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찬호 <겨울 나그네>

한낮의 가로등이란

불 켜는

저녁에 닿기 위해

깡마른 전봇대로 창공을 저어가는 노

- '가로등' 전문

문자가 되기 전 시인은 이미 눈으로 시를 읊조렸다.

디카시에서 시란 이렇게 몸으로 느끼는 세계 그 자체다. 하여, 시집으로 출판된 디카시는 한참이나 뒷북인 셈이다.

인쇄된 사진이 미처 담지 못하는 생생한 감각은 문자화된 시어가 보충하고 있다.

춤추는 복숭아나무, 감나무 그늘로 드리운 신의 음성, 대추 열매가 허공의 찍은 삶의 마침표 같은 표현들이 그렇다.

지식이 아닌 살갗에 와 닿는 세계를 거닐다 앗, 하는 순간이 있다면 누구나 시인이 된다. 이것이 바로, 송찬호 시인이 보여주는 디카시의 세계다.

'가로등' 모습. /송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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