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텍 창원캠퍼스 '삼부자', 같은 대학에 차례로 입학
인문계서 진로 바꾼 첫째…남다른 손재주 살린 둘째
건설시공기술자 아버지는
퇴직 뒤 직업훈련교사 계획
나란히 길 걷는 '동료·멘토'
정보 등 나누며 전문성 키워

아버지와 두 아들이 같은 대학에서 함께 공부하며 미래에 대한 꿈을 키워가고 있다.

건축시공기술자인 아버지 남진호(51) 씨와 예비 기술명장으로 주목받는 아들 석현(23)·중현(20) 씨. 이들 '삼부자'가 한국폴리텍대학 창원캠퍼스에 차례로 입학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산업현장에서 요구되는 숙련된 기술을 익히고자 폴리텍대학 창원캠퍼스에 들어온 삼부자는 서로 선생님이자 친구로 배움의 터전을 누비고 있다.

폴리텍대학 창원캠퍼스와 처음 인연을 맺은 이는 첫째 아들 석현 씨다. 인문계 고교를 졸업한 석현 씨는 2015년 2년제 학위과정인 스마트전기과에 입학했다. 지난해 학교에 들어온 아버지 진호 씨는 첫째의 후배다. 현재 야간 2년 고급기술과정인 기능장 과정 기계시스템과에 재학 중이다. 2년제 학위과정인 산업설비자동화과를 다니는 중현 씨는 새내기다.

폴리텍대학 창원캠퍼스를 함께 다니고 있는 삼부자. 왼쪽부터 두 아들 중 형인 남석현 씨, 아버지 남진호 씨, 동생 남중현 씨.

석현 씨는 대학 진학을 앞두고 진로에 대한 숱한 고민 끝에 4차 산업혁명 시대 미래 유망 직종으로 꼽히는 스마트전기과를 택했다. 현재 군 복무 중인 석현 씨는 병역 의무를 이행하면서 전공 분야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않았다. 틈틈이 학과 관련 공부를 병행해 전기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창원지역 아파트 재건축공사 현장에서 공사팀장으로 일하는 진호 씨는 자신과 같은 전문 기술자 길로 들어선 첫째 아들의 든든한 후원자다.

그는 불과 2년 전만 해도 폴리텍대학 창원캠퍼스에 다니는 학생의 부모였다. 가끔 퇴근길 학교 수업이 끝난 석현 씨를 차에 태워 집에 함께 가곤 했던 그가 아들과 같은 학생 신분으로 대학 정문을 드나들 줄은 가족들도 예상하지 못했다.

건설시공기술자로 건축 공사 분야에서 23년간 내공을 쌓은 진호 씨가 50대에 들어설 무렵 학업에 뛰어든 이유는 막연하게 품어왔던 꿈 때문이다. 퇴직 후 맞이할 '두 번째 삶'은 우수 기술·기능 인력을 양성하는 직업훈련교사로 살고 싶은 바람이 만학도의 길로 들어서게 하였다. 오랜 기간 현장에서 축적한 실무경험과 기술을 바탕으로 전문 지식, 기술, 소양 등을 부문·수준별로 이해할 수 있게끔 가르치는 모습을 머릿속에 항상 새겼다.

진호 씨는 야간 기능장 2년 과정을 마치면 취득 가능한 직업훈련교사 자격증을 손에 쥐기 위해 '주경야독'을 마다치 않고 있다.

폴리텍대학 창원캠퍼스 야간 2년 기능장 과정에 재학 중인 남진호 씨 실습 모습. /남진호 씨

낮에 일하고 밤에 공부하기가 젊은 학생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체력이 달리고 피곤할 법도 한데 단 한 번도 수업을 빠뜨린 적이 없다. 일이 늦게 끝나거나 피치 못할 약속이 생겨 제시간에 출석을 못하더라도 결석은 하지 않는다는 게 그의 신조다.

학교 시험 혹은 자격증을 준비하는 기간이면 남들보다 일찍 출근해 책을 펴고, 점심때를 쪼개 공부한다. 수업을 마치고 돌아온 늦은 밤에는 졸린 눈을 비비며 책상 앞에 앉는다.

배움에 대한 열정과 열의는 배관기능장과 기계가공기능장 자격증 취득이라는 결실을 보게 했다. 진호 씨는 가스기능장과 용접기능장 필기도 합격해 실기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기술 분야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아버지와 형을 보고 자란 중현 씨는 자연스럽게 기술자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고2 때 경남지방기능경기대회 판금 부문 장려상과 고3이던 지난해 같은 대회·부문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그는 적성과 소질에 맞춰 진로를 택했다. 남다른 감각과 손재주를 살려 '예비 명장'에 이름을 올리기 위한 전문성을 갖춰나가고 있다.

중현 씨는 용접기능장을 준비하는 아버지에게 실기를 앞두고 용접 기술을 직접 가르쳐 주기도 했다. 아버지 진호 씨와 자격증 시험을 함께 준비하며 같은 고사장에서 시험을 치르기도 했던 이들은 단순한 부자 관계를 넘어 같은 길을 걷는 동료이자 때론 서로에게 가르침이 되는 멘토이기도 하다.

내달 제대하는 첫째 석현 씨가 학교에 복학하면 삼부자는 진정한 '완전체'를 이룬다. 끈끈한 부자관계를 바탕으로 같은 꿈과 목표를 향해 묵묵히 나아가는 아버지와 두 아들. 머지않아 전문 기술자로서 함께 산업현장을 누비고 있을 모습을 그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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