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작물 생산 쏠림 반복, 자율 감축 한계
생산량 관련 데이터 부실…정부 대책 절실

경남농협 구내식당에는 '매주 수요일은 계란요리 먹는 날'이라는 펼침막이 내걸려 있다. 지난해 AI(조류인플루엔자)·살충제 파동 이후 생산 대비 소비가 따라가지 못하자, 경남농협이 소비 촉진에 나선 것이다.

달걀 전국 평균 가격(특란 10개, 4월 26일 기준)은 1119원으로, 지난해 4월 평균 2019원보다 900원 가까이 떨어졌다. 양파·마늘은 올해 전국 생산량 기준으로 평년 대비 각각 23%·13%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주산지인 경남은 면적 기준으로 각각 39%·23% 증가했다. 이에 정부·경남도는 '산지 폐기' '소비 독려' 같은 대책을 내놓고 있다.

이렇듯 '특정 농산물 생산 쏠림'은 매해 되풀이되고 있다. 특정품목 생산량·재배면적 증가는 결국 '가격 기대 심리에 따른 쏠림현상'으로 귀결된다. 이 때문에 농민을 향한 아쉬운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와 농업관련 기관도 책임이 있지만 농민도 생산량 조절 등 자구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관행대로 작물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반면 "정부가 농민에게 신뢰할만한 생산 예측자료를 제공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한 농업단체 관계자는 "농민이 지난해 달걀 파동 이후에도 전반적으로 산란 개체 수를 줄이지 않았다. 농민이 생산 조절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농민도 시장 경제에 따른 자생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 언제까지 정부에 기댈 수만은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하지만 '농민이 작물을 선택하는 데 필요한, 신뢰할 만한 정보(통계) 부족'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크다.

창녕에서 양파·마늘 농사를 짓는 윤용주(66) 씨는 "농민은 가격이 조금만 좋다 싶으면 우르르 그쪽으로 몰려든다"면서 "정부가 지역별 품목 생산량 예측자료를 정기적으로 제공해 준다면 수요 조절에 도움되지 않겠나"라고 했다. 이는 특정품목 종자, 모종 등의 전국 판매량 정보가 제공된다면 농민이 과잉 생산이 우려되는 품목을 배제하고 다른 품목을 선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그는 "과거에는 시·군별 통계 사무직원이 있어서 그와 유사한 자료를 제공했다. 지금도 있기는 하지만 신뢰하기 어렵다. 예전보다 더 못한 수준이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농수산물유통정보시스템'을 통해 관련 자료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농민은 "일종의 지표에 불과하지, 실상과는 거리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에 경남농협은 몇몇 채소 품목에 대해 자체 전수조사를 하고 있다. 지난해 풋고추·딸기를 했고, 올해 양파·마늘을 계획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일일이 해당 농가를 찾아 조사하는 식이라 현실과는 일정 부분 거리가 있다. 또한, 전국단위 농산물을 경남만 조사한다고 해서 큰 실효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경남농협은 또한 지난해 '종자회사를 통한 품목별 판매 현황 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역시 성과를 얻지 못했다. 경남농협 설명에 따르면, 종자는 특정업체가 35% 이상 판매하면 독과점으로 규정되기에, 표본조사가 아닌 업계 전체의 80% 이상 조사해야 현실적인 통계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농가들이 구매한 종자를 이듬해 심는 경우도 있고, 무엇보다 종자 업체들이 영업 자료 공개를 꺼리는 분위기가 크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육묘사업 등록제'가 하나의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업자가 모종 생산·판매 수치를 의무적으로 제공하고, 정부가 이를 통계화하는 방식이다.

경남농협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현실적인 데이터를 수집해 농민에게 제공할 방법은 있다. 결국, 의지 문제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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