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적 정책 담보 못해, 개헌단체 '미흡' 지적
조국 "연방제식 안돼"

21일 청와대가 공개한 지방분권 관련 헌법 개정안이 지역과 시민사회 요구에 크게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수도권 중심 불균형 성장 전략을 취해왔고, 그 결과 수도권은 비대해지고 지방은 낙후되고 피폐해졌다'고 말씀해왔다"며 "이에 개헌안에는 '지방분권국가 선언'을 담는 한편, 지방정부 구성에 자주권을 부여하고 자치행정권과 자치입법권, 자치재정권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개헌안에 따르면, 헌법 제1조 제3항에 "대한민국은 지방분권국가를 지향한다"는 조항을 추가해 국가운영 기본방향이 지방분권에 있음을 명확히 했고 '지방자치단체'를 '지방정부'로 명칭 변경하는 등 지방정부 구성에 자주권을 보장했다.

또 국가와 지방정부 간, 지방정부 상호 간 사무 배분은 주민에게 가까운 지방정부가 우선하는 원칙을 법률로 정하고, 기존 '법령의 범위 안에서' 조례 제정하던 것을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제정할 수 있도록 손질했다.

자치재정권과 관련해서는 '지방세 조례주의'가 특징이다. 역시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지방정부가 자치세의 종목과 세율, 징수 방법 등에 관한 조례를 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우려한 대로였다. 최대 쟁점은 자치입법권·자치재정권의 실질적 보장 여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지난 13일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가 문 대통령에게 보고한 복수의 개헌안 중 상대적으로 부족한 내용이 최종안이 됐다.

자치입법권의 경우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로 확대한 것은 진일보했지만 여전히 법률 우위 원칙에 갇혀 있다는 비판이다. 특히 중앙정부가 법률의 많은 사항을 대통령령·총리령·부령에 위임한 현실에서 사실상 지금 체계와 다를 바 없다는 주장도 있다.

자치재정권도 마찬가지다. 애초 지방정부의 자율적 과세가 가능한 안이 검토됐으나 무산되고, 이 또한 법률로 제약함으로써 현상유지에 가깝게 됐다.

서울지역 기초단체장 등으로 구성된 전국자치분권개헌추진본부는 이날 성명을 내 "지방분권을 헌법 총강에 명시하는 등 평가할 만한 내용이 있지만 자치입법권은 매우 협소하게 보장돼 있다"며 "온전한 의미의 지방분권이 되려면 지방의 입법 형식을 법률제정권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병수 부산시장도 기자간담회를 열어 "청와대 개헌안에 실망을 넘어 배신감을 감출 수 없다"며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치세의 종목과 세율 등을 정할 수 있도록 해 사실상 법률 위임 없이 지방세 신설이 불가능하게 했다"고 꼬집었다.

조국 수석은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지방정부의 입법권 등을 국회 권한과 똑같게 해달라는 요구가 있는데 그건 대한민국 민주화 원리에 맞지 않다고 봤다"며 "연방제 국가라면 모르겠다. 각 지역에서 만든 조례나 자치법률이 전국적 선거로 뽑은 국회의원이 만든 법률과 같거나 우위에 있다면 연방공화국과 다름없다"고 해명했다.

진성준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도 "각 지방정부와 지방의회가 국민으로부터 폭넓은 신뢰를 못 받고 있다"며 "지방분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원칙적 방향에는 지지가 높지만 자치재정권·입법권 등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이견이 있다. 이런 한계를 인정해 지방자치를 더욱 강화하되 법률로 할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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