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당선인]창원시의원 하 선거구 김상현
진해 구도심 민주당 소속, 관행 벗은 운동방식 눈길
곳곳 걸으며 주민과 만나, 동네일꾼 선거 모델 제시

김상현(51) 창원시의원 당선인은 6·13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창원 하 선거구'에서 당선된 정치 신인이다.

이번 선거에서 경남 전역에 분 '민주당 바람'은 진해 지역에서도 어김없이 거셌다. 그렇다 하더라도 진해 서부지역 구도심인 '중앙·태평·충무·여좌동'에서 민주당 소속 시의원이 당선됐다는 건 이채롭기 그지없다.

김 당선인의 당선 요인을 단지 '바람'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그가 선거 기간 선보인 운동 방식은 그동안의 관행을 탈피한 모습이었고 '돈 안 드는 선거'를 몸소 실천했다는 점에서 '동네 일꾼 선거'의 모델 하나를 제시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듯싶다.

김 당선인이 이번 선거에 쓴 비용은 2700만∼2800만 원이었다. 이 지역 시의원 선거운동 법정한도 4000만 원에 훨씬 못 미치는 금액이다. 업계(?)에서는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 이 금액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었던 건, 통상적으로 1000만 원가량 소요되는 '유세차'를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실제 선거 운동 비용은 법정 한도를 초과할 수밖에 없다는 게 공공연하게 회자되는 현실인 걸 감안하면 김 당선인의 '짠내 선거운동'은 여러 가지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5형제 아빠인 김상현(윗줄 오른쪽에서 둘째) 창원시의원 당선인이 가족과 함께 활짝 웃고 있다. /김상현

그리고 무엇보다 주목되는 점은 그의 '짠내 선거운동'이 오히려 주민들 마음을 움직였다는 점이다.

김 당선인의 '무모한 도전'은 무작정 걷는 데서부터 시작됐다. 아침 인사가 끝나면 지역구 곳곳을 걸어다녔다. 오전에는 중앙시장과 여좌동 일대를 돌고, 오후에는 북원로터리와 태평동 일대를 꼼꼼하게 훑는 식이었다. 그렇게 매일 지역구 주민들과 만났다. 하루에 4만∼5만 보씩을 걸었던 셈이다.

"5월쯤이었는데, 동네 행사에 찾아가면 찬 바람이 쌩쌩 불었습니다. 저에 대한 냉대가 심했죠. 상대 후보들도 저를 아마 거들떠도 보지 않았을 겁니다. 근데 동네를 계속 돌며 한 분 한 분 만나면서 깊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르신들과 통하는 게 있더라고요. 1등으로 당선될 수 있겠다는 걸 느끼는 순간부터 더 열심히 동네를 돌았습니다."

김 당선인이 유세차를 쓰지 않은 건 선거비용 절감을 위한 선택이기도 했지만 '소음 없는 선거'를 치르고 싶었기 때문이다. '시끄럽지 않게 하는 선거 운동'은 자연스럽게 '네거티브 없는 운동'으로 이어졌다. 또한 비오는 날에는 무리하게 선거운동원들을 밖으로 내보내지도 않았다.

김 당선인은 5형제의 아버지다. 선거운동 기간 이 사실을 적극 알린 것도 당선에 한몫했다. "아무래도 노인 분들이 많고 여느 시골마을처럼 동네 초등학교에 들어갈 아이들이 없는 곳이다 보니, 5형제의 아버지라는 캐치프레이즈가 눈에 띄었겠죠. 아이들 덕을 본 거죠."

또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김 당선인은 서울 출신으로 불과 10년 전부터 진해에 거주했다는 점이다. 동대문상고를 졸업한 김 당선인은 쌍용그룹에 취업했고, 이후 STX그룹에서 일해 왔다. 중국 다롄 조선소에 근무할 때 쌍둥이를 낳고, 현지 사정상 어쩔 수 없이 진해로 발령받았다고 한다.

STX그룹 자회사 중 하나인 장애인 표준사업장 '예그리나' 대표로 일하다 결국 그룹이 어려워지면서 실업자 신세가 되고 만다.

'백수' 신분이었지만 직장 생활 말미에 경험한 '장애인 표준 사업장'과 '사회적 기업'을 키워보고 싶다는 열의는 식지 않았다.

"사실, 정치에 관심이 없었지만 사회적 기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라는 제 평소 관심사를 실현하려면 정치적 권력 역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 당선인은 "마음을 열고 진정성 있게 다가가면 변하지 않는 건 없다는 걸 깊이 느낀 계기였다"며 "주민들과 진정 소통하는 정치인으로 활동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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