈'으로 인한 것이다.

이 원장은 "두 눈 중 좋은 쪽 눈은 정면을 잘 보고 시력 발달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만 안 좋은 쪽 눈은 잘 사용 안 한다. 그러면 발달이 멈춰 약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시각 차단 약시는 눈에 빛이 차단되면 망막에 정확한 상이 맺히지 않아서 뇌에 있는 시각 중추에 정확한 상을 전달하지 못해 발생한다. 이때 시각 중추는 항상 흐릿한 상을 보게 돼 시력이 잘 안 나온다. 이는 각막 혼탁, 백내장, 유리체 혼탁 등이 있을 때 빛이 들어가는 게 방해가 돼서 생기는 데, 아이에게 흔한 경우는 아니다.

또 다른 시각 차단 약시는 안경을 써야 할 때 쓰지 않아서 생기는 것으로, 제일 흔히 볼 수 있는 약시라고 이 원장은 밝혔다.

이 원장은 "대부분은 근시, 원시, 난시 등으로 안경을 써야 함에도 안경을 끼지 않아 생긴다. 망막에 상이 흐릿하게 맺히고, 이것을 장기간 방치하면 뒤통수에 있는 시각 중추에 상이 정확하게 전달되지 못하고, 시각 중추가 정확한 상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 장시간 지속되면 시각차단 약시, 즉 폐용 약시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기질적 약시는 정확하게는 약시가 아니다.

이 원장은 "기질적 약시는 시신경이나 망막에 이상이 있어서 시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엄밀히는 약시가 아니지만 약시 분류에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예일안과 이우석 원장이 눈 검사를 준비하고 있다. /이원정 기자

◇진단과 치료 = 증상은 눈이 나쁜 경우와 같지만, 아이들은 의사소통이 쉽지 않고, 잘 안 보이는 것에 익숙하거나 당연하게 여기기도 하므로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아이가 부모와 눈을 잘 못 맞추거나, 책을 너무 가까이서 보거나, 눈꺼풀이 처지는 경향이 있거나, 먼 곳을 보려고 할 때 한쪽 눈을 자주 감거나, 한쪽 눈을 가릴 때 심하게 울거나 하는 것을 약시의 대표적인 증상으로 꼽는다.

이 원장은 "만 4세쯤 되면 유아 안과 정기검진이 필요하다. 이때는 아이와 소통이 어느 정도 된다. 그림 등을 이용해 시력 측정이 가능하다"며 "만 4세 이전에는 안경 착용을 잘 하지 않는다. 만 2~3세는 성인 시력에 도달하지 않고 0.6 정도만 나오므로 의미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소아에서 약시 진단이 중요한 이유는 적절한 시기에 치료하면 회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굴절이상이 있는 경우 약시 치료를 위해 정확한 검사 후 적절한 도수의 안경을 착용한다. 어린이 약시 환자는 굴절률이 변하기도 하므로 반복 안경 검사가 필요하다.

약시 치료로 대표적인 것이 가림 치료. 굴절 이상이나 사시를 교정한 후 좋은 눈을 가려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나쁜 쪽 눈을 사용하게 하는 방법이다. 양쪽 눈이 모두 약시일 때는 가림 치료를 양 눈을 번갈아 가며 한다.

이 원장은 "예전에는 종일 가림 치료를 하기도 했지만, 온종일 가리면 좋은 쪽 눈 시력이 떨어질 수 있다. 요즘은 종일 가림 치료는 많이 하지 않고, 의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하루 2~8시간 가림 치료를 한다"고 말했다.

가림 치료는 효과가 좋지만, 불편함 등으로 아이들이 싫어하기도 한다. 따라서 가림 치료를 할 때는 보호자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이 원장은 "가림 치료를 하기가 쉽지 않다. 보호자 감독하에 최소 연속 2시간을 해야 한다. 눈에 붙이는 스티커 혹은 안경에 붙이는 스티커를 부착해 놓고 아이 혼자 내버려두면 몰래 떼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효과가 많이 없다"고 설명했다.

또 "약시는 치료할 수 있는 시기가 만 7~8세까지로 정해져 있으므로 보호자들이 경각심을 가지고 시기 내에 최대한 치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정 후에 특별한 관리를 할 필요는 없지만, 근시, 원시, 난시가 있으면 안경이 필요할 수도 있다. 각막 혼탁이나 백내장, 유리체 출혈 등이 있을 때는 수술을 하기도 한다.

이 원장은 "약시는 고칠 수 있는 시기가 있다. 시력 발달은 만 8세 전후에 완성된다. 시력발달이 완성된 이후에는 약시를 더 이상 치료할 수 없고 시력 저하는 일생 지속된다"며 "특히 한쪽 눈 약시인 아이는 반대편 좋은 눈을 사용하기 때문에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어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있다. 그러므로 특별한 이상이 없더라도 만 3~4세에 안과 검진을 받아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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