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요청으로 3·15관련 기념물 중 일부 이미 철거

미투운동 ‘성추행 의혹’으로 고은 시인 작품이 창원에서도 잇따라 퇴출당하고 있다.

3·15의거열사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는 창원시 마산합포구 김주열 열사 시신 인양지 ‘추모의 벽’에 걸려 있던 고은의 시 ‘김주열’을 지난 12일 철거했다. 추모의 벽에는 이동재 시인의 ‘김주열, 그는 역사의 눈이다’ 시가 걸렸다.

국립3·15민주묘지에도 고은의 시가 임시 철거됐다. 관리소는 3·15묘지 기념관 1관에 있는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와 3·15묘지 입구에 있는 ‘김용실’ 시비를 지난 9일부터 가려놨다. 앞으로 설치자문위원회를 거쳐 대체 작품을 찾을 예정이다.

정기식 3·15의거열사김주열기념사업회장은 “교과서에서 시인 작품이 퇴출당하는 상황에서 계속 작품을 걸어두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정인완 3·15묘지 관리소장은 “미투운동으로 성폭력이 폭로된 후 교체 등을 생각하던 차에 묘지의 주인인 유족이 싫다고 요청해서 임시 철거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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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 시인이 쓴 '김용실' 시비 제막식이 30일 오후 창원시 마산회원구 구암동 국립 3·15민주묘지 입구에서 열렸다. 김용실은 마산 3·15의거 당시 마산고등학교 2학년생이었다. 고은 시인이 제막식을 한 후 시비를 만져보고 있다. /경남도민일보DB

창원시는 다른 곳에도 고은의 시가 게시되어 있는지 파악해보겠다고 밝혔다. 창원시 2012년 ‘시가 흐르는 도시’ 조성사업으로 곳곳에 시비 4개, 시화판 80개를 세운 바 있다. 이외 창원시 마산합포구 산호공원에 시비 4개가 있고, 창원시립마산문학관 공원에도 시비 4개가 있다.

시 관계자는 “지역 시인을 중심으로 시화판을 설치해 현재 자료에는 고은 시인 작품이 보이지 않으나, 주민자치센터나 녹지 관련 부서에서 설치했을 수 있고 일부 버스승강장에도 시화판이 있기 때문에 파악해볼 것”이라며 “시화판이 발견되면 교체 등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은은 1980년 <만인보>를 쓰기 시작해 2010년 30권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만인보>에는 3·15 관련 시는 47편이 수록돼 있다. 그는 2015년 3월 3·15묘지 시비 제막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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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 마산회원구 국립3·15민주묘지 입구에 있는 시비. 고은 시인의 '김용실' 육필 시가 새겨져 있었으나 13일 현재 철판으로 가려져 있다. /김희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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