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 선거구 중심 현행 선거구 유지키로

경남도의회가 공직선거법상 중대선거구제 도입 취지에 맞게 3~4인 선거구를 대폭 늘리려던 '경상남도 시·군의원 선거구획정위원회' 획정안을 완전히 무시하고, 2인 선거구 중심의 현행 선거구를 사실상 유지하기로 의결했다.

경남도의회는 전체 도의원 55명 중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이 48명을 차지하고 있다.

도의회는 16일 오후 임시회 본회의를 열어 기획행정위원회가 이날 오전 수정해 통과시킨 '경상남도 시·군의회 의원 선거구와 선거구별 의원 정수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수정안 그대로 가결했다.

수정안은 4인 선거구와 3인 선거구를 각각 4개와 28개로 줄이고 2인 선거구는 64개로 대폭 늘렸다. 애초 획정위 획정안을 담은 조례안은 2인 선거구 38개, 3인 선거구 32개, 4인 선거구 14개였다. 전체 선거구 수는 지난 2014년 지방선거 때 95개와 비슷한 수준이 96개로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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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 오후 열린 제351회 경남도의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자유한국당의 4인선거구를 2인 선거구 등으로 분할하는 조례안인 경남도 시·군의회 의원 선거구획정 수정안이 가결되고 있다./김구연 기자

본회의에 앞서 기획행정위 회의에서 김성준(자유한국당·창원9) 부위원장은 "획정안은 기초의원 1인 당 인구수에만 초점을 맞춰 지역특수성이나 정서, 교통, 생활건 등을 고려하지 않았다"며 "84개 선거구를 획정한 개정 조례안을 96개 선거구로 조정하는 수정안을 냈다"고 밝혔다.

기획행정위에서는 전체 9명 의원 중 한국당 소속인 7명이 찬성해 가결됐다.

본회의 의결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정의당 소속 의원들이 신상발언, 5분 발언, 반대 토론 등에 나서 4인 선거구를 줄인 수정안 통과에 반대 목소리를 냈으나 역부족이었다.

여영국(정의당·창원5) 의원은 신상발언에서 "기획행정위 수정안은 4인 선거구 확대로 다양한 가치와 도민 의견이 제도권 정치에 반영되도록 하기는 커녕, 기존에 4인 선거구를 2인 선거구 2개로, 3인 선거구 2개를 2인 선거구 3개로 쪼개는 등 획정위 획정안을 물론 현행보다 더 개악됐다"며 "이는 공직선거법상 획정위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는 법률 자체를 전면 부정하는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이 같은 결정은 결국 기득권 지키기다"며 "이런 부당하고 부정한 선거구 획정을 용납할 수 없다"며 본회의장에서 퇴장했다.

하선영(바른미래당·김해5) 의원은 5분 발언에서 "1·2위 후보만 당선하는 소선거구제에서는 다양한 민의를 담아낼 수 없다"며 "한국당이 획정안에서 더 나아가지 못할 망정 후퇴한 안으로 도민의 뜻을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김지수(민주당·비례) 의원은 "일당이 독점하는 의회는 내부 견제가 되지 않는 이상 그 자체로 권력"이라면서 "4인 선거구 확대로 지역대표성이 떨어지고 선거비용이 과다하게 든다는 주장은 풀뿌리민주주의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한국당을 비판했다. 아울러 한경호 도지사 권한대행에게 "수정 조례안에 대해 재의 요구권을 행사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럼에도 표결에 부쳐진 수정안은 재석 의원 46명 중 41명이 찬성 5명이 반대해 가결됐다.

이날 도의회 의결로 선거구 규모는 2인 선거구 64개, 3인 선거구 28개, 4인 선거구 4개로 결정됐다. 이는 인구 증가에 따라 지역 3명, 비례 1명 등 4명을 더 뽑는 것을 반영한 것을 제외하면 2인 선거구 62개, 3인 선거구 31개, 4인 선거구 2개인 현행 선거구를 사실상 유지하는 것이다. 선거구획정위가 결정한 2인 선거구 38개, 3인 선거구 32개, 4인 선거구 14개의 획정안은 완전히 무시됐다.

기존 거제시와 함양군에만 있던 4인 선거구는 창원시와 양산시에도 1개씩 새로 생겼다. 반대로 3인 선거구 3개로 이뤄져있던 고성군은 3인 선거구 1개와 2인 선거구 3개로 쪼개졌다.

이 소식을 들은 적폐청산과 민주사회건설을 위한 경남운동본부와 소수정당 도의원들은 본회의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당을 규탄했다.

이들은 "대한민국이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지금 아직도 한국당의 횡포에 의해 도민 의사가 무시당하고 민주주의가 유린되는 참혹한 현실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한국당에 의한 선거구 유린을 묵과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한경호 도지사 권한대행은 난도질당한 선거구획정안을 거부하고, 선거관리위원회도 적극 개입해 삐뚤어진 현실을 바로잡아야 한다"며 "한 대행에게 거부권 행사 요구를 비롯해 법적 조치 등 다양한 대책을 마련해 한국당 만행을 저지할 것이다"고 밝혔다.

회견을 마친 이들은 한 대행과 면담하고 이날 수정조례안 의결에 대한 재의 요구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한 대행은 "선거구획정을 하면서 대표성 있는 다양한 단체가 참여하도록 해 획정위원회를 구성, 최적안을 냈지만 수정조례안으로 가결됐다"면서 "의회에서 결정한 부분을 무시할 수 없으나 재의를 할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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