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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맛] (5) 멍게

푸른 바다 향 잔뜩 머금은 붉은 꽃
통영서 국내 생산량 절반 이상 생산
껍질 붉은색 선명하고 단단해야 좋아
특유의 향 즐기려면 날로 먹는 게 으뜸

2018년 05월 08일(화)
최환석 기자 che@idomin.com

멍게는 바다의 속내를 그대로 보여준다. 굳이 가지 않더라도 바다를 느끼는 방법 하나가 멍게를 먹는 것이다. 부드러운 식감은 바다의 향과 어울려 기분을 들뜨게 한다.

멍게의 다른 이름은 '우렁쉥이'다. 멍게는 경상도 방언이다. 우렁쉥이는 뭔가 어색하지만 멍게는 친숙하다. 표준어보다 널리 쓰여 멍게와 우렁쉥이 모두 표준어가 되었다.

멍게는 1970년대 양식이 활성화하면서 대중적으로 알려졌다. 양식이라고 자연산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줄에 엉긴 멍게는 스스로 잘 자라서다. 멍게 명운은 인간이 어찌할 도리가 없다. 그저 자연에 달렸다. 적정 수온을 벗어나면 성장하지 않는다. 수온 변화가 크면 쉽게 폐사한다. 깨끗한 물과 적정한 수온(5도에서 24도 사이)이 멍게의 8할이라 하겠다.

5m가량 줄에 멍게 유생(변태하는 동물의 어린 것)을 붙여 수심 10m 정도에 둔다. 2년에 걸쳐 성장을 기다리는데, 적정 수온에 따라 이리저리 옮겨준다. 잘 자란 멍게만 꺼내 작업장으로 옮긴다. 물속에 하루를 담가 배설물이 빠지도록 한다. 다음날 줄에서 멍게를 떼어내고 바닷물로 씻긴다. 큰 놈과 작은 놈으로 가려져서 팔려나간다. 그렇게 사람이 들이는 공이 멍게의 나머지 2할이겠다.

진해중앙시장에서 만난 멍게. 빨갛게 만개한 꽃처럼 보인다. /최환석 기자

한국 멍게 생산량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곳은 통영이다. 통영 멍게는 2월에서 6월에 걸쳐 수확한다. 4월과 5월이 제철이라 한다. 이 시기 전통시장 상인들은 빨간 대야 가득 멍게를 담아 판다. 작은 소쿠리 하나 가득 1만 원가량. 하나에 10㎝가량 크기인 멍게 열댓 개의 가격이다.

멍게 몸에는 돌기가 여럿이지만 독특하게 생긴 것이 두 개 있다. 하나는 바닷물을 빨아들이는 입수공이고, 다른 하나는 반대로 내뱉는 출수공이다. '열 십(十)' 자 모양이 입수공이고, '한 일(一)' 자 모양이 출수공이다. 입수공으로 빨아들인 바닷물에서 플랑크톤과 산소만 남기고 출수공으로 내뱉는다.

수산물을 다루는 식당에서 멍게는 식욕을 돋우는 전채로 등장한다. 보통 해삼·개불 등과 같이 나온다. 그래서인지 멍게만 따로 사먹는 것이 익숙하진 않다. 양식 이전에는 귀한 해산물이었는데 말이다.

멍게는 날것으로 먹는 것이 제일이다. 냉동 보관만 잘하면 1년 내내 제맛을 느낄 수 있다. 냉장 보관한 멍게는 하루만 지나도 맛이 떨어진다.

껍질의 붉은색이 선명하면 좋은 멍게다. 껍질이 단단하고 수분이 넉넉한 멍게를 고르면 된다. 껍질을 세로로 잘라 속살을 빼내는데, 맑은 주황색을 띠어야 좋다. 내장을 제거하고 살짝만 씻으면 된다. 여러 번 씻으면 고유의 향이 날아간다. 껍질 제거가 어렵다면 손질한 멍게를 구입하면 된다.

멍게 향이 좋으면 두말할 나위가 없겠으나, 가끔 유통 과정에서 변질하여 향이 짙어지기도 하기 때문에 좋은 멍게를 따지는 잣대라고 보기는 어렵다.

저녁상을 해산물로 채워봤다. 멍게(오른쪽 아래)와 숙성회, 문어숙회를 준비했다. 횟집에서는 전채로 등장하지만 이날만큼은 멍게가 주인공이었다. /최환석 기자

잘 손질한 멍게는 초고추장과 어울린다. 그렇게 하나만 먹어도 향이 오래간다. 멍게 고유의 맛과 향은 휘발성 알코올인 '신티올'이 있어서다. 글리코겐이 많아 원기 회복에도 좋다. 수온이 높아질수록 멍게의 글리코겐 함량도 높아진다. 수분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지방질이 많지 않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저열량 수산물이다.

멍게를 잘게 썰어 쌀밥에 비벼 먹는 '멍게비빔밥'도 즐기는 방법 하나다. 고추장은 자칫 멍게 맛과 향을 죽일 수 있기 때문에 넣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기호에 따라 적당히 쓰자. 통영에서는 잘게 썬 멍게에 오이, 참기름, 다진 청양고추를 버무려 먹기도 한다. 김이나 깨가 들어가기도 하는데, 재료 향이 강해서 빼는 것이 좋겠다. 꼭 김을 넣으려면 조미한 김은 피하도록 하자. 멍게는 젓갈로도 먹는다. 이래저래 먹는 방법이 다양하다.

주 음식에 앞서 곁들이는 해산물로 여겨지던 멍게지만, 고유의 매력은 고급 해산물 못지않다. 입맛이 없다면 신선한 멍게 한 입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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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환석 기자

    • 최환석 기자
  • 문화부. 공연, 문화정책 담당. 레져도 함께. 제보/피드백 010-8994-4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