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의 기치 '부국강병'과 '희생'
창원시장선거 단일화 안돼 아쉬워
희생으로 혁신 피어나길 기다려

저는 자칭 '보수주의자'입니다.

박근혜 정부 탄핵 이전까지만 해도 지인과의 술자리나 만남에서 이른바 '오른쪽'의 이념과 논리로 제법 목소리 높이곤 했죠.

그러나 아시다시피 보수의 잔다르크로까지 불리던 그녀의 실체가 까발려지면서 우리 보수는 완전 처참한 패닉에 빠져버렸습니다.

혹여 사람들 간 정치 이야기라도 나올라치면 우리는 완전 죄인도 이런 죄인이 없는 심정으로 시선을 떨구고 묵묵히 듣고만 있어야 합니다.

할 말도 없고, 하기도 싫고, 할 수도 없는 분위기, 그것이 우리 보수가 안은 한입니다.

이제 선거가 끝나고 보수에 대한 심판이 내려졌으니 한마디 하고 싶습니다. 지극히 사견임을 전제로.

사실 '보수'와 '꼴통 기득권자'는 엄연히 다릅니다.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보수가 내세운 기치는 '부국강병'과 '희생'입니다.

배고프고 이쪽저쪽에 걷어차이고 대항할 힘도 없고 그런 나라에서 벗어나 잘 먹고 잘살며 스스로 싸울 수 있는 힘을 가진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거였습니다. 그리고 그걸 위해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 형님, 누나들은 희생했습니다.

내 조국은 물론 자식과 형제 동생의 훗날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쳤습니다. 희생이 없는 보수는 보수가 아닙니다.

이른바 보수가 썩을 대로 썩었다는 것은 이런 부모의 덕택에 잘 먹고 잘살다 보니 고여 썩은 웅덩이로 변질된 이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번 선거는 솔직히 아쉬운 부분이 많습니다.

예컨대 결과론적으로 창원시장 선거 단일화했으면 붙어볼 만했습니다.

측근 공천이든 뭐든 당에서 합의하고 결정했으면 당원, 아니 보수 시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과감히 자신을 던졌어야 합니다.

두 분이서 손잡고 유세에 나섰다면 어쩌면 창원은 보수의 희망이 될 뻔도 했습니다.

전체 선거 분위기가 한곳으로 몰리는 것이 뻔했는데도 부득부득 '못 먹는 밥에 재 뿌리는' 짓거리를 해버렸습니다.

더욱이 절망하는 것은 꼴통 보수는 자신의 정치적 요람이었던 이른바 보수정당에 대한 일말의 헌신이나 혁신, 희생은커녕 난파선 쥐새끼처럼 이 핑계 저 핑계 갖다 붙이며 도주해 이념세탁을 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해먹을 만큼 다 해먹고 뭔 원이 있겠습니까. 노욕과 탐욕을 큰 정치인으로 위장해 귀거래사를 부르겠다는 꼴이 역겹습니다.

크게 보아 언론도 보수 꼴통의 범주에 포함됩니다. 수많은 시간 동안 권력의 언저리에 가장 가까이 접근할 수 있음에도 모든 것은 터지고 난 뒤에야 이 문제 저 문제를 지적합니다.

이번 선거는 언론이 그토록 지적하던 정책선거가 아니었습니다.

아직도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폭로를 비춥니다.

그들에게서 이 지역을 위해 무엇을 확답받을지는 묻지 않습니다.

보수는 기다립니다. 희생으로 혁신이 피어나길.

행동했으니 지켜봅니다. 새로이 자리에 앉은 자, 덕분에 권력층에 가까이 붙은 자, 그리고 그들을 견제할 자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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