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싸이(PSY)가 말 춤을 추며 전 세계를 휩쓸던 2012년 7월, 농림축산식품부는 '제1차 말산업 육성 5개년 종합계획'을 발표하며 말산업 하드웨어 구축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올해 초에 발표된 '말산업 육성 2차 종합계획(2017~2021)'에 따르면, 말산업 일자리를 2016년 기준 2만 4000여 명에서 2021년에 3만여 명까지 늘린다.

청년 실업률이 연일 최고치를 기록하며 학교를 졸업하는 학생들이 취업에 애를 먹고 있는 요즘, 말산업이 청년들을 위한 신규 일자리 창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에서 말산업과 관련된 주요 직종으로는 말관리사, 조교사, 기수, 말조련사 등을 꼽을 수 있다. 말과 관련된 분야에서 종사하기 위해서는 어렸을 때부터 말과 동고동락하며 말을 다루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을수록 유리하다.

그러한 점에서 한참 주목받는 곳이 바로 전국에 있는 말산업 특성화 고등학교이다.

20180621002_600x450.jpg
▲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의 박종문 말관리사가 말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렛츠런부경
◇ 학생들을 '말 전문가'로 키우는 말 특성화고…이론과 실습 병행

말산업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말 특성화고는 전북의 한국마사고와 경마축산고, 전남의 한국말산업고, 경기의 발안바이오과학고, 경북의 용운고, 제주의 서귀포산업과학고 등 전국적으로 6개 고등학교가 있다. 이들 학교는 말 생산에서부터 육성, 조련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인 교육과정을 통해 학생들을 실력 있는 말관리사로 육성하고 있다. 학생 중 일부는 경마스포츠의 기수로, 일부는 승마선수로, 또는 전공을 살려 대학교에 입학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말 특성화고의 교육과정은 이론과 실습이 병행되어 진행된다. 국어, 수학 등 보통교과 외 마학, 마술학, 말조련, 말보건관리 등 전문교과가 같이 운영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1학년은 마학, 마술학 등 공통 교육을 받으며, 말산업 현장 견학, 기초 승마 교육 등을 통해 말산업 전반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교육도 받는다. 2학년은 각자 원하는 직무별 심화 교육을 듣고, 3학년은 국내외 말산업체에서 인턴십 현장 실습을 통해 실무 경험을 익히며 취업준비를 한다.

한국마사고를 졸업하고 부경경마장에서 말관리사로 근무하고 있는 박종문(남·28) 씨는 "국·영·수에 얽매인 공부보다는 몸으로 땀을 흘리며 말산업 전문 기술을 쌓고 싶었던 학생들이 말 특성화고에 많이 지원한다"며 "지금 생각해 보면 고등학교에서부터 말 관련 전문교육을 받은 것이 현업에서 활동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2년 선배로 같은 경마장에서 일하고 있다는 양영봉(남·30) 씨는 "취업 걱정은 없는 편이다. 2학년 때부터 기수 또는 말관리사 등 일찌감치 진로를 정하고 준비하기 때문이다. 나 역시 졸업 후 한국마사회 장수 경주마 육성 목장에서 바로 근무를 했고 지인의 추천으로 부경경마장에 말관리사로 취업했다"고 말했다.

◇ "말과 친숙한 것이 강점" 경마현장 경험이 큰 자산…전망도 밝아

말 특성화고 학생들은 졸업 후 국내 근무지로 한국마사회 경마장 또는 장수·제주 경주마 육성목장을 선호하는 편이다. 한국마사회는 국내에서 유일한 경마 시행체이며, 말산업 육성 전담기관으로 지정돼 마주·기수·조교사·말관리사 등 각 분야 최고 전문가들과 함께 일할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의 간판스타인 조인권 기수(남·마사고)를 시작으로 서승운·김철호(남·마사고)기수와 이효식(남·경마축산고)⋅최은경(여·경마축산고)기수 모두 말 특성화고 출신으로 현업에서 뛰어난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조인권·이효식·김철호 기수는 2018년 기준 35명의 부경경마장 기수 중에서 나란히 2·3·4위를 차지하는 성적을 보여줘 후배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말 특성화고 출신들의 강점을 뽑아달라는 질문에 박종문 관리사는 '말을 겁내지 않는 점'을 들었다. "어릴 적부터 말을 다루면서 말의 소리, 몸짓, 걸음걸이 등에 본능적으로 반응하는 것 같다"며 "항상 최상의 몸 컨디션을 유지해야 하는 경주마들과 동고동락하면서 개개 말의 특성에 맞는 관리법을 배우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래도 이쪽 분야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고, 새벽부터 현장에서 동물과 함께 땀 흘리는 직종이다 보니 말 특성화고 학생들이 말산업 직종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양영봉 관리사 역시 "처음에는 학교에 다니면서 학습한 것들을 실무로 옮겨보는 것에 열정을 쏟다 보니 하루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몰랐다"면서 "내가 관리한 말들이 경주에서 1등을 하면 기분이 너무 좋다"고 말했다. 양 씨는 본인이 관리한 경주마 중 2014년에 첫 대상경주 우승의 기쁨을 가져다준 '오르세(수말, 미국)'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소회를 밝혔다.

한국마사고·경마축산고 등 대다수의 말 특성화고는 2000년대 초중반부터 전문 인력을 본격적으로 배출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현업에서 활동하는 말관리사들은 대부분 2030 세대들이다. 이들은 향후 경력과 시험을 거치면서 조교승인→조교보를 거쳐 최종 조교사로 진출할 인재들로 간주된다. 또는 개인이 말 육성목장, 승마장을 운영해 말산업 저변 확대에 기여할 수도 있다.

한편 한국마사회(회장 김낙순)는 최근 말산업 규모를 2020년까지 3조 6500억 원으로 확대해 국가 경제 기여도를 높이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또한 승마 인구를 현재 4만 9000명에서 50% 증가시켜 아시아 최고 수준인 7만 5000명까지 육성하고, 거점형 직영 승마장을 설치해 재활승마와 힐링승마를 실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말(馬) 전문 고졸 인재들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외에도 한국마사회는 말산업 전문인력 2차 양성기관으로서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청년 구직자 직업 훈련과 취업 지원 활동, 경마 인력 양성교육 및 산학협력 교육 등 다양한 말산업 관련 직업 교육을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경마축산고등학교와 협력관계를 구축해 산학연계교육 프로그램 및 현장체험 학습을 지원하는 등 교육의 연속성을 확보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