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살인자' 미세먼지 위협 상황
국민·사람 갈래짓기보다 대책 우선

대통령이 내놓은 개헌안에 '국민' 대신 '사람'이라 하여 인권의 천부적 성격을 강조했다고 한다. 인권은 대한민국 국민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인간의 보편적 권리임을 선언한 것으로 보인다. 담대하고 존경받을만한 일이다.

인권은 사람이 반드시 보장받아야 하는 건강권과 생명권 보호를 가장 큰 목적으로 삼는다. 지금 한국인은 북한의 핵무기로부터 생명권 보장을 위협받고 있는 중이다. 한국·미국·북한의 정상회담이 긴장을 더하면서 논의되고 있는 까닭이다. 이 논의를 두고 북한 핵무기는 한민족의 공동자산이며 미·중·러·일 열강으로부터 한반도를 지키기 위해 필수적인 우리 민족끼리의 무기라는 주장을 펴고 있는 국민의 건강권과 생명권도 인권의 범주에 포함되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북한 핵보다 훨씬 더 다급하고, 광범위하게 확산되면서 우리의 삶을 유린하는 이른바 '침묵의 살인자'인 미세먼지의 공포다. 자유롭게 숨 쉴 권리도 천부의 인권인데, 정부가 그 대비방법을 더 늦기 전에 마련하지 못한다면 정부로서 자격이 의심받게 될 것이다. 좋은 헌법을 만들어 국가와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고, 북한 핵을 해결하여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기쁨을 누가 마다할 것인가. 그러기 위해서도 미세먼지를 줄이고, 인간답게 숨 쉴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대책을 서둘러 내놓아야만 한다.

5년 임기의 대통령직으로는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닐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때 임기 안에 미세먼지 배출량을 30% 줄이고, 이를 추진할 대통령 직속 대책기구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새로 만든 미세먼지대책위원회는 환경경부 아래에 두면서 정부의 추진의지나 컨트롤타워로서의 장악력이 턱없이 떨어져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오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 3월 24∼25일 주말 내내 미세먼지가 전국을 뒤덮어 온 국민이 '회색공포'에 떨었다. "마침내 세상의 종말이 왔다", "이민 가고 싶다"는 격렬한 외침까지 들렸다. 미세먼지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의 체감도는 점점 더 악화하고 있다. 생명의 위협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사태가 이 지경까지 왔는데도 정부는 무얼 하고 있는가?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는 국민의 인권은 어떻게 보호받아야 하는가? 중국에서 시작된 미세먼지의 영향이 30∼50%에 이르는데도 왜 중국 앞에서는 작아지기만 하는가? 두 나라 정치체제의 차이가 있다. 그러나 두 체제 모두 인간을 평안하고 자유로우며 맑은 공기를 누릴 자유를 보장하는 것을 궁극의 목적으로 삼는 데는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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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국민이냐 인간이냐는 갈래짓기의 논리가 아니라 오직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어야만 사람답게 죽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맑은 공기 맘껏 숨 쉬며, 환한 햇살 한껏 쐬며, 사람답게 살아지기를 소망하는 국민만 바라보고, 하늘에 기도 드리는 지도자로 기억되기를 빌고 싶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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