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립미술관 체험프로그램...플라스틱으로 정원 꾸미기
결과보다 '과정·소통' 중시 즐거움으로 일상이 예술로

'플라스틱 가든'의 첫 번째 정원사들의 솜씨가 멋지다. 7살 아이들이 싱그러운 초록이 가득한 미술관 전시실에서 손수 만든 잎을 달고 꽃을 심었다. 플라스틱 가지만 무성했던 정원이 풍성해지기 시작했다.

경남도립미술관이 지난달 31일 5전시실에서 '플라스틱 가든'을 개막했다. 프랑스 퐁피두센터와 함께 여는 체험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퐁피두센터는 2013년 크리스토프 달렉키(Christophe Dalecki·프랑스) 작품의 창작 원리를 이용해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크리스토프 달렉키 작가는 일상 사물을 활용해 인공 정원을 만든다. 그는 소아병동 어린이들을 위해 일상적 사물이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 종일 병원에서 지내는 평범한 일상이 상상력을 통해 얼마나 즐거운지 보여주고자 했다. 퐁피두센터는 이를 활용해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현재 프랑스를 넘어 세계 어린이들과 만나고 있다. 지난 2015년 이스탄불에 갔고 올해는 창원을 찾았다.

아이들이 플라스틱으로 정원을 꾸미고 있다. /이미지 기자

이번 '플라스틱 가든'도 아이들에게 쓰레기로 버려질 수 있는 플라스틱이 꽃과 나무가 되고, 네모난 전시실이 커다란 정원이 될 수 있다는 상상력을 심어준다.

지난달 30일 경남도청어린이집원생들이 '플라스틱 가든'에 들어섰다. 개막에 앞서 첫 번째 정원사들로 초청됐다. 이날 알렉산드라 퐁피두센터 큐레이터와 크리스토프 달렉키 작가가 함께했다.

첫 만남은 데면데면했다. 아이들은 조심스러워했다. 온통 플라스틱인 공간과 외국인이 낯설었다.

하지만 두려움과 어색함도 잠시, 아이들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작품을 보며 신기해했다. 특히 알렉산드라 큐레이터의 활기찬 몸짓이 아이들의 마음을 사르르 녹게 했다. 통역을 통해 서로 말을 주고받았지만 이미 아이들은 그녀의 표정과 손짓으로 그가 무엇을 말하는지 느끼고 있었다.

'플라스틱 가든'은 체험프로그램이지만 '만들기'에 초점을 두지 않는다.

크리스토프 달렉키 작가(사진 왼쪽)와 알렉산드라 큐레이터. /이미지 기자

아이들이 창조적인 미술품을 보고 만지며 그저 '즐겁기만'을 바란다. 그래서 알렉산드라 큐레이터는 아이들에게 작품을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서로 눈을 마주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려고 애썼다.

알렉산드라 큐레이터는 "즐거우면 된다. 아이들이 소소한 즐거움을 느꼈다면 일상이 예술로 전환되는 이 프로젝트는 아주 잘 진행되는 것이다"고 했다.

이번 프로그램을 기획한 설원지 학예연구사도 "만들기에 치중하고 결과를 내는 다른 프로그램과 달리 소통을 중시한다. 이는 자연에 대한 태도와 연결된다. 어린이들이 단지 잎을 달고 꽃을 만드는 게 아니라 자연을 스스로 느끼고 기쁘게 상상하도록 유도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는 설 학예연구사가 경남도립미술관 소장품 25점(자연을 주제로 한 작품)으로 꾸민 연계 전시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체험프로그램 이용자들은 초록의 싱그러움을 4전시실에서 미리 만끽하며 '플라스틱 가든'을 입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다. 여기에다 일러스트레이터 가라미(GARAMI) 작가가 전시장 곳곳과 3층 로비홀에 그린 그림도 중첩된 초록의 멋과 정원의 정취를 느끼게 한다.

자연의 내밀한 풍경을 상상해보자고 말하는 '플라스틱 가든'은 8월 19일까지 계속된다.

참가 연령은 6세 이상(5세 이하 보호자 동반)이며 성인도 참여할 수 있다. 경남도립미술관 홈페이지에서 미리 신청하면 된다. 문의 055-254-4633.

'플라스틱 가든'에 참여한 가라미 작가 작품 모습. /이미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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