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모님과 3박 4일 일정으로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성수기를 피해 쓴 이른 휴가였다. 지난해 이맘때도 가족 여행을 했었다. 내 눈엔 작년이나 올해나 부모님은 다를 바가 없었다. 적어도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집을 떠나 비행기를 타고 버스를 타고 걷고 하다 보니 확연히 차이가 났다. 여행길이 힘들어 도착해서는 기진맥진했고, 내가 한손으로 들 수 있는 배낭도 무거워 하셨다. 예전엔 앞장서서 걷던 걸음이 이번에는 자꾸 뒤로 처졌다. 동남아의 더운 날씨를 우리 가족은 유달리 힘들어 했다.

그 때문에 세계적으로 아름다운 해변을 바로 곁에 두고도 제대로 눈에 담아 오지 못했다. 다른 사람들이 바닷바람 맞으며 맥주나 칵테일 잔을 들고 해변의 낭만을 즐길 때 우리 가족은 숙소에서 지친 몸을 쉬어야 했다.

'괜히 왔나'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낮에 물놀이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지금이라도 와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움 받을 용기>로 국내에 잘 알려진 기시미 이치로의 책 중에 <나이 든 부모를 사랑할 수 있습니까>라는 책이 있다. 지난해 국내에 소개됐다. '살아가는 동안 누구나 풀어야 할 본질적인 숙제'라는 부제를 달았다. 저자가 20대 때 뇌경색으로 어머니를 잃은 이야기부터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돌보며 느꼈던 감정들을 옮겼다.

이 책에서 저자는 말한다.

"상대가 아이라면 오늘은 할 수 없었지만 내일은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부모님의 경우는 다릅니다. 오늘 할 수 있었던 일을 내일은 못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나무는 고요히 있으려 해도 바람이 멈추지 않고, 자식은 봉양하려 하지만 부모는 기다려주지 않는다(樹欲靜而風不止 子欲養而親不待)'는 말이 있다.

이번 주말, 몇 년 전부터 벼르던 한재 미나리를 먹으러 부모님과 나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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