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 톺아보기] 창원시 계란의 정치학
김성일 전 의원 '계란투척' 이후 지역별 앙금 의식
후보들 3곳 발전방안 제시

바른미래당이 탄생하기 전인 신년 초, 바른정당과 통합을 추진하던 국민의당 지도부는 곱게 펴진 '쌍란' 이미지를 회의 석상에 내걸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합쳐 국민에게 '행복 2배'를 선사하겠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통합 과정에서 일부 유력 정치인들은 안철수 대표에게 반기를 들었고, 결국 '절반의 국민의당'을 이끌고 통합 작업을 끝마쳐야 했다. 이를 암시하듯 '쌍란' 이미지가 나타나자마자 '쌍란은 일반적으로 생식체계가 완전히 발달하지 못한 어린 닭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제시되기도 하면서, 애꿎게도 '계란'이 정치적 은유로 사용된 바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또 다른 형태의 정치적 은유인 '계란'이 통합창원시 주변을 떠돌기 시작했다. 안상수 시장이 취임했던 4년 전, 창원뿐 아니라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계란투척 사건의 장본인인 김성일 전 시의원이 <왜 시장에게 계란을 던졌을까?-폭력일까? 불의에 항거일까?>라는 소책자를 펴내고 14일 진해구 이동에서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정치 재개를 선언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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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 열린 창원시의회 정례회 1차 본회의에서 안상수 창원시장이 새 야구장 입지 변경에 반발하는 진해지역 김성일 의원에게 계란 봉변을 당했다. /경남도민일보DB

4년 전 김성일 전 의원이 창원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안상수 시장을 향해 던진 '계란'은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의미가 담기게 된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신축 야구장 입지를 기존 진해에서 마산으로 변경한 데 대한 불만의 표시였다. 다만 그 후폭풍은 거셌고, 김 전 의원은 구속됐다. 반면 자칫 임기 초 어려움에 봉착할 뻔했던 안 시장은 '계란'에 쏠린 이목 덕분에 '야구장 정국'을 순조롭게 넘어설 수 있었다.

극단적인 의사표현 형태로 선택된 당시의 '계란'은 아직도 투척될 소지가 다분하다. '안 시장의 아킬레스건은 진해'라는 말이 정치권 주변에서 떠돈 지는 오래됐고, 창원시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은 세 지역별로 나눠 '표 계산'을 하느라 분주하다. 바로 이런 시기에 김성일 전 의원이 던졌던 '계란'은 협박용으로든 정치공작용으로든 다시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김 전 의원으로서는 억울할 수도 있다. 본인 처지에서는 진해를 위해 던진 '정의의 계란'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그 사실을 이번 선거에 활용할 게 분명하다.

하지만 '창원 = 명칭, 마산 = 청사, 진해 = 상징물'로 시작된 통합 논의는 몇몇 위정자들의 무책임한 정치놀음에 의해 얽히고설킨 실타래가 되고 말았고, 박완수 전 시장이 단행한 야구장 위치 선정 과정에서도 여러 난맥상이 발생했다. 김 전 의원의 계란 투척이 크게 공감을 이끌어낼 수 없는 상황이었다.

본격적인 지방선거 정국에 들어서면서, 창원시장 후보들은 어디에서 날아올지 모를 '계란'을 방비하느라 바쁜 듯하다. 그 '계란'에 담긴 게 정의든, 불의든 상관없이 말이다.

대부분 창원시장 후보들은 마산·창원·진해로 나눠 지역별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안 시장 역시 임기 내내 지역별 발전 방안을 제시하느라 바빴다. 마치 경남도지사 후보가 서부권·동부권·남부권으로 나눠 개발방안을 발표하는 모습과 흡사하다.

문제는 마창진 개발 방안이 단순히 옥상옥 형태의 이름붙이기 형태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이다. '106만의 도시'를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는 건 거의 모든 후보들이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정서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그럴 상황이 아니라는 것도 창원시장 후보들은 인지하고 있다.

어느 지역에서나 '계란'이 던져질 수 있고, 그 상황에 편승할 수밖에 없는 정치인들이 있으며, 또 '계란 던지기'를 이용하는 이들도 나타나고 있다. 이번 선거가 끝나고 누가 창원시장이 된들 '통합시너지'는 난망할 것이라는 우려감 역시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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