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에는 빨갱이가 많다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막말 후폭풍이 진정되지 않고 계속 확산하는 추세다. 민중당 경남도당이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걸어 검찰에 고발한 데 이어 이번에는 학교무상급식운동본부와 주민소환운동본부 등 시민단체들이 대시민 사과를 요구하는 내용의 항의서한을 자유한국당 경남도당에 전달한 것이다. 이들 단체는 그동안 어떤 형태로든 공개사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기다려왔으나 지금까지 그럴 낌새가 보이지 않아 직접 행동에 나서지 않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이나 시민단체만의 문제는 아니다. 대부분의 선량한 일반시민들 역시 황당함과 모욕감을 느끼기는 대동소이할 것이다.

빨갱이의 사전적 의미는 공산주의자를 속되게 이르는 말로 설명돼있다. 반대편을 정치적 공격수단으로 의제화하는 용어인 좌빨이나 종북몰이가 그 속에 함축돼있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저 반대만 하는 사람을 두고 우리끼리 농담으로 빨갱이라고 칭한다는 해명은 그래서 어이없다. 그건 그저 군색한 자기변명일 뿐이지 기회가 있을 때면 입버릇처럼 색깔론을 동원해서 상대 진영을 적대시한 그동안의 행태를 합리화하는 논리로는 적절치않다. 자신을 비판하거나 반대하는 모든 사람을 빨갱이로 여기기 때문이라는 시민사회의 시각이 힘을 얻는 대목이다. 학교무상급식이 파탄 났을 때는 학부모들이 눈물을 흘려야 했고, 진주의료원이 문 닫을 때는 종사자들에게 멍에가 들씌워져 돌이킬 수 없는 박탈감을 던져주기도 했다.

창원은 전국에서도 인권운동이 가장 왕성하게 일어난 곳이다. 유명한 마창노련이 노동자들의 권익신장에 이바지한 전력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들은 기득권에 저항만 한 것이 아니라 비판과 토론문화를 성숙시켜 민주화와 산업발전에 헌신해온 것 또한 사실이다. 빨갱이라는 비아냥을 들을 아무런 이유가 없다. 설사 농담삼아 쓴다는 말을 믿어준다 해도 결과적으로 창원시민이 그 함의어에 갇힌 신세가 되는 꼴이 되고 말았으니 유쾌할 리 없다. 공당의 대표이기 이전에 전직 경남도지사로서 창원시민과 경남도민에게 사과를 하는 것이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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