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서 물건을 함부로 가지고 오는 건 잘못이에요. 더구나 돈을 내지 않고 가지고 온 건 더 큰 잘못입니다. 아셨죠?"

재판부가 생리대와 참치, 치즈, 캐러멜 등을 여러 차례 훔친 혐의로 기소된 지적장애 30대 여성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하면서 한 말이다.

지적장애 1급 ㄱ(30) 씨는 지난해 11월 25일 오전 11시 15분께 김해시 한 마트 진열대에서 마이쮸 4개, 새콤달콤 2개, 애견 간식 치즈 1개 등을 훔치고, 2016년에 또 다른 마트에서 참치 캔 3개, 치즈 4개, 생리대 1개 등을 훔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날 선고는 애초 18일 오전 10시에 할 계획이었으나 ㄱ 씨가 시각을 착각하는 바람에 1시간 늦춰져 진행됐다. ㄱ 씨는 어머니와 함께 출석했다.

재판부는 보호자인 어머니한테 "물건을 훔치는 행위가 반복되는데, 잘못을 인식하는 능력이 있느냐?"고 물었다. 어머니는 "망가져 있던 뇌 세포가 많이 회복돼 잘못이라는 사실은 안다. 대화를 해보면 '인식 능력'이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 창원지법 전경./연합뉴스

어머니는 그러면서 "딸이 활동을 많이 하면서 몸이 좋아졌다. 그런데 의사들은 범죄 방지 차원에서 정신병원에 입원하라고 하는데, 고민이다"고 덧붙였다. ㄱ 씨는 기초생활수급자이며, 초등학생 시절에 뇌수막염으로 1년간 식물인간 상태로 있다가 회복되기도 했다. 현재 어머니도 몸이 아파 별다른 직업이 없는 상태다.

재판부는 여러 사정을 고려해 ㄱ 씨에게 벌금 30만 원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ㄱ 씨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었다.

오원찬 부장판사(형사6단독)는 선고공판에서 "벌을 받아야 마땅한 사건이지만, 훔친 물품 금액이 7만 원을 넘지 않고, 지적장애가 있는 점, 치아가 모두 빠져있는 점, 피해자들과 모두 합의하고 다들 선처를 원하는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창원지법 관계자는 이번 판결 의미에 대해 "과거에는 징역형보다 가벼운 형인 벌금형에 집행유예가 인정되지 않아 경제적으로 형편이 어려운 경우 징역형의 집행유예 판결을 구하는 '형벌 부조화 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며 "이런 일을 방지하고자 올 1월 형법 개정으로 벌금형에 대한 집행유예 제도가 도입된 가운데 벌금형에 대한 집행유예를 선고한 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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