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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전시회 성패 좌우해도 전문가 대우 '남의 얘기'

전문성 인정? 고용 보장?
미술관 학예연구사의 사정
시간제·임기제 '고용 불안'시달려
재계약 위해 보여주기 사업 고민
"안정성 확보돼야 전시 질 높아져"
전문경력관 전환 등 정년 보장 필요

2018년 04월 16일(월)
이미지 기자 image@idomin.com

학예연구사(학예사):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소장품에 대한 관리, 전시기획, 학술연구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큐레이터라고 말하기도 한다. 또, 국가공무원에는 학예직군의 학예연구사(학예일반·미술·국악·국어)가 있다.

◇'전문성' 인정받지 못하는 학예연구 = ㄱ 씨는 도내 한 미술관에서 근무하는 학예직군의 공무원이다. 최근 전혀 다른 업무를 겸하라는 상사의 일방적인 지시를 받고 사직을 고민했다.

"학예는 다른 기술 직군이나 보건처럼 특수성이 있는 업무지만 전문성을 전혀 인정받지 못한다. 일반 행정직에 결원이 생기면 언제든 투입될 수 있는 인력처럼 활용되는 게 현실이다."

ㄴ 씨는 도내 한 미술관에서 근무했던 '임기제 공무원'이었다. 몇 달 전 재계약되지 않아 십여 년간 일하던 곳을 떠났다. 이에 대해 함께 일했던 동료는 임기제 공무원의 처지를 말했다.

"미술관에 임기제 학예사가 있다. 이들은 계약 기간이 있다. 전문직이라는 이유로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들에게 계약기간이 지났으니 무조건 나가라고 누가 감히 요구할 수 있나? 하지만 이들은 나갈 준비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아무런 항의도 하지 못하고 떠나야 한다. 행정적으로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ㄷ 씨는 도내 한 미술관에서 근무하는 '시간선택제 임기제' 학예사다. 시간제로 계약하고 일을 한다. 고학력, 저임금, 비정규직이라는 학예연구사 고용구조의 대표적인 예다. ㄷ 씨는 고용 불안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ㄹ 미술관은 시립미술관이지만 학예연구사가 없다. 이는 미술관의 전문성과 직결된다.

ㅁ 문화재단은 전시장 세 곳을 운영하지만 학예연구사를 두지 않는다. 전시장이 '등록 미술관'이 아니기 때문에 강제 조건이 아니다. 하지만 지역 작가의 작품을 매년 구입해 지역미술사를 정리하려는 문화재단의 사업을 고려하면 전문인력이 필요하다.

관람객이 미술관에서 작품을 보기 전, 학예연구사는 어떻게 작품을 내보일지 고민한다. 주제를 정해 자료를 모으고 작품을 선별해 전시장에 내건다.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휴머니즘 - 인간을 위한 흙의 시' 전시 모습. /이미지 기자

◇"연구보다 성과에 연연" =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내걸린 수많은 작품. 이는 학예연구사 손에서 완성된다. 전시회를 개최하기 위한 모든 업무를 수행한다. 전시 주제를 정한 후 자료를 찾고 관련 작품을 수집해 전시장에 선보인다. 작품이 내걸릴 위치, 조명 밝기 등 어디에 어떻게 내보일 것인가를 고민하고 실행한다. 또한 소장품을 어떻게 분류할 것인가, 앞으로 어떤 작품을 사들여 보관할 것인가 등을 검토·분석한다.

'임기제 학예사'였던 ㄴ 씨는 수년간 미술관의 소장품을 관리한 연구자였다. 임기제 학예사는 보통 임기를 5년간 보장받는다. 처음 2년을 계약한 후 2년 연장 계약, 1년 연장 계약식으로 임기를 늘려간다. 하지만 연장 계약이 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결국 ㄴ 씨는 미술관 내 소장품 전문가였지만 인정받지 못했다.

이들은 재계약을 위해 깊이 있는 연구보다 성과를 내는 보여주기식 사업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한 임기제 학예사는 "그렇다고 성과 평가가 아주 객관적이지 않다. 면접관의 주관적 의견이 개입된다. 우리는 성과와 상관없이 때마다 고용 불안에 시달린다. 전문성을 지닌, 혹은 가능성을 가진 많은 임기제 큐레이터들이 저평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학예연구사는 짧은 기간 일정한 교육을 받아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전시물을 설명하고 소개하는 도슨트와 다르다.

학예연구사가 없는 ㄹ 미술관은 임시방편으로 도슨트만을 활용해 미술관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도슨트는 전시해설이라는 역할에 불과해 비판을 받고 있다. 미술관 측은 관객을 위해 도슨트 자원봉사자들의 전문성을 높이겠다고 밝히지만 300여 점의 소장품을 앞으로 어떻게 재구성해 시민들에게 선보일지 미지수다. 더욱이 인사 때마다 담당자가 바뀌는 시 사정을 고려한다면 ㄹ 미술관의 비전과 장기 계획은 지속성을 갖기 어렵다.

◇앞날 위해 전문경력관 논의 필요 = 이렇듯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마주하는 학예연구사의 채용 조건과 처한 상황은 시민들의 문화 향유, 지역 문화자산과 연결되지만 도내 시·군 대부분이 임기제 학예사를 두고 있다.

창원시에 따르면 학예연구사 정원은 5명이다. 이 중 정규직 공무원은 단 2명. 임기제나 시간제 학예사가 나머지를 채우고 있다.

김해시는 학예연구사 2명이 문화재 관련 업무를 수행한다. 같은 업무를 수행하지만 한 명은 정규직, 다른 한 명은 계약기간을 두고 일을 한다.

경남도 사정도 마찬가지다. 가야사를 연구하고 경남도립미술관을 운영하려고 임기제 학예사를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행정기관은 업무의 특수성을 말한다. 김해시청 관계자는 "문화재 발굴은 사학 전공자가 잘 맞다. 하지만 공무원 채용으로 들어온 학예연구사는 학예일반에 속해 업무에 딱 들어맞는 전문가를 찾기 어렵다. 그래서 임기제 공무원 공고를 통해 전공자를 뽑는다"고 설명했다.

경남도 담당자는 "진짜 전문가를 뽑고 싶은데 공채로는 구분하기 어렵다. 관련 분야 자격을 갖추고 있지만 특화한 학예사가 아니다. 정말 유능한 연구사를 뽑으려고 임기제를 활용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임기제 학예사는 업무의 지속성과 전문성, 유일성을 요구받지만 고용은 보장받지 못한다.

도내 미술관의 한 정규직 학예연구사는 "계약직의 사각지대에 놓인 임기제를 전문경력관으로 전환하면 된다. 지방계약직 공무원은 자치단체장의 의지에 따라 정년을 보장할 수 있다. 언제든 할 수 있는 일이다. 질 높은 기획전시는 전문성과 안정성이 모두 확보될 때 나온다. 이는 곧 시민들에게 어떤 예술을 보일 것인가, 지역 문화를 어떻게 끌고 갈 것인가라는 고민과 닿아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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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미지 기자
  • 2014년 7월부터 지역 문화 소식을 전합니다:) 전시와 문화재, 맛이 중심입니다 깊이와 재미 둘 다 놓치지 않겠습니다:D 소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