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동네 떠나갈 듯 울어 젖히는 소리….” 어느 노래 가사내용과 달리 지금은 아이 울음소리가 사라진 마을이 전혀 낯설지 않다. 아이가 있는 마을은 마을전체가 엄마 아빠가 된다는 웃지 못할 내용이 TV에 방영된 적도 있다. ‘두 사람이 사랑하여 결혼을 하면 최소한 두 명의 자녀를 낳아야 본전이 된다.’는 것이 나의 끊임없는 지론이지만 요즘은 결혼이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라는 견해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90년대 초반, 주변에 어린이집도 턱없이 모자랐고 유치원 비용도 만만치 않아 출산을 하면 가족들의 도움을 바랄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국가에서 출산과 양육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자녀돌봄교실을 확대하고 출산장려금을 지원하는 등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정책들을 마련하지만, 여전히 출산율은 떨어지고 있다. 2017년 총 출생아 수는 35만 8천 명으로 사상 처음으로 출생아가 40만 명을 밑돌았고,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자녀의 수인 합계출산율 또한 2017년 1.05명으로 1970년 출생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였다. 합계출산율 1.3명 미만을 기록하는 초저출산 현상이 2001년부터 2017년까지 17년째 이어지고 있다.
이런 정부의 노력에도 출산율은 왜 떨어지는 것일까?
일차적으로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혼인 이혼 통계를 보면 평균 초혼 연령은 남자 32.9세, 여자 30.2세로 전년대비 남자 0.2세, 여자 0.1세로 늦어지는 것에 원인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통계청이 발표한 ‘2017 한국의 사회지표’를 보면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율은 2016년 51.9%로 2년 전(56.8%)보다 4.9%포인트 낮아져 결혼에 대한 의무감과 만족도가 낮아지는 사회적 분위기를 알 수 있다. 눈에 띄는 것은 여성의 시각이다. ‘결혼을 해야 한다.’는 가치관은 미혼여성(31.0%)이 미혼남성(42.9%)보다 낮았으며, ‘결혼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은 미혼여성(6.0%)이 미혼남성(3.3%)보다 2배 가까이 높은 수치를 보이며, 이는 젊은 여성들의 결혼에 대한 부정적인 가치관을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가족생활에 대한 만족도 또한 여성(54.7%)이 남성(58.3%)보다 더 낮게 나타났다. 가부장적 가족관계에서 겪는 어려움이 기혼 여성의 결혼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확산시키는 양상도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기혼여성은 결혼과 출산, 육아만으로도 직장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2017년 상반기 고용조사를 보면 경력단절 여성은 181만 2,000명으로 기혼 여성의 20%에 달하며, 육아를 이유로 직장을 그만둔 여성은 2016년보다 7000명(1.3%) 증가하여 기혼여성의 육아에 대한 부담감이 상당함을 대변해준다.
일자리와 살 집을 갖게 되어도 출산 이후 육아와 경력단절에 대한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저출산이 지속하는 모순된 상황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기혼 여성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는 사회분위기 조성 및 육아기관의 양성으로 일과 가정의 양립이 바로 설 수 있도록 가정과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