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산가옥 / 일제시대 잔재 청산 못한 이 시대 자화상 '오롯이'
나르는 원더우먼 / 가난 극복하고 꿈 이루려 한 옛 버스 여성 차장들 이야기
쇠메소리 / 조선시대 통영 야소골 배경신념 지키는 주민 모습 담아

경남 연극인들의 대표 축제 제36회 경남연극제가 다음 달 4일에서 15일까지 진주에서 열린다. 도내 각 지역 13개 극단이 참여해 경연 형식으로 치르는 이번 연극제는 여느 해보다 창작 작품이 많아 올해 슬로건 그대로 '연극만찬(演劇晩餐)'이 되겠다. 공연은 진주 지역 내 현장아트홀, 경남과학기술대 100주년기념관 아트홀, 경남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400석 한정) 세 곳에서 매일 펼쳐진다. 관객들이 더 자세히 살펴보고 예약할 수 있도록 출품작별 내용과 연출 의도를 미리 살펴본다. 예약 문의 055-746-7413.

◇<적산가옥>(김해 극단 이루마, 연출 이훈호) = 4월 8일 오후 4시 경남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정으뜸 한재호 이정유 정주연 박용희 최호정 차영우 김진옥 김민지 김승기 강주성 최나연 출연.

적산가옥은 해방 후에 일본인이 소유하던 주택을 이르는 말이다. <적산가옥>은 제목 그대로 적산가옥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친일파 집안 이야기다.

극단 이루마는 적산가옥이 단순히 주택이라는 뜻을 넘어 '일제 잔재를 청산하지 못하고 오늘에 이른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므로 <적산가옥>은 역사 바로 세우기를 다루는 연극이다. 이훈호 연출가는 "친일파란 소재가 소박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과오를 인정하고 진정으로 사과하고 화해하고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는 일념을 작품에 담았다"고 밝혔다.

36회 경남연극제 출품작 김해 극단 이루마의 <적산가옥> 한 장면. /경남연극협회

◇<나르는 원더우먼>(거제 극단 예도, 연출 이삼우) = 4월 8일 오후 7시 30분 경남과기대 아트홀. 진애숙 김현수 김지연 이진서 하미연 최태황 김진홍 김재훈 배현규 출연.

<나르는 원더우먼>은 인터넷에 올라온 옛날 버스 여성 차장 이야기를 토대로 만든 창작극이다. 가난을 극복하고 꿈을 이루고자 버스회사 차장으로 취직한 여성들이 주인공이다. 희곡을 거의 완성했을 즈음 연극계 미투운동이 시작됐다. 희곡 속 이야기와 현실이 너무나도 비슷해 무섭기까지 했다.

극단 예도는 자신들이 "감당하지 못할 말들과 지문을 지우고" 희곡을 수정했다. 이삼우 연출은 "처음부터 힘없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럼에도 꿈꾸고, 아름다운 세상과 행복한 세상을 기다리는 소녀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했다.

36회 경남연극제 출품작 거제 극단 예도의 <나르는 원더우먼> 한 장면. /경남연극협회

◇<쇠메소리>(통영 극단 벅수골, 연출 장창석) = 4월 9일 오후 7시 30분 현장아트홀. 이규성 박승규 정희경 이상철 김성수 김준원 김창환 김지아 출연.

<쇠메소리>는 조선시대 통영 야소골 마을이 배경이다. 야소골은 임진왜란 시기 당포에 주둔한 수군에게 필요한 무기를 만들던 대장간이 있던 곳이다. 미륵산 정상에서 바다 쪽으로 바라보면 바로 앞 미륵산 자락에 둘러싸인 곳이다. 연극은 이 마을에 왜군들이 들이닥치면서 시작된다. 왜군들은 마을 사람들을 잡아 가두고 협박하며 자신들의 무기를 만들라고 강요한다. 이 와중에 괴로워하는 마을 주민들 이야기다.

장창석 연출가는 "목적을 위해 비뚤어진 수단이 정당화되는 우리 사회에 야소골 마을 이야기를 통해 평화의 쇠메소리를 울려보려고 한다"고 전했다.

36회 경남연극제 출품작 통영 극단 벅수골의 <쇠메소리> 한 장면. /경남연극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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