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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그 골목에 갔다] (10) 마산어시장

상인·손님 곳곳서 흥정하고, 연방 생선 모가지 따는 풍경
섬찟함 속 역설적 '생명력'…옛 홍콩빠 골목서 자리 잡고
40년여 장사한 조상점 어르신 "없는 사람한테는 여기가 편해"

2018년 06월 27일(수)
이일균 기자 iglee@idomin.com

"뽈락 1키로 주소, 껍데기 뻬끼지 말고!"

"거기 다가? 오늘 숭어가 좋은데…"

"그라머 숭어도 1키로 주소. 낙지 개불도 쫌 주고!"

허름한 중년 셋이 그렇게 흥정을 끝냈다.

곧장 뽈락 몇 마리, 숭어 큰 놈 모가지에 피가 튄다. 몸통, 꼬리는 펄떡 펄떡 뛴다. 내 목에 손이 간다.

마산어시장 대풍골목이다. 붙어 있는 진동골목, 횟집골목에서도 이런 풍경은 흔하다.

대풍골목 한 가운데서 계속 그렇게 멍하니 서 있을 수 없다. 정신이 '번쩍' 든다. 피를 봤다.

그렇게 빨간 '다라이들'마다 찰랑찰랑 물이 채워지고, 갈 길 잃은 생선들은 여기저기 부대끼고 튀어 오른다.

핏물 홍건한 도마, 거기를 다시 찍어버리는 식칼….

마산어시장 입구 대로변 노점에서 장어의 모가지가 꺾였다.

한 달 전 이야기이긴 하지만, 그때 섬칫함은 지금도 생생하다.

하지만 못 볼 지경은 아니다. 어차피 살아가는 방식이다.

한 달 여 지난 지금, 날이 더워지면서 이젠 어시장 횟집 주 종목은 '장어'가 됐다. '다라이' 장어가 어시장 입구 대로변까지 진출했다.

여기서도 장어 모가지가 여지없이 꺾인다.골목을 벗어나도 여전히 생존과 생활 현장이다.

70~80 할매들이 감자, 양파, 고추 같은 푸성귀를 늘어놓고 사람들 발목을 잡는다. 그리고는 손님들 눈 맞추느라 혈안이다.

운이 좋았다. 한 어르신이 이윽고 흥정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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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산어시장 횟집골목.

◇홍콩빠

생명력.

질기디 질긴 생명력.

마산어시장이 조선 말기부터 200년 넘게 명줄을 이어온 생명력.

지금도 횟집골목 수 천개의 '다라이'에 찰랑찰랑 바닷물이 채워지고, 그 속에서 살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처절한 생명력.

그 실체는 사람에게서도 확인된다.

40년 장사 끝에 마산어시장 '홍콩빠'를 졸업한 조상점(89) 어르신. 그는 지금도 롯데백화점 뒤쪽 '구 홍콩빠' 골목에 산다.

"40년 넘게 어시장서 장사를 했더니 못 벗어나겠데예. 없는 사람들한테는 여기가 편해."

롯데백화점 마산점 뒤편 '구 홍콩빠'.

어르신은 서른아홉 때 남편 먼저 보내고 1남 3녀 자식들 키우려고 어시장에 나섰다.

"지금은 (횟집에서)전화만 하먼 고기를 갖다준다 아이가. 그때는 '택'도 없지. 금방 들어온 배에서 고기 받으기라꼬 남자들 가랑이 사이로 머리를 쳐박고 그랬다. 부끄런 줄도 몰랐다. 어떨 땐 부두에서 배로 뛰 넘어가다가 물에 빠지고 그랬다."

장사 시작한지 얼마 안 돼 자리를 잡은 곳이 '홍콩빠'다.

홍콩빠는 현 농협 남성동지점 앞쪽이 바다였던 1960~80년대, 바닷가에 걸쳐 축조됐던 목조 술집건물이다. 광목에 다릿발을 세워서 지붕에 양철을 얹고, 벽에는 밀가루자루를 덮은 형태로 바다 쪽을 시원하게 틔웠다.

"앞에서 바로 파도가 쳐. 가게 안으로 파도가 튀 들어오는기라. 손님들이 그걸 좋아했어요. 술 한 잔 되면 배처럼 가게가 울렁울렁~거리(거려). 그래서 기분이 홍콩 갔다왔다꼬 '홍콩빠'라 안 캤나."

그 홍콩빠는 사라졌다. 1989년 현 농협 남성동지점 앞쪽 바다가 매립되면서 자리를 옮겼다.

이후 두 세 차례 이전을 거듭했고, 현재 롯데백화점 마산점 지상주차장 옆쪽에 자리를 잡았다. 지금 이곳 입구에 '구 홍콩빠'라고 표시가 돼 있다. 어르신도 이곳에 '우리횟집'을 차렸다.

◇"살아야…겠다"

밥술 몇 번 떠고, 어르신이 말을 이었다.

"장사는 10년 전에 접었어. 애들 다 출가시킷고 쉴라꼬. 40년 했으먼 마이 했다 아이가."

"몸은 건강하십니꺼?"

"아이구, 안 건강하요. 허리도 마이 아프고. 그래도 이레 혼자 살아간께네…"

"어시장은 못 벗어나. 여기가 편하요. 없는 사람한테는…."

"어시장은 못 벗어나", "없는 사람한테는 여기가 편하다"는 말을 몇 번이나 반복하는 조상점 어르신.

그에게서 생명력을 느꼈다.

1969년부터 어시장 횟집골목과 함께 세월을 보냈다는 조상점 어르신. 10여 년 전 모습이다.

마산어시장의 악착같은 생명력을 느꼈다.

마산 사람들은 자주 어시장을 찾는다.

특히, 기운이 없을 때, 우울할 때, 삶에 지쳤을 때….

때론 숨 쉬는 것조차 힘들 때 어시장을 찾는다.

펄떡 펄떡 뛰는 생선, 생선 목을 따는 횟집 아낙들 앙다문 입….

그런 걸 보면서 문득 생각한다.

감자 양파 고추에다 온갖 푸성귀를 콘크리트바닥 위에 늘어놓고 눈 맞추려는 할매들을 보면서 문득 생각한다.

물건 팔 때보다 1000원 짜리, 5000원 짜리 꼬깃꼬깃한 지폐를 펴는 시간이 많은 그들을 보면서 사람들은 생각한다.

"살아야…겠다"

2006년 3월 18일 자에 보도된 '골목과 사람 - (3) 마산어시장 진동·대풍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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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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