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주년 세계노동절을 맞아 '삼성중공업 크레인 참사 1주년' 기획을 준비했다. 서울, 고양, 이천, 창원, 거제 등에서 사고 유족, 재해노동자, 노동조합 관계자를 인터뷰했다. 사고 현장에서 제작 중이던 해양플랜트 발주기업이 있는 노르웨이에서 온 취재진과 함께했다.

취재를 하면서 만난 피해 노동자의 목소리를 잊을 수 없다. 사고를 목격하거나 사고로 가족을 잃은 이들은 사고 당시를 기억하며 눈물을 흘렸다. 1년이 지났지만, 아픔은 제대로 치유되지 않았다. 원청인 삼성중공업의 직접적인 사과를 원한다는 유족의 절규와 여전히 사고로 고통을 겪는 재해자들의 목소리는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우리 사회가 무엇을 해왔는지 되돌아보게 했다.

사고 이후 재해자들의 삶은 완전히 바뀌었다. 수년간 조선소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은 트라우마로 조선소에서 일을 할 수 없게 됐다. 끔찍했던 상황이 계속 떠올라 잠을 제대로 잘 수도 없고, 함께 일한 동료를 잃은 죄책감과 무력감의 고통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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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고통은 사고 현장에 어떤 영향을 줬을까. 조선업 중대산업재해 국민참여 조사위원회가 꾸려져 사고·실태 조사를 벌여 공청회를 했다. 삼성중공업은 크레인 충돌 방지 방안을 세웠지만, 다단계 하청구조 등의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는 않았다.

구조적인 원인이 해소되지 않으면 또 다른 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노동계의 목소리는 기우가 아니다. 흐느끼면서 당시를 증언하는 노동자들은 하나같이 말했다. 또다시 참사가 나지 않았으면 하기에 고통스럽지만 인터뷰에 응하게 됐다고. 이제 중대재해 책임자 처벌을 강화하고, 구조적인 문제 해소를 위한 움직임도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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