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개발공사 혁신이 필요하다] (상) 잇따른 비리 의혹 어디까지
박재기 전 사장 관여 의혹, 채용비리 정황 추가 폭로
공사 "외부에 시험 의뢰"
경남도 산하 유일한 공기업인 경남개발공사에 대한 각종 비리 의혹이 잇따르고 있다. 2013년도 특혜 채용 논란과 함께 지난 5월 사내 성추행 사건이 드러난 데 이어 또 다른 채용 비리 의혹이 제기됐다.
최근 공기업 채용 비리가 만연한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경남개발공사 역시 채용 비리가 관행적으로 이뤄졌는지 특정 시기에 집중됐는지 경남도와 수사기관의 철저한 규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홍준표 전 지사 측근 사장도 특혜 채용? = 새로 불거진 채용 비리 의혹은 2014년도 박재기 사장 재임 기간이었다. 박 전 사장은 홍준표 전 도지사 측근으로, 경남교육감 주민소환 허위서명을 지시한 혐의로 구속돼 사장직에서 물러났다. 박 전 사장은 1·2심에서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았다.
경남시민주권연합은 25일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 전 사장 지인 자녀 채용비리 조사를 경남도에 요구했다. 이 단체는 "익명으로 제보를 받았으나, 내용이 구체적이고 실명까지 거론해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내용을 공개했다.
개발공사가 2014년 12월 정규직 3명을 뽑으면서 재직 중인 비정규직에만 응시 자격을 주는 '제한경쟁'으로 시험을 치른 것은 미리 합격자를 정한 채용절차라는 것이다. 합격자들은 박 전 사장 운전기사와 지인 자녀로 기간제 채용 3~11개월 만에 정규직에 채용됐다고 밝혔다. 또 당시 인사부서 관계자가 이들 3명에게 필기시험 답안지를 전달한 의혹도 제기했다.
개발공사 측은 채용 비리 의혹을 부인했다. 최태만 사장 직무대행은 "모든 시험은 외부기관(인크루트)에 의뢰해 치르기 때문에 시험지 또는 답안지 사전 유출은 있을 수 없다"면서 "제한경쟁도 비정규직 16명에 대한 처우 개선 차원에서 전부를 정규직으로 뽑을 수 없어 일부를 채용하는 과정으로 치러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의혹 제기가 더욱 엄정하고 투명하게 채용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경남도 허술한 감사도 도마에 = 채용 비리 의혹 제기와 관련해 경남도는 지난 21일 조사에 들어갔다. 도는 앞서 지난해 말 두 차례에 걸쳐 행정안전부와 합동으로 '지방공공기관 채용비리 특별감사'를 벌여 이러한 사실을 적발했다. 그러나 채용 절차 과정만을 문제 삼아 직원 2명을 감봉·견책하는 경징계에 그쳤다.
도 감사관실 관계자는 "당시 전수조사에서 2013년 시험과목을 임의변경한 사실이나 2014년 제한경쟁과 무기계약직 임의 채용 등 절차상 문제가 적발돼 징계 요구를 했다"면서 "채용 비리 당사자가 누구인지는 구체적인 제보가 없는 상황에서 담당자들이 입을 닫아버려 밝혀내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조사에서는 비리 의혹이 제기된 내용을 중점으로 하되 인사 전반을 철저히 조사해 적절히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주권연합은 경남도 감사 결과를 지켜보고 나서 검찰 고발을 검토할 예정이다.
◇"낙하산 인사가 채용 비리 양산" = 이 단체는 "개발공사뿐만 아니라 도 산하 공공기관에서 수많은 비리 의혹이 있다"며 "광역·기초단체장의 산하 기관장에 대한 낙하산식 인사는 기관장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비리를 양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 특권자는 임면권자에게 묻지마식 충성을 하고, 특권을 남용해 채용비리 등 각종 비리를 일으킨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위원회 규정을 마련하고, 감사제도 개혁을 통해 실질적인 관리감독을 할 것과 비리 당사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통해 공직기강을 확립할 것을 요청했다. 또 "김경수 도지사 당선인도 공공기관 적폐 청산을 도정 최우선 순위로 둬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