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피트니스 축제 진두 지휘하는 32세 청년

4월 29일 국내 최대 규모 피트니스 대회가 창원을 찾는다. '피트니스스타 in 창원(대회장 강형빈)'이 KBS창원 홀에서 화려한 막을 올린다.

피트니스 스타는 피트니스 시장 저변 확대·대중화에 앞장서는 대회다. 시장 트렌드를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로 전문 피트니스 선수는 물론 대중에게도 그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해 참가선수 3000명·관객 8000명을 동원, '국내 피트니스 대회 참여율 신기록 달성'이라는 성적이 이를 잘 보여준다.

올해 대회는 그 규모를 키워 △내셔널리그 △코리안리그 △퍼시픽리그 △아마추어리그 △모델서치 등 총 5개 정규리그와 22개 지역대회로 나눠 열린다. 올해 대회는 남양주 지역대회를 시작으로 올해 목표를 향한 닻을 올렸다. 그 배턴을 이어받는 창원 대회는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피트니스 전문 기업 '팀 페리아'에서 주최한다.

팀 페리아는 이번 대회를 바탕으로 지역 피트니스 문화를 선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공정한 심사 제도 정착에도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목표다. 팀 페리아를 비롯해 창원 대회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강형빈(32) 대표를 만났다.

죽기 살기로 일군 사업

올해 32살인 강형빈 대표가 피트니스에 눈을 뜬 건 5년 전이다. 고등학교 시절 테니스 선수로 활약하는 등 운동을 가까이했던 강 대표는 스물일곱 되던 해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대학에서 선수 트레이닝·재활과 관련한 공부를 했어요. 서울에서 지내면서 피트니스 센터 아르바이트도 병행하곤 했는데, 직접 보고 배운 것들을 창원에서 펼쳐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물론 손에 쥔 돈은 2000만 원뿐이었어요. 그래도 일단 해보자는 마음이 강했어요. 일단 부딪혔죠."

쉽지 않았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센터를 따로 차리기에는 인프라도 자금도 부족했다. 2~3개월간 강 대표는 피트니스와 관련한, 할 수 있는 일이란 일은 다 했다. 그러면서 창원 피트니스 센터 장·단점도 하나 둘 익혀갔다. 경영·창업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피트니스 시장이 눈에 익자 돌파구도 보였다. 강 대표는 다른 센터 안에 작은 센터를 여는, '샵 엔 샵' 형태로 사업 첫발을 내디뎠다. 값비싼 운동 기구는 기존 센터 것을 이용하되, 회원은 따로 받는 식이었다. 부가적인 수입이 생기는 기존 센터 측에서도 큰 거부감을 드러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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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형빈 피트니스스타 in 창원 대회장. / 박일호 기자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홍보든, 운동이든 정말 미친 듯이 일했어요. 센터에서 거의 살다시피 했죠. 곧 성과가 나타났어요. 보름 만에 회원이 100여 명으로 늘었거든요."

하지만 문제도 생겼다. 배보다 배꼽이 커진 기존 센터 측 미움을 사게 된 것. 곧 강 대표는 더는 '샵 엔 샵'을 운영할 수 없게 됐다.

"실망은 했지만 좌절하진 않았죠. 제겐 100여 명의 회원이 있었으니까요. 이들을 믿고 다시 도전해 보기로 했죠. 그렇게 팀 페리아라는, 온전한 단독 공간이 탄생하게 됐고요."

강 대표 결단은 적중했다. 창원시 의창구 용호동에서 첫발을 내디딘 팀 페리아는 1년 만에 마산회원구 합성동에 2호점을 차린 데 이어 이듬해 김해시 율하동에도 분점을 냈다. 시작할 때 100명이던 회원은 어느새 1000여 명으로 늘었다. 팀장·트레이너 등 20여 명의 직원을 두고 외부강사 7~8명도 함께할 수 있게 됐다.

경영상 큰 성과도 거뒀지만 강 대표는 무엇보다 지역 피트니스 문화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점에 큰 만족감을 드러냈다.

"여태껏 지역에서 피트니스 산업에 종사하는 많은 분은 그저 '운동하는 삼촌', '근육 많은 형' 정도로만 불렸죠. 창원에서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그 인식만큼은 꼭 바꾸고 싶었어요. 그들은 뛰어난 강사이자, 전문직 종사자이니까요. 당장 산업 구조부터 바꿀 필요가 있어요. 임금 체계라든지 복지라든지 피트니스 산업은 여전히 우리 사회 사각지대거든요. 이를 체계화할 수 있는 기구를 설립하는 등 팀 페리아가 앞장서 바꿔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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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형빈 피트니스스타 in 창원 대회장. / 박일호 기자

이는 팀 페리야 지향점과도 맞닿아 있다. 강 대표는 '피트니스는 문화'라고 늘 강조한다. 단순히 살을 빼고, 근육량을 늘리는 게 아닌 누구나가 쉽게 찾아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피트니스 센터가 그 시발점이자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도 같은 맥락이다.

"직원들에게 늘 당부하는 게 회원들이 하루하루 웃으면서 센터를 나가야 한다는 거예요. 그런 환경을 만들어야 하고요. 센터에 와서 운동 좀 덜해도 괜찮아요. 커피 한잔하고 사우나도 즐기고. 하루하루 하는 운동이 삶에 악영향을 끼쳐선 안 되잖아요. 정말 즐거운 문화가 되어야 한다는 게 팀 페리아의 최종 목표죠."

강형빈 대표의 철학은 이번 창원 대회에서도 이어질 예정이다. 강 대표는 피트니스를 즐기는 일반 시민·생활체육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대회를 만들고 이를 매년 이어갈 방침이다. 여기에 강 대표는 또 다른 '변화' 하나를 덧붙인다.

새로운 문화 정착을 위한 걸음

"일부 피트니스 대회는 편파 판정이 정말 심했어요. 내 식구 챙기기에 급급했죠. '이미 순위는 정해져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으니까요. 어쩌면 이런 점이 피트니스와 시민 간극을 더 넓히는지도 몰라요. 자기들만의 리그, 짜 맞춰 진 대회를 좋아할 리가 없죠."

이 때문에 강 대표는 이번 창원 대회의 초점을 '공정성'과 '참여'에 맞췄다. 3년 전 첫선을 보일 때부터 이어온 피트니스 스타 대회 방침을 살리고 이를 더욱 확장하겠다는 의도다.

한 예로 이번 대회 참여 심사위원 명단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지고 있다. 혹시 모를 청탁 등을 차단하는 셈이다. 대형 전광판을 통해 실시간으로 점수도 공개한다. 심사위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누구에게 몇 점을 줬는지, 왜 그런 점수를 줬는지 등을 현장에서 바로바로 알 수 있게 조치한 것이다.

"피트니스 선수들은 보통 한 대회를 준비하고자 3~6개월 동안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않아요. 그 노력이 불공정함으로 퇴색되어선 안 되죠. 정말 열심히 했다면 당연히 보상받아야 할 것이고, 혹 불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왔다면 이를 묻고 이야기할 수 있어야죠."

일반인 참여를 북돋우는 점도 이 연장선이다. 피트니스 스타 in 창원은 △머슬 남자 △클래식 보디빌딩 남자 △모델 남자 △피지크 남자 △클래식 피지크 남자 △피규어 여자 △모델 여자 △비키니 여자 종목으로 나눠 열린다. 이 중 남녀 모델은 학생·직장인 등 누구나 쉽게 도전할 수 있는 종목이다. 종목별 각 체급 5위까지 시상하고 그랑프리 선수에게는 피트니스 스타 은목걸이와 그랑프리 트로피·메달이 지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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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형빈 피트니스스타 in 창원 대회장. / 박일호 기자

그렇다고 강 대표는 한 번에 모든 게 바뀌리라 생각하진 않는다. 여전히 사회 곳곳에는 피트니스를 향한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각종 피트니스 대회가 너무 난립하고 있다는 점도 이 중 하나다.

이에 대해 강 대표는 '오히려 잘 됐다'는 평가했다.

"피트니스 선수를 소비자라고 본다면 좋은 상품, 즉 더 공정한 대회를 찾는 건 그들 몫이죠. 허울뿐인 대회, 불공정한 대회는 경쟁 속에서 점차 사라질 것이라 봐요. 좋은 대회만이 살아남는다면, 그리고 그 대회가 권위를 갖춘다면 피트니스 산업의 양적·질적 성장도 따라오리라 생각해요."

강 대표는 피트니스 산업 전체가 안은 고민에 대해서도 견해를 밝혔다. 피트니스 산업뿐 아니라 최근 스포츠계에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게 바로 약물 논란이다. 스테로이드와 같은 약물은 이미 국내, 국외 가릴 것 없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고 이제는 일반인에까지 그 영향을 주고 있다. 신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그리고 그 신체로 평가를 받는 피트니스 대회는 약물 논란 중심이자 최정점에 서 있다.

"약물 투입을 말려야 할지, 둬야 할지 아직 답은 못 찾았어요. 대회를 개최하는 입장에선 흥행에 도움이 되기도 하죠. 피트니스 센터를 운영하는 대표 입장에선 제재하는 게 맞고요. 국가 혹은 전 세계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할 듯해요. 선수 인식·대회 문화 변화도 필요할 테고요."

이와 관련해 강 대표는 운동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특히 강 대표는 다이어트를 두고 '지나친 기대감', '약물 의존'을 경계했다. 잘못된 식습관과 운동 부족으로 생긴 신체 불균형은 하루아침에 달라지지 않는다는 견해다. 한약·양약 등 약물로 일시적인 변화를 맞을 수는 있으나 운동이 없다면 지속적인 효과는 없을 것이라는 경고도 했다.

"최근 '비포 애프터' 몸매 사진을 걸어놓고 회원 유치를 하는 센터를 자주 볼 수 있어요. 일단 자극적이니 이목을 끌 수밖에 없죠. 하지만 팀 페리아에서는 그러지 않으려고 해요. 다이어트 혹은 몸짱 등 잔뜩 기대를 하고 온 회원에게 괜한 실망감을 안기고 싶지 않거든요. 거짓말을 할 수도 없고요. 결국 꾸준함이 관건이에요. 대신 즐겁게 해야 할 테고요."

피트니스를 향한 강 대표 열정과 새 문화를 정착하려는 의지는 이번 대회에서 드러날 전망이다. 이제 겨우 첫 단추를 꼈다며 아직 갈 길이 멀다 하는 강 대표. 피트니스트 창원 in 대회의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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