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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왜 시골에 살아요?

단순함·모자람에서 누리는 삶의 여유
나 자신 소비 않는 것만으로도 즐거워

2018년 06월 12일(화)
김형태 농부목사 webmaster@idomin.com

도시에서 살다가 시골로 온 지 5년이 지나고 있다. 시골에서 사는 지금도 공동체를 일구어갈 자리를 두고 여전히 고민하고 있다. 많은 소비를 할 수밖에 없는 도시에서는 생명살림을 위한 가치를 지켜가는 일이 쉽지 않았다. 자본이 중심이 되다 보니 경제성과 효율성을 가장 먼저 생각하고, 선택하게 되었다.

나와 아내는 성과중심의 삶이 더는 나를 소비하게 두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잃어버린 가치를 담아내고, 뜻을 세우며 살아가는 작은 마을 공동체를 이루고 싶었다. 삶을 전환하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할지 생각하며 한 걸음씩 걸어왔다.

오래전부터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시골살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이들이 어릴 때 작은 교회 사역을 하며 삼 년 동안 시골에 살기도 했다. 그리고 휴가 때마다 공동체를 탐방하러 다녔다. 먼저 공동체를 일구고 사는 분들이 나누어 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오랫동안 준비하고 고민했지만 삶의 방향을 바꾸기는 쉽지 않았다.

우리 식구는 전원생활에 대한 낭만을 품고 시골에 온 것이 아니다. 시골에서 무엇을 하며 먹고살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방향성이다. 방향성을 잃지 않으려면 스스로에게 나는 왜 시골에서 살려고 하는지 끊임없이 물어야 한다. 어떤 방향성을 가지는가에 따라 삶에 담길 뜻과 이야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다시 생각해 본다. 나는 시골에 와서 무엇이 달라졌나?

시골에서는 몸을 쓰면서 살고 있다. 말하자면 먹고살기 위해 도시에서는 머리를 써야 했고, 시골에서는 몸을 움직여야 했다. 머리를 굴리는 것과 손을 놀리는 것이 어떻게 다른지 알게 되었다.

지금 내 모습을 보면 자연에서 몸을 쓰며 사는 것이 삶을 더 풍요롭게 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동안 쓰지 않았던 몸을 쓰는 것이 쉽지 않다. 평소에 잘 안 쓰는 근육을 쓰고 나면 다음날 "아이고" 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괭이질만 잘해도 생명농법으로 농사를 지어가는 것에 아주 큰 도움이 된다.

농사일은 단순한 반복일 때가 많다. 머리가 복잡하다가도 농사일을 하면 마음이 정갈해진다. 물론 몸이 힘들고, 괴로운 날도 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밭일을 시작하면 피곤한 것도 잊어버리고 몰입을 하게 된다. 풀을 매고 괭이질을 조금 하고 나면 서너 시간이 훌쩍 가버린다. 이 단순함이 나를 경건하게 만든다. 자연에서 새소리를 들으며 몸으로 기도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더 고마운 것은 뜻을 함께 나누며 더불어 삶을 일구어 갈 수 있는 이웃들을 만났다는 것이다. 우리 식구는 아무 대가 없는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이곳에서는 서로 경쟁하지 않아도 살 수 있었다. 자연스러운 내 모습 그대로 살면 되었다.

도시는 편리하고 다양한 만큼 복잡한 일이 많았다. 속내를 감추어야 했고, 경쟁하고 살아남아야 했다.

남보다 조금 더 나은 삶을 사는 것 같지만 사실 삶이 깊어지는 경험은 하기 어려웠다. 지금은 도시에서 더 적은 소득으로 삶을 꾸려가야 한다. 하지만, 단순함과 모자람이 주는 삶의 이유와 여유를 누리며 살고 있다.

김형태.jpg

불편한 시골 생활이 오히려 그동안 보지 못한 것을 보는 눈을 가지게 했다. 소박한 삶이 나를 더 깊고, 풍요롭게 해주었다. 아직도 시행착오를 하고 있지만 적어도 제자리걸음이 아니라 중심으로 한 걸음씩 들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더는 나 자신을 소비하지 않아도 되는 것만으로 얼마나 즐거운지.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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