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K금융지주가 경남은행을 인수하면서 약속한 독립성과 자율성을 훼손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은행이 경영상의 이유로 부서를 통폐합하는 것은 자유로운 권한에 속한다. 하지만, 애초 두 은행이 합병할 때 약속된 것을 어기는 것이라면 신뢰에 금이 갈 수밖에 없다. 경남은행은 여전히 경남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도민들의 자존심까지 훼손할 우려도 있는 것이다.

합병 당시 제기된 '경남은행 독립성·자율성 훼손 우려'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 것은 BNK금융지주가 이달 들어 홍보부서를 일원화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BNK금융지주 및 부산은행 홍보부장이 경남은행 홍보부장까지 동시에 맡게 됐다. 경남은행은 이전까지 사회공헌홍보부가 있었는데 이번에 홍보부로 바뀌었고 그 아래에 홍보팀과 사회공헌팀을 두는 형태가 된 것이다. 외형적으로는 흠 잡을 것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용적으로는 격하된 것과 다름없다. BNK금융지주는 이에 대해 개편된 경남은행 홍보부 업무는 각 팀장이 관련 권한을 행사하며 이를 총괄하는 BNK금융지주의 홍보부장은 결재권 없이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사후보고를 받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런 설명은 2급이 3급에게 사후 보고를 해야 하는 구조를 왜 만들었는지, 명쾌한 설명이 될 수 없다. 결재권을 갖지 않는 것이 독립성을 훼손하지 않는다고 볼 수도 없다. 그룹 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을 기대한다고 하지만 내면은 통합에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경남은행과 같이 지역 연고를 가진 은행의 지역사회 소통은 존립 근거와 직결된다. 이것을 건드렸다는 것은 통폐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밖에 없고, 현 BNK 회장의 행보와도 무관치 않다. 통합 당시 BNK금융은 경남은행 노조와의 협약에서 경영자율권 보장을 명시했다. 하지만 김지완 BNK 회장은 회장 선출 당시 부산은행·경남은행 합병을 거론했다가 지역사회의 거센 반발에 한발 물러난 바 있다. 경영합리화를 가로막을 명분은 없다. 하지만 향토은행이라는 특수성을 무시해서는 애초 합병을 이해해준 도민 정서에 위배된다. 신뢰보다 더 중요한 게 무엇인지 BNK금융지주에 묻고 싶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