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에 대한 이야기가 자꾸만 들려오는 계절이다. 중국 정부의 폐기물 수입 거부에서 시작된 재활용 쓰레기 대란부터 매년 봄이면 돌아오는 황사와 미세먼지까지 우리는 계속 오염에 노출되고 있다. 특히 미세먼지에 따른 공해는 그 위험성에 경각심을 느낀 사람들이 미세먼지 마스크를 대량구매하면서 '미세먼지 마스크 대란'으로 이어졌을 정도다. 그런 대기오염만큼이나 지속해서 우리 주변을 오염시키고 있는 공해가 있는데, 바로 '인터넷 공해'다.

포털사이트에서 필명 '드루킹'으로 활동해온 김모 씨가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불법 프로그램을 사용해 기사에 악성 댓글을 달고 댓글 추천 수를 조작했다가 구속됐다. 그런데 수사 과정에서 드루킹과 특정 정당 국회의원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있었다는 의혹이 일면서 혼란의 불씨가 번지기 시작했다. 드루킹은 과거부터 조직적으로 댓글을 작성하거나 추천 수를 조작해왔는데 이번에는 불법 프로그램인 매크로를 사용해서 덜미를 잡혔다.

드루킹 사건은 그 속에 많은 이해관계가 뒤얽혀 있어 갈수록 사건이 복잡하게 꼬여가는 모양새다. 사실이나 의혹 내용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어 계속 들여다보지 않으면 따라잡기 벅찰 정도다. 하지만, 명확한 진실이 하나 있다. 사이버상에서 여론조작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론을 조작하려는 개인이나 단체가 포털사이트뿐만 아니라 SNS, 커뮤니티에서도 부당한 방법으로 여론을 유도해 자기 입맛에 맞추고 있다. 게다가 그들은 온갖 자극적인 단어와 악의적인 루머로 사이버 공간에 공해를 일으키고, 사람들의 이성을 마비시킨다.

인터넷 상에서 여론은 클릭 수, 비슷한 의견을 담은 글의 개수나 추천 수를 통해 해석된다. 그래서 보통 포털사이트에서는 클릭 수나 댓글 혹은 추천 수가 높은 글이 상단에 있게 되어 있다. 네티즌들도 포털 상단에 있는 글을 여론이라고 이해한다. 따라서 누군가 조직적으로 지령을 내리거나, 다른 사람들의 아이디를 사용해서 댓글 혹은 추천 수를 많이 올리면 개인의 의견이 마치 여론처럼 보이게 조작할 수 있다.

많은 아이디를 사용해서 반복적으로 추천 수를 높이는 조작을 할 때 쓰는 것이 바로 (불법) 매크로 프로그램이다. 이들의 영향력은 특정 기사의 댓글창 안에 그치지 않는다. 많은 추천 수가 곧 대중의 관심으로 해석되어 댓글 내용이 인터넷 언론을 통해 재생산되거나 다른 사이트로 퍼져 나가기 때문이다.

이전 두 정부의 댓글 공작에 이어 이번 드루킹 사건까지, 일련의 사건들이 우리 사회에 던진 화두는 인터넷 여론조작이 이토록 지속적으로 인터넷 여론을 오염시켜왔다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사이버 여론조작이 공공연하게 일어났지만, 입법이 미비했고 온라인에서의 불법 여론조작 행위에 대한 정의조차 아직 모호하다. 최근 국회에서 더욱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시작되고 있다. 그러나 사이버공간에서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는 않는지 더욱 면밀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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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제도가 마련되어도 온라인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모든 정보가 미리 법망에 걸러질 수는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봄마다 오는 미세먼지가 익숙해지려고 하니 이번에는 초미세먼지가 날아오는 것처럼 사이버 세상에서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우리의 이성을 마비시키려고 하는 새로운 시도가 끊이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늘 의심해야 한다. 가짜 뉴스와 가짜 여론에 대한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되며, 스스로 인터넷 공해를 거를 수 있는 촘촘한 마스크를 만들어야 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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