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연극제 리뷰 명대사 열전1
<적산가옥> 지서방 역 차영우 "일제강점기 여성 마음 대변"

제36회 경남연극제 기간이 어느덧 중반을 넘어섰다. 대부분 공연이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관객이 많다. 경남연극제는 대한민국연극제에 참가할 경남 대표를 뽑는 경연 대회다. 그러니 작품 평가는 심사위원들이 할 테다. 대신 공연 후 주인공이나 핵심 배역 배우들을 만나 그들이 생각하는 명대사를 청했다. 연극이란 결국 사람 사는 일을 다루는 것이니 이를 통해 작품을 이해하고 세상 사는 의미를 돌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꽃이 필 때야 꽃이 질 때야/ 열여덟 가시내 눈가 우로도/꽃이 필 때야 꽃이 질 때야" = 김해 극단 이루마의 <적산가옥>(8일 경남문예회관 대공연장 공연)에서 나이 많은 할아범 지서방 역을 맡은 차영우가 생각하는 명대사다. 지서방은 주인공이라 할 순 없지만, 극을 이끌고가는 중요한 인물이다. 차영우는 이 부분이 일제강점기 고통받던 여성들의 마음을 대변한다고 본다. '손목으로 물든 피멍이야' 같은 대사도 비슷한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외에 패망이 가까운 일제를 상징하는 '몽롱하지, 다 무너져라'란 말도 인상 깊었다. 그리고 진실은 덮고 가린다고 사라지는 게 아니라는 말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깊게 다가오는 대사다.

<적산가옥> 지서방 대사 장면. /경남연극협회

<적산가옥>은 일제강점기 친일파 부호 집안의 몰락 과정을 그렸다. 재산과 권력에 미쳐 돌아가는 인물들을 잘 짜인 극본으로 묘사했다. 대극장 무대지만 세트를 간소화한 대신 자료 영상을 활용해 시대적인 현실감도 높인 부분이 독특했다.

◇"이기 자연이다" = 밀양 극단 메들리의 <토우>(7일 현장아트홀 공연)에서 엄마 역을 맡은 이현주가 선정한 명대사다. 잔잔하게 스며드는 감동이 제법이던 연극이다. 외항선을 타는 남편을 깊은 바닷속으로 잃어버리고, 장애가 있던 큰딸마저 저세상으로 먼저 보낸 엄마. 그리고 가족의 불행을 안간힘으로 버티며 티격태격하는 남은 두 딸. 연극은 마당에 있는 은행나무, 그 나무에 달린 그네, 바람, 남편을 대리하는 장식용 산호, 큰딸이 좋아하던 흙비 등 자연적인 것을 소재로 가슴에 구멍이 뚫린 채로 사는 엄마를 다독인다. 너무 큰 슬픔은 이렇게 이성이 아닌 몸으로 세상과 부대끼며 견뎌내는 것이다. "진짜 엄마가 되고 보니 알긋나, 몸으로 익히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극중 엄마가 아이 돌을 준비하는 딸에게 하는 이 대사에서도 이런 뜻이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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