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변수·미군 위상·헌법 문제
"종전 위해 노력한다" 선이라야

2018년 4월 27일 남북 정상이 발표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 제3조 3항에 '연내 종전선언'이 있다. 북미회담 의제 내 북한의 체제보장과 관련해서도 종전선언이 의미 있는 방법으로 오르내리고 있다. 과연 종전선언이 남북 정상 간 단 1일의 만남에서 약속할 수 있는 사안인가? 그렇지 않다. 중국이라는 환경적 요인이 떡하니 버티고 있다. 게다가 남한 내 미군 주둔의 정당성 여부, 영토와 관련된 헌법개정 문제 등 여러 사안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문에 국제연합군총사령관 미 육군대장 마크 W. 클라크, 조선인민군최고사령관 김일성, 중국인민지원군사령관 팽덕회가 서명했다. 이후 관련 당사자가 정전위원회를 설치해 이 협정의 시행을 감독하고, 중립국감독위원회가 실행기관으로 설치됐다.

정전(armistice)은 교전 당사자 간 합의로 전쟁을 중지하는 것을 말한다. 종전선언(declaration of the end of war)은 전쟁 당사국이나 관련국가 간 협정, 합의, 조약 등을 통해 전쟁이 완전히 끝났다는 것을 선언하는 것이다.

먼저 중국 변수이다. 중국과 북한은 순망치한(脣亡齒寒) 관계다. 1950년 10월 19일 시작된 중국인민지원군의 한국전 참전은 망해가던 북한을 회생시켰다. 이후에도 미국과 서방으로부터 봉쇄를 당한 북한에 중국은 정치경제적 동료가 되어 주었다. 남북정상회담 후 5월 7일 김정은의 방중이 현재 북중관계를 증명한다. 중국에 북한은 몇 남지 않은 이념적 동지다. 잠재적 적국인 한·미·일을 방어해 줄 최전선에 있다. 이런 북한이 남한과 친밀해지고 미국의 관리를 받는 상황을 중국이 쉽게 승낙할까?

다음으로, 주한미군의 위상 문제이다. 1950년 1월 12일 미국의 태평양방위선에서 남한을 제외한 후 한국전쟁이 발발했고, 미국은 자국 안보의 제1차 방어선으로서 남한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남한 역시 미국의 안보 우산이 필요했다. 한미방위조약은 둘 다의 필요성에 의해 체결되었으며, 미군 주둔의 근거는 동 조약 제4조에 근거한 한미주둔군지위협정이다. 종전은 전쟁의 종결이며, 평화협정은 적대적 행위의 종료이다. 새로운 근거를 찾아내 주변국의 동의를 얻지 않는 이상, 미군의 주둔을 고집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이 도래한다.

마지막으로 헌법개정문제다. 종전이 선언되면 전쟁책임을 비롯한 전후 처리가 이루어지며, 이를 바탕으로 전쟁 당사국 사이에 새로운 관계가 수립된다. 남북이 2개의 별개 국가로서 국제환경에 적응해 나간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헌법 제3조가 이러한 상황과 배치된다. 북한 역시 주권 국가인 자국의 영토를 남한의 영토로 간주하는데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영토는 국경선 이남과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방향으로 헌법개정을 추진하면 분열과 혼란만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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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이 휴전 상태에서 적대국으로 존속하는 상태보다, 종전선언 후 평화와 통일을 모색하는 것은 분명히 의미가 있다. 하지만, 업적에 집착하면 불협화음이 생긴다. 북미회담이든 남북회담이든 "종전선언을 위해 노력한다"는 선에서 마무리해야 한다. 종전선언은 문서로 하는 국제조약이며, 뒤따르는 후속 행위가 만만치 않다. 물론 가장 큰 걸림돌은 남북 간에는 남한이, 북미 간에는 미국이 종전선언 당사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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