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참정권을 요구하며 교복을 입고 투표에 나선 이들이 있다.

김채담(52·창원시 봉곡동), 권혜반(52·창원시 용지동) 씨다. 동갑내기 친구인 이들은 1주일 전 교복을 입고 투표장에 나서야겠다고 결심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2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선거권 부여 나이를 만 18세로 낮추려면 취학 연령도 낮춰야 한다며 '교복 입고 투표하는 상황을 초래하지 않아야 한다'는 발언을 한 것에 대한 항의의 뜻을 담았다.

이들은 13일 창원시 봉곡동 경남도장애인종합복지관 투표장 앞에서 '16세까지 투표권을 주자'라는 종이를 들었다. 김 씨는 녹색당 경남도의원 비례대표 후보로 나선 친구 권혜반 씨가 교복 입고 투표장에 가겠다는 말을 듣고 동참하게 됐다.

김 씨는 "어제 저녁에 고3 딸을 둔 친구한테 교복을 빌렸다. 교복에 위안부 배지, 학교 배지 등이 달려있었다. 아침에 옷을 다려서 입고 왔다. 교복을 입는 게 좀 민망하지만, 청소년 참정권을 요구하는 의미로 입었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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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채담(52·창원시 봉곡동), 권혜반(52·창원시 용지동) 씨가 창원시 봉곡동 경상남도장애인종합복지관 투표장 앞에서 '16세까지 투표권을 주자'며 청소년 참정권을 요구했다./우귀화 기자

그는 "투표할 때 보면 항상 나이 드신 어르신은 휠체어를 타거나 지팡이를 짚고서라도 투표하러 오시는데, 더 많은 내일을 살아갈 청소년에게는 그런 선택권이 없다는 게 안타까웠다. 어르신이 결정한 세상이 아니라, 청소년 자신들이 살아갈 미래를 자신이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청소년에게 투표권이 생겨야 청소년을 위한 정책들도 더 많이 만들어지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딸 교복을 빌려준 차세담(51) 씨도 이날 김 씨와 함께 했다. 차 씨는 "딸에게 친구의 뜻을 알리고 교복을 빌려주자고 했다. 딸 교복이 제 사이즈에는 맞지 않다. (웃음) 딸이 흔쾌히 투표권 보장을 위한 이벤트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이날 권혜반 씨는 다른 곳에서 투표를 하고 친구 김 씨의 투표장을 찾았다. 권 씨는 "저도 여성회 활동을 하는 분의 딸 교복을 빌려 입었다. 청소년도 책임감 있게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투표권이 보장되면 정치에도 더 많은 관심을 두게 되고, 더 잘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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