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 벙커링, 새 희망 될까
유해가스 배출 규제 강화 등 LNG 추진선 발주 크게 늘 듯
도, 벙커링 기자재 성능시험설비 등 구축 경쟁력 강화 박차

삼성중공업은 올해 1분기에도 매출 감소와 적자를 이어갔고, 중형조선사인 성동조선해양은 법정관리로 가고, STX조선해양은 현장 노동자 희생 덕에 법정관리 문턱에서 겨우 벗어났다. 경남 조선해양산업은 조명등 꺼진 터널 한가운데는 지났지만 터널 끝은 아직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이같이 어둠 속에 있는 조선해양산업에 한 줄기 빛이 들어왔다고 한다. 경남도가 제출한 'LNG(액화천연가스) 벙커링 핵심기자재 지원 기반 구축사업'을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달 18일 최종 선정했기 때문이란다. LNG 벙커링 산업? 무척 낯설다. 이 낯선 산업이 경남에 과연 필요할까? 또한 조선산업의 새 돌파구가 될까? <경남도민일보>는 이 낯선 산업과 선정 사업 내용을 전문가와 관계기관을 통해 점검해봤다.

◇사업 주요 내용 = 산업부가 최종 선정한 'LNG 벙커링 핵심기자재 지원 기반 구축사업'에는 2022년까지 5년간 △LNG 벙커링 기자재 성능시험설비 구축과 기반 조성을 위한 토목·건축공사에 113억 원 △LNG 벙커링 이송시스템 단품 부품, 모듈·패키지 부품 성능시험 장비와 설비 구축에 184억 원 △설계 엔지니어링·인력 양성에 18억 원 등 모두 315억 원이 투입된다. 사업지는 고성군 동해면 용정리 일대(3만 2304㎡ 규모)다.

도는 북유럽에서 인증설비 구축과 운영 경험이 있는 네덜란드 TNO(국영응용과학연구소)와 국제 기술협력을 해 국내 LNG 관련 기업 생산 기자재의 성능 인증 신뢰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또한 사업화와 판로 지원으로 LNG 벙커링 핵심 기자재 국산화율을 높일 예정이다. 도는 지난해 6월 TNO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사업비 부담은 국비 100억 원, 도비 112억 원, 고성군비 103억 원이다. 사업 주체는 경남도, 사업 주관은 경남테크노파크, 터 제공과 사업비 일부 부담은 고성군이 각각 맡는다.

한경호 도지사 권한대행은 선정 당시 LNG 벙커링은 조선해양산업 위기 극복·미래 신시장 수요 대응 산업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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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 낯선 LNG 벙커링 = 기체인 천연가스를 더 많이 담고자 압축해 액체로 만든 게 액화천연가스(LNG)다. LNG 벙커링은 LNG를 연료로 쓰는 선박이나 구조물에 이를 공급하는 작업이다. 그러면 기존 주 연료인 벙커C유(석유 제품의 하나) 대신 LNG로 엔진을 돌리는 LNG 연료추진선이 늘어야 사업성이 있다. LNG 벙커링 산업 전제 조건인 셈이다. 또한 LNG 연료추진선은 기존 벙커C유를 쓰는 선박보다 훨씬 고가라서 대형·초대형 상선(컨테이너선·탱커 등)이나 고급 여객선이 대부분이다.

LNG 벙커링이 산업적 가치를 가지려면 컨테이너 전용부두 항만을 오가며, LNG를 연료로 쓰는 대형·초대형 컨테이너 선박(1만 5000TEU 이상)이나 초대형 유조선(VLCC)을 핵심 사업 대상으로 해야 한다. 그런데 대형·초대형 선박은 항만에 대지 않고 근처에서 정박해 피드선(컨테이너나 화물을 부두로 나르는 작은 화물선)이 컨테이너 등 화물을 옮긴다. 연료 주입도 마찬가지다. 육상 주유소와 달리 항만 근처 해상에서 LNG를 실은 선박이 가서 연료를 넣는다. 이 연료 주입 선박이 'LNG 벙커링선'이다. 올해 안 서비스 중이거나 예정인 상업용 LNG 벙커링선은 전 세계 6척뿐이다. 이 중 바지선 개조가 아닌 벙커링 전용 신조선 3척은 모두 한국산이다. 한진중공업이 한 척, STX조선해양이 한 척을 각각 건조해 인도했고, 현대미포조선이 한 척을 건조 중이다. 하지만 LNG 벙커링선 핵심 기자재는 대부분 외국 제품이었다. 핵심 기자재는 LNG 벙커링 로딩암(주입 팔), QC/DC(빠른 연결·해제 장치), 비상분리시스템, 펌프, 증발가스 처리 기술 등이다.

경남TP 관계자는 "STX조선이 인도한 벙커링선 가격은 6500만 달러로 중형(MR급) 탱커보다 두 배 이상 부가가치가 높다. 하지만 LNG 극저온기자재 국산화율은 20%, 설계 역량 자립화율은 40% 수준이고 관련 기자재 성능시험과 인증도 국외에 의존한다"며 "이번 산업부 선정 사업은 관련 기자재 국산화율을 높이고 LNG 벙커링 산업 활성화에 첫발을 뗐다는 의미가 크다"고 나름의 사업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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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 밝을까? = 이 사업은 국내외 해운사가 LNG 연료추진선을 얼마나 발주하느냐에 성패가 달렸다. 발주가 증가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신호는 많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황산화합물(SOx), 질소산화물(NOx) 등 유해가스 배출 규제 강화와 유럽·미국 등의 배출가스 규제지역(ECA) 설정과 확대는 기존 선박에 SOx, NOx,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고자 저감장치를 달거나 환경오염 물질을 적게 배출하는 연료를 쓰도록 강제한다. IMO는 2020년부터 SOx를 기존 3.5%에서 0.5%까지 배출량을 줄이고, NOx를 2011년 대비 80%를 감축하도록 환경 규제를 강화했다.

삼성중공업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선박 연료에 대한 주요 선사 설문조사에서 응답업체 140곳 중 44개사가 LNG를, 36개사가 혼합연료(혹은 'Dual Fuel'. 벙커C유와 LNG를 함께 쓰는 것), 39개사가 기존 벙커C유보다 질 좋은 마린디젤오일(MDO)을, 21개사가 기존 벙커C유를 쓰되 저감장치를 달겠다고 했다. LNG 벙커링 대상 선박인 LNG와 혼합연료를 쓰겠다는 응답이 80개사로 전체의 57%나 됐다. 또한, 노르웨이 선급(DNV)은 올 1월 현재 운영 중인 LNG 연료추진선이 전 세계 119척이고 57척이 건조 중이며 2026년에는 대형 항만을 오가는 LNG 연료추진선이 244척까지 늘 것으로 예상했다.

신수철 동아대 조선해양플랜트공학과 교수는 "LNG나 혼합연료를 쓰겠다는 선사들이 확실히 많아져 산업적 기반은 충분히 열렸다"고 평가했다. 이어 신 교수는 "올해 2월 프랑스 해운사가 발주한 1만 5000∼2만TEU급 컨테이너선에 적합한 8000㎥ 이상 벙커링선을 중국 조선소에 뺏겼다. 이는 국내 조선사가 만든 것보다 더 큰 규모"라며 "LNG 벙커링선과 벙커링 인프라 구축, 기자재 국산화는 컨테이너전용 국제항 생존과도 직결된다. 환적화물을 두고 중국 상하이, 싱가포르와 경쟁하는 부산항신항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도 관련 인프라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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