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한나 아렌트의 생각을 빌려 답할 것이다.

정치란 지배와 피지배 관계를 만들어 지배자가 피지배자를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공동의 세상을 위해 '함께 행동하는 것'이라 말할 것이다.

그래서 정치를 할 때 우선 함께 만들어갈 공동의 세상을 그려야 하고, 그것을 위해 함께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얘기하는 것이 기본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모든 선거에서 후보자들이 제시할 정책프로그램의 중심은 '어떻게 지역민이 정치의 주체가 되도록 할 것인가?'에 있어야 하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방안을 제안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권력자가 되면 실현할 자신의 계획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를, 우리사회를, 우리지역을 어떤 곳으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그 길을 함께 갈 길동무를 만들 방안을 제안하는 것이어야 한다.

왜냐하면 권력자만이 정치의 주체가 아니라 지역민, 시민, 국민 모두가 정치의 주체이므로, 그 먼길을 가고자 하는 사람은 당선과 무관하게 그 길을 갈 것이기에 그렇다.

특히나 지방선거에서는 이런 사안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내가 뭘 해줄게'가 아니라 '함께할 장을 이렇게 마련하겠소' 하는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 주민들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자리를 만드는 사람. 그 험난한 길을 가는 사람이 진정 리더일 것이다.

그는 다른 사람과 경쟁할 필요가 없다. 적폐는 소수가 다수를 지속적으로 억압하는 구조를 만든 정치로 인해 만들어진 것인데 그 구조를 '내가 바꾸겠소'라는 말은 얼마나 모순인가! 지역 정치에서 지역민주주의가 빠지고서 무슨 일이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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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적이고 원론적인 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외 무엇이 나의 정치를 가능하게 할 수 있을까?

사안을 다루는 것이 정치의 본질이 아니다. 사람을 세우는 것이 정치의 본질이다.

그 기준으로 보고, 그 기준으로 판단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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