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악용해 욕망 채운 갑들에 대한 경고
을에 무슨짓 했는지 모르는 한 계속될 것

미국 할리우드에서 촉발된 미투 운동이 국내에서도 확산하고 있다. 서지현, 임은정 검사의 성추행 피해 사실 폭로 때문에 법조계 전체로 파문이 커졌다. 미투 운동은 법조계에서 그치지 않고 여러 현직 의원들의 동참으로 정치계는 물론 문화계까지 퍼지고 있다. 특히 문화계 거장인 고은 시인, 이윤택 연출가에 대한 미투 운동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계속되는 미투 운동을 보면 피해자는 여성이고 가해자는 남성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비단 미투 운동이 아닌 일반적인 성범죄 사건을 보더라도 피해자는 여성이고 가해자는 남성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남성이 체격적으로 더 건장하고, 더 폭력적이고, 더 권력지향적이라서 그러는 건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미투 운동은 남성 대 여성의 프레임이라기보다는 갑과 을의 권력관계 내에서 그 권력관계를 남용하는 갑과 그 권력관계에서 살아남으려고 부당함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을, 그리고 그 권력관계가 유지되어야만 자신들의 자리가 유지되기 때문에 묵인하는 병의 관계가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현재의 남성중심사회에서 그 권력관계 갑의 위치에 있는 사람 대부분이 남성이기에 그에 비례하여 표본이 발생하고 있다. 몇 년 전 큰 인기를 끌었던 <이끼>라는 웹툰과 동명의 영화도 한 산골 마을의 이장이 절대적인 권력을 휘두르는 권력관계를 기본 모티브로 하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얼마 전 술자리에서 우연히 필자보다 나이가 많은 여성분과 동석을 하게 되었다. 필자는 노래나 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그 여성분들이 그것을 원했다. 그 여성분들과 친한 동석한 남성분의 면을 세워주려고 무대에 나가 박수 치는 정도로 분위기를 맞추어주었다. 그런데 누군가 발라드 노래를 부르자 한 여성이 블루스를 추자고 했다. 하지만, 그것만은 극구 사양하였고(물론 웃는 낯으로) 그 탓에 술자리가 약간 어색해졌다. 주위의 누구도 블루스 추자고 계속 조르는 그 여성을 말리지 않았다. 오히려 거절하는 필자에게 핀잔을 주었다. 일반적인 술자리에서도 이러할 진대 만약 그 자리가 한 조직의 회식자리였고 그 여성이 필자의 상급자였다면 어떠했을까.

미투 운동은 권력관계를 악용하여 자신의 욕망을 관행적으로 채워왔던 갑들에 대한 준엄한 경고다. 대법원은 미투 운동에서 말하는 추행의 개념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추행이란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미투 운동에 등장하는 갑들은 저항하지 못하는 을들의 몸을 만지고, 껴안고, 자신의 알몸을 안마해달라고 하였다. 그래서 그렇게 하고 싶지 않은 을들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명백히 침해하였다. 형법 제298조에 규정된 강제추행죄를 범한 것으로 엄히 처벌받아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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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계 미투 운동의 대표적 당사자인 이윤택 연출가는 지난 2월 19일 기자회견에서 이런 말을 했다. "극단 내에서 18년간 관습적으로 일어난 아주 나쁜 형태의 일이었다." 정작 자신이 해온 일을 마치 외부의 관찰자 시점에서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기가 찼다. 자신의 행동으로 얼마나 많은 을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침해되었는지 잘 인식을 못하는 듯했다. 원하지 않는 사람과 블루스 추는 것만으로도 성적 수치심을 느끼고도 남는데 자신의 알몸을 심지어 성기까지 안마를 하도록 강요한 위인이 어떻게 저런 식으로 자신의 죄를 고백할까 신기할 따름이었다. 나쁜 짓도 처음 한 번이 무섭지 두 번, 세 번 하다 보면 무덤덤해지기 마련이다. 갑들은 그와 같은 행위를 습관처럼 반복했을 뿐이겠지만 을들은 당할 때마다 그 강도가 세지는 소름끼치는 일이었을 것이다. 앞으로도 미투 운동은 계속될 것이다. 자신이 정작 을들에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도 모르는 갑들이 없어지지 않는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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