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불화화합물 수치' 기존보다 높게 나타나…대형마트서 생수 품귀현상도
환경부 "국외 사례와 비교하면 안전 수치"…환경단체, 정부·지자체에 대책 촉구

낙동강을 식수로 사용하는 영남권이 시끄럽다. 낙동강 물에서 과불화화합물이 기존보다 높게 나타났다는 소식에 지난 22일 대구지역에는 생수 사재기 대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해마다 되풀이하는 녹조 비상에 이어 낙동강 수계에서 과불화화합물이 검출되면서 안정적인 식수 관리와 대책이 시급하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지난 5월 낙동강 수계 18개 정수장에서 진행한 과불화화합물 조사 결과 발암물질인 과불화옥탄산(PFOA)은 대구 문산정수장과 매곡정수장에서 각각 0.003, 0.004㎍/ℓ로 나타났다. 창원은 함안 칠서 0.018㎍, 반송 0.015㎍, 북면 0.033㎍, 대산 0.043㎍/ℓ로 나타났고, 김해 명동 0.039㎍, 삼계 0.027㎍/ℓ, 양산은 웅상 0.005㎍, 범어 0.018㎍, 신도시 0.014㎍/ℓ 등이 검출됐다.

발암물질보다 체중감소와 콜레스테롤 수치 감소, 갑상선 호르몬 수치 변화 등을 유발하는 과불화헥산술폰산(PFHxS)은 더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대구 문산·매곡정수장에서 0.102㎍, 0.126㎍/ℓ가 검출됐다. 함안 칠서는 0.045㎍, 반송 0.039㎍, 북면 0.005㎍, 대산 0.075㎍, 김해 명동과 삼계는 각각 0.065㎍, 0.052㎍를 기록했으며 양산은 웅상 0.024㎍, 범어와 신도시가 각각 0.066㎍, 0.042㎍ 등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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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동강 창녕함안보에 녹조가 발생해 녹색을 띤 물이 보를 넘쳐 흘러 내리고 있는 모습. /경남도민일보DB

이 같은 검출 결과에 따른 여파는 컸다. 대형마트에서 생수 품귀현상까지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과불화옥탄산 검출량은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미국 권고치(0.07㎍/ℓ)보다 낮았고, 과불화헥산술폰산은 캐나다 기준치(0.6㎍/ℓ)를 훨씬 밑돌았다.

환경부와 대구상수도사업본부는 국외 사례와 비교해 안전 수치라는 점을 밝히기도 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과불화헥산술폰산은 아직 먹는물 수질기준을 설정한 국가는 없으며, 일부 국가만 권고기준으로 관리하는 물질"이라며 "지난번 검출수준은 외국 권고기준과 전문가 의견을 고려할 때 건강상 우려되는 수준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녹조 문제에 더해 식수원 관리에 구멍이 생겼다는 점에서 우려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미 낙동강으로 흘러들어간 과불화화합물이 바다로 빠져나가려면 한 달 넘게 걸린다는 게 전문가 진단이다. 4대 강 사업으로 낙동강에 설치된 보 때문에 유속이 느려져 오염 물질이 섞인 물이 빨리 흘러 내려갈 수 없기 때문이다. 환경부도 저감 조치를 통해 농도가 낮아진 물이 대구 문산·내곡 취수장에는 25~26일 도착하고, 하류인 양산 물금취수장까지 도달하려면 한 달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문을 완전 개방하지 않은 낙동강에는 기온이 높아지자 올해도 녹조가 번성하고 있다. 지난 11일 함안보 유해남조류가 3594개였으나 18일에는 1만 6424개로 가파르게 늘었다. 25일 조사에서 유해남조류 세포 수가 1만 개 이상으로 나오면 녹조 관심단계가 경계 단계로 격상된다.

환경단체도 이 같은 먹는물 문제가 생기자 정부와 자치단체에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낙동강경남네트워크는 "녹조로 정수과정에서 많은 어려움과 추가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그럼에도 수돗물은 소독부산물인 총트리할로메탄이 기준에 육박할 정도로 높게 검출돼 먹는물 수질 관리가 비상이다. 최근에는 발암물질인 미규제 미량유해물질 과불화화합물이 칠서정수장, 북면정수장, 대산정수장 등 시민의 취정수장 원수와 정수에서 호주 수질관리기준보다 높게 검출돼 시민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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