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한 현직 검사가 성폭력 피해 사실을 드러내면서 촉발된 '미투 선언 운동'이 수개월을 넘기면서 여성단체에서는 중간평가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그동안 미투 운동이 일군 성과와 앞으로 과제를 점검해 보아야 할 때다.

미투 운동이 끼친 사회적 영향은 현재까지만 한정해도 이미 지대하다. 정계, 문화계 등 각계에서 터져 나온 성폭력 피해자들의 목소리는 우리 사회 곳곳에 스며들거나 일상화된 여성폭력의 추악한 실상을 드러내었다. 정부도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미투 운동이 집중된 문화예술계의 성폭력에 대응하기 위해 특별조사위원회를 꾸려 조사를 벌이고 있다. 최근 문제가 된 디지털성범죄의 경우 여성가족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대책을 꾸리거나 조직을 신설했으며, 경찰청은 지난달 말부터 지자체와 합동으로 일제 점검에 들어갔다. 보복성 영상물 유포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성폭력특별법 개정안도 국회에 상정되어 있다. 그러나 여러 통계에서, 여성에 대한 범죄가 해마다 늘고 있으며 디지털성범죄, 데이트폭력, 스토킹 등 새로운 유형의 범죄가 늘고 있거나 범죄가 교묘해지는 경향에 주목해야 한다. 지난해 경남에서 발생한 성폭력과 가정폭력은 2016년보다 각각 15.3%(1161→1339건), 5.08%(1만 3995→1만 4707건)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남성이 피해자가 된 디지털성범죄 사건에서 여성 용의자가 신속히 검거되고 경찰 포토라인에 세워진 것에서, 많은 여성은 여성이 피해자인 똑같은 사건에서 가해자가 제대로 처벌받지 못한 현실을 떠올린다. '동일범죄 동일처벌'을 주장해야 하는 현실이나, 미투 운동을 조직적으로 폄하하는 움직임 등을 보면서 여성들은 여전히 갈 길이 먼 현실을 절감한다.

성평등 운동은 낡은 제도 못지않게 고루한 인습과도 싸워야 한다. 사회가 변화할수록 저항도 거세질 것이다. 그동안 정부, 지자체, 민간단체가 별도로 활동해왔다면 이제는 협력체계를 갖추고 긴밀히 움직였으면 한다. 경남에서는 경남도, 도교육청, 도경찰청, 검찰청, 시군, 시도의회, 언론, 여성단체 등이 공조하여 촘촘한 공조 체계를 마련하는 등 한 단계 높은 대응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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