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실습 인권침해 '근절'목적, 보수 성향 단체서 반발
자유한국당 의원 동요, 반대로 선회…10일 교육위서 토론 치열할 듯

경상남도교육청 학생 노동인권 교육 조례안을 두고 일부 보수 성향 기독교 단체가 제정에 반대하고 나서 심의에 진통이 예상된다.

김지수(더불어민주당·비례) 의원이 대표 발의한 해당 조례안은 정부의 고졸 취업 활성화 정책 영향으로 특성화고교 학생 현장실습과 단기 취업이 증가하는 반면, 청소년 고용사업장 노동 인권 침해는 빈번하게 일어나는 사회 현실을 타개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추진됐다.

여성가족부가 지난 겨울방학 기간 전국 25개 지역 478개 업소를 대상으로 '청소년 근로 권익 보호를 위한 관계기관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노동법 위반 업소 211곳이 적발됐다. 위반 사례로는 근로계약서 미작성 52.1%(110건), 최저임금 미고지 18%(38건), 성희롱 예방교육 미시행 10.4%(22건) 등 순이었다.

조례안은 이 같은 문제를 겪기 전에 학생들이 노동의 가치와 중요성을 인식하고, 현장에서 발생하는 권리와 의무에 관련한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를 바탕으로 사회 전반에 노동 인권이 존중되게 하고자 하는 염원도 담았다.

구체적으로 교육감이 학생 노동인권 교육 기본계획을 4년마다 수립·시행하도록 규정했다. 노동인권 교육 표준 교안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관련 기관과 연계해 학생 노동인권 상담, 구제에 필요한 통합 지원 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했다. 핵심은 도내 고등학생에게 학년당 1시간 노동인권 교육을 하도록 한 데 있다.

이 조례안은 김지수 의원을 대표로 민주당 옥영문(거제1)·류경완(남해)·김성훈(양산1), 한국당 한영애(창원6)·박준(창원4)·서종길(김해6)·이만호(함안1)·예상원(밀양2), 바른미래당 전현숙(비례)·하선영(김해5), 정의당 여영국(창원5) 의원이 공동 발의했다.

한데 이를 두고 보수 성향 기독교 단체 등이 반발하고 나섰다. 경남기독교 동성애동성혼개헌반대연합·이런교육감선출본부 경남위원장·경남미래시민연대·올바른교과서경남학부모연합·바른교육연합·성산구바른학부모회·경남학생인권조례반대연합 등은 지난달 초 조례 제정 반대 이유가 담긴 서면을 도의회 교육위원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반대 사유로 △노동 사무는 국가 사무인 점 △조례 상위법이 없다는 점 △조례가 없어도 인권 보호 기관이 해당 역할을 하는 점 △조례 관련 업무 위탁 시 특정 세력의 운영이 우려되는 점 △학생 인권 관련 조례가 통합진보당 해산과 전교조 불법화 이후 추진된다는 점 △서울 송파구가 청소년 노동인권 교육을 한 이후 젊은 층이 특정정당 지지성향으로 바뀌어 우려된다는 점 등을 들었다.

이들은 특히 학생 노동 인권 교육이 동성애와 이슬람, 성매매 여성 등을 소재 삼아 성적 자기결정권, 가출할 권리, 공부 안 할 권리 등 잘못된 내용을 가르칠 것이라 주장한다.

김지수 의원은 이들 주장을 두고 "해당 교육은 1년에 한 시간 근로계약서 작성, 주휴수당, 휴식할 권리 등 학생들이 노동 현장에서 부당한 일을 겪지 않도록 사례 중심으로 이뤄지는 것"이라며 황당해했다.

이들은 GMW(God Man Woman)연합이라는 제목의 블로그의 글을 인용해 도의원들을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GMW연합은 동성애, 동성결혼, 차별금지법, 학생 인권 조례, 에이즈(HIV), 페미니즘, 성 평등, 젠더 이론, 성주류화, 성별영향평가, 성인지, 퀴어 신학, 동성애, 성전환자, 이슬람, 이슬람교도, 할랄, 이단 관련 바른 정보를 제공한다고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무효를 주장하는 '태극기 집회' 등 극우 보수적 성향을 옹호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주장에 한국당 의원들이 동요하는 데 있다. 도의회 한 관계자는 "공동 발의한 의원 12명 중 5명이 발의 철회 신청서를 제출했다"며 "해당 의원은 모두 한국당 소속"이라고 밝혔다.

발의를 철회한 의원은 "이들 단체 사람들이 의원뿐만 아니라 도당, 중앙당에까지 조례가 문제가 있다고 한 모양"이라면서 "당에서 반대 당론을 정해 철회서를 내게 됐다"고 밝혔다.

하선영 의원은 "이들 단체에서 나는 물론 도당과 당직자들에게 전화·문자를 수십 통씩 보내 조례를 제정해서는 안 된다고 윽박지르다시피 했다"며 "이번 지방선거에서 '낙선 운동을 하겠다'는 등 불법 행위 예고도 서슴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당 의원들도 이들 요구에 철회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조례안은 오는 10일부터 열리는 제353회 도의회 임시회 때 교육위원회 회의에 오를 예정이다.

현재 교육위원회는 한국당 6명, 민주당 2명, 바른미래당 1명으로 구성돼 있다. 한국당이 반대 당론을 정한 만큼 조례안은 부결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제정 여부를 두고 의원 간 치열한 토론이 예상된다.

한편 학생(청소년) 노동 인권 조례는 광주시와 경기도, 전남도와 제주시 등 4곳 광역자치단체에서 제정해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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